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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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베이커리를 배우면 아이는 빵을 많이 먹으며 자랄 것이고, 엄마가 노래를 배우면 아이는 엄마의 흥얼거림을 따라 하며 자랄 겁니다. 엄마가 노력하는 동안, 아이는 그 일부를 자기 세계에 하나씩 가져가는 것이죠. 그거면 충분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세계를 전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가 탐색하는 전 과정이 아이에게는 다양한 체험이 되기에, 엄마가 'THE 가치'를 좀 뒤죽박죽 찾아내도, 찾아낸 시기가 좀 늦어진다 해도 괜찮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낳은 뒤에야,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찾아내도 괜찮아요.      p.63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고, 그때 겨우 시간이 나는 엄마들은 낮 동안 무슨 활동을 하든 공허하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논다'고 치부해버리는 사회 속에서, 보다 의미 있고 인정받는 역할을 찾고 싶지만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돈 버는 남편 앞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발언권은 약해져 버리고, 휴식 없는 독박육아 때문에 보물 같은 아이와도 지쳐 있다. 직장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은 있지만 그 알량한 돈 몇 푼 때문에 아이한테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쌓이고, 퇴근 후에도 가사 노동은 여전하고, 무심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누적된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은 물론 정시 퇴근조차 눈치 보며 해야 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렇게 대한민국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를 찾고 싶다고 말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나'를 잃어버렸는데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아이만 돌보다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전하는 육아 멘토 오소희의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20년 동안 엄마로 살아온 저자는 '엄마 졸업'을 선언함과 동시에 이 땅의 수많은 엄마들의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아이가 세살 까지 처음 3년은 먹이고 재우고 건강히 잘 키우는 데 쓰고, 일곱 살까지 4년은 아이와 함께 뛰고 웃고 노래하는 데 쓰고, 열두 살까지 5년은 아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생을 펼치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쓰며, 열여섯 살까지 4년은 아이가 스스로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모른 척해주며, 열아홉 살까지 3년은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데 쓰면 이제는 스무 살, 아이가 어른이 된다. 그렇게 엄마의 20년이 흘러 간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엄마가 아이에게만 모든 것을 바치고, 매달려 있었다면 정작 아이가 엄마 품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지 않을까. 오소희 작가는 말한다. 아이가 잘 되길 바라기 전에 지금 당장, 나부터 잘 살아야 한다고. 엄마는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말고, 내 방식으로, 꾸준히 나에게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 '나'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매일 아침마다 ‘볼 장 다 봤다’는 편견과, ‘뒤로 물러나라’는 속삭임과, ‘후광으로 만족하라’는 명령과 싸워야 합니다. 어떻게? 소리 내 말하면서. “내 인생은 나의 것, 애 인생은 애의 것!” 아이의 성취는 언제라도 대견한 일일 겁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응원해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성취로 착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의 실패는 언제라도 가슴 아픈 일일 겁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위로해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실패로 간주하지는 않을 겁니다.     p.153

 

오소희 작가는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장르를 개척한 여행자이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이를 키운 엄마이기도 하다. 세 살이던 아들과 단둘이 터키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학교에서 체득한 지식보다 길을 걷고 보고 체감하는 여행의 힘을 믿는 그녀는 자신만의 가치를 좇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아이와 함께 성장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사실 가벼운 육아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굉장히 묵직하면서도 뭉클한 인문학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자가,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그녀들이 정상이 아닌 엄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성 중심, 입시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여내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짚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여성사를 모두 살펴보고, 이제 산산조각 나버린 '나'의 조각들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2부로 향하면 더 공감되고, 이해되고, 위로 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게다가 그 방법이란 것들이 매우 실천적이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면서도 진부하지 않아서 더 흥미롭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언제나 나를 필요로 하는' 집을 벗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확보해야만 하는 이유와 그 방법, '나를 위한 활동비' 통장을 만들고, 그것을 쓰는 방법, 남편과 가족 등 나를 위한 시간과 돈을 쓰는데 생기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 활동공동체를 만들어 활용하고, 육아공동체로 독박육아를 극복하며, 점차 엄마의 활동에서 가족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직접 겪어보았기에 현실적이고,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진지한 이야기들이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한 존재입니다. 당신에게 기회를 주세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여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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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라이프 2021-03-2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출판사 북라이프 입니다.<피오나>님 ‘엄마의 20년‘ 도서 리뷰를 보고 오소희 작가님 신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출간 소식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도서소개 일부입니다.

˝떠남이 제한된 시기, 모두가 집에 머물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답답한 일상을 환기해줄 특별한 장소를 찾아 떠나던 과거의 방식 대신, 지금 머무는 자리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는 이들의 멘토’ 오소희 작가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오소희 작가님 신간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