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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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았다. 공룡은 약 2억 4000만 년 전인 세 번째 대멸종 이후 세상에 나타났다. 그러니 앞으로 곤충이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면 이 동물은 공룡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지구에 살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 사실만으로도 최소한의 존경을 받을 만한 자격은 있으니까.    p.22

 

한 캐나다 곤충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작은 경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눈은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곤충이란 그저 작고 하찮은 존재, 위험하고, 때로는 혐오스럽고, 성가신 존재에 불과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곤충은 이상하고 복잡하고 웃기고 희한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독특하고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곤충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신기하고,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세상을 지택하고 있는 가장 작은 존재들인 곤충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고 해로운 생물의 수를 조절하고 식물의 종자를 퍼뜨린다. 그리고 인간에게 필수적인 꽃가루받이, 유기물 분해, 토양 형성에는 곤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곤충은 이 세계가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작은 톱니바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곤충은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그 수가 많다. 인구 한 명당 2억 마리가 넘는 곤충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곤충은 이 땅에서 인간보다 긴 세월을 살아왔다. 최초의 곤충이 무려 4억 790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하니, 그들은 공룡이 이 세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존재들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지는 20만 년이니, 곤충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만한 서열이다.

 

 

독자 여러분은 곤충을 좋아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초콜릿, 마지팬, 사과, 딸기도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먹을거리가 곤충의 도움으로 생산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도움이란 곤충의 꽃가루받이다. 곤충의 방문이 세계 야생 식물 80퍼센트 이상의 종자 생산에 기여한다. 그리고 곤충의 수분은 전 세계 식용 작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과일이나 종자의 양과 질을 크게 개선한다.     p.118

 

개미 군단은 맨해튼에서만 한 해에 핫도그 6만 개 분량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아메리카동애등에 구더기는 자기 몸무게의 네 배나 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하루 만에 없앤다. 갈색거저리 유충인 밀웜이나 꿀벌부채명나방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을 빠르게 먹어 치운다. 성가시게 날아다니는 초파리는 실험동물로 과학의 발전을 이끈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진화를 통해 흰개미가 만들어낸 영리한 구조물은 친환경 고층 건물에 응용되고 습도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는 하늘소는 위조 불가능한 수표를 만드는 데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검정파리 유충은 상처 주변의 죽은 조직과 고름을 먹어치우며 치유를 촉진하고 귀뚜라미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노인 정신 건강을 개선시킨다. 노화 과정을 제어하는 수시렁이나 꿀벌은 치매 예방 연구에 새로운 단초를 제공하며 ‘회춘 약’ 연구에 기여한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120여 종의 곤충이 펼쳐 보이는 99가지 이야기는 솔직히 처음 듣게 된 내용들이 더 많았다. 곤충의 습성부터 독특한 생활사와 놀라운 성취들을 읽다 보면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저 징그럽고,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의 세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토벤의 교향곡, 갈릴레이의 태양과 달 그림 등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작품과 문서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참나무혹벌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콜릿, 마지팬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먹을거리들 역시 곤충의 꽃가루받이로 생산된다. 곤충에서 시작한 생체 모방은 드론 비행, 열 추적 감지, 위조지폐 방지, 우주여행 등 미래 첨단 산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작고 복잡하고 희한 존재들이 보이지 않게 세계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곤충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공생의 세계를 다각도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곤충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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