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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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사회는 이상한 모순을 낳는다. 서로 간의 신의가 더욱 필요해지는 동시에 불륜의 매력 또한 더욱 강렬해진다. 감정적으로 파트너에게 크게 의존하는 시대에 외도는 전례 없는 파괴력을 갖는다. 하지만 개인의 성취를 강조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약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문화에서 바람 피우고 싶은 충동 또한 전례 없이 커진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람을 많이 피우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차 없이 불륜을 비난한다.    p.86

 

68세 여성 바버라는 최근 남편을 여의고, 한창 애도하던 중에 남편이 오래 전부터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발견한다. 남편은 지역에서 크게 존경 받는 사람이었고, 남편을 기리는 자리에 그녀가 계속 초대를 받고 있었다. 과연 남편의 죽음과 배신으로 이중의 상실을 경험하게 된 그녀는 진실을 밝혀야 할까, 아니면 남편의 이름을 지켜줘야 할까. 37세의 광고대행사 직원 릴리는 10년 가까이 애인이 아내와 이혼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는 릴리와 만난 후로도 아내와 아이 둘을 더 낳았고, 그녀는 자신의 생식 능력이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그녀의 진정한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그녀를 갖고 놀고 있는 것일까.

 

심리치료사이자 작가, 트레이너, 강연자로서 에스터 페렐은 30년 가까이 커플들의 복잡한 사랑과 욕망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은 외도로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과 상담을 진행하며 이 주제에 몰두했다. 그녀는 불륜이 오늘날의 사랑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말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외도는 우리 곁에 있다. 외도는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도,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도, 심지어 간통죄로 사형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심지어 행복하게 지내는 커플조차, 바람을 피우는 걸까. 이 책은 불륜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상대의 부정이 왜 그토록 상처가 되는 것인지, 그것을 예방할 방법이란 게 존재하는 지, 동시에 한 명 이상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등 금지된 사랑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외도에는 가슴 아픈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가장 소중한 것에 반기를 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이 고충은 우리 내면의 실존적 갈등을 보여준다. 우리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원하며, 이 2가지 속성은 우리가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도록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움과 다양성 또한 즐긴다. 정신분석가 스티븐 미첼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우리는 안정을 갈구하는 '동시에' 모험을 갈구한다. 하지만 이 2가지 기본 욕구는 완전히 다른 동기에서 나오며, 한평생 우리를 정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긴다.    p.259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그어 놓은 선 밖으로 걸어 나가는 걸까. 외도는 늘 이기적이고 나약한 행동일까? 어떤 경우에는 외도가 이해 받고 용인될 수도 있을까? 은밀한 사랑은 늘 폭로되어야 하는가? 열정에는 유통기한이 있을까? 등등.. 외도는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준다. 이러한 질문들은 상당히 불편하지만, 가치관과 인간의 본성, 에로스의 힘에 대해 탐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실 바람을 피울 생각이라면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에게 거짓말할 정도로 삶이 불행하다면 배우자를 떠나거나, 파트너가 바람을 피운다면 당장 변호사를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사랑은 매우 골치 아프고, 비이성적이고,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외도는 '욕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날 욕망해 주기를, 자신이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지기를, 다른 이의 시선을 받고 그 사람과 연결되기를, 주목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욕망' 말이다.

 

비밀과 거짓말, 외도와 욕망, 부러움과 질투, 복수와 분노,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도를 하고, 배신을 겪지만, 사실 많은 커플들이 그 이후에도 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파괴적인 사건을 겪은 후 우리의 마음은, 관계는, 사랑은 어떤 길을 걷게 되는 걸까? 사랑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하고 끈질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두툼한 사백여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러한 담론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게다가 이 책은 매우 도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불륜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 사회와 인간 본성의 그림자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있어 진지함과 깊이도 갖추고 있다.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책이고, 만약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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