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일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노동이 아니라 언어의 힘을 다룬 이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간단한 통찰이다. 이 통찰이 흥미로운 까닭은 그것이 '일이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명하려던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삶에 전반적으로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물었을 때 직업이 있는 사람의 행복도는 직업이 없는 사람보다 높다.
p.10~11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마주하게 되는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일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라는 문장은 살짝
당혹스럽다. 사람들이 일은 좋아하지만 일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역설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수께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우리가 일에 관해 하는 거짓말이다" 라고. 우리는 머릿속에 관념으로서 존재하는 일은 좋아하지만, 막상
일을 직접 하기에는 질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직장 생활은 이상적인 이미지를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을 이상에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관념을 실제로 맞추는 것이 아마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심리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거짓된 환상들에 속지 말고,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으로 일을 대하자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직업이나 일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 일하기는 싫어하는 이유가
'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실제 일할 때 맞닥뜨리는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라는 말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 일에 대한
환상과 거짓말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저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직장에는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이라는 옷은 인간관계라는 옷감으로 짜여
있다. 우리는 상대방에 자신을 투영하고, 상대방과 마찰을 경험하고, 상대방 고유의 사용설명서를 해독한다... 그리고 이로써 자기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자꾸만 업데이트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많은 이가 엉뚱한 곳에서 헛되이 찾는 진정한 도전이다. 점잖든 천박하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이것이 우리 인생의 과제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인생은 계속된다. p.87
'직장 생활에 대한 거짓된 환상들'이라는 장은 특히나 공감하며 읽었다. 열정을 불태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자유롭게 무언가 만들어 낸다? 일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아마도 이론적으로 혹은 이상적으로 보자면 모두 정상적인 문장들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
이다. 이 문장들이 모두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들이라는 것을. 열정이 지나치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나머지 삶이 일 속에서 증발해 버릴
위험이 있고, 일은 도전이 아니라 그저 반복되는 일상이며, 자신의 '자아'란 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스스로만 찾을 수 있는 것이니 일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내가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보다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일을 둘러싼 각종 거짓말들을 짚어내고, 일에 대한 환상을 걷어 내고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에
실망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되면, 오히려 솔직함을 통한 새로운 동기 부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일에 열정을 불태워도
좋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만이 진실로 만족하고 생산적이고 건강할 수 있다.” 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자신의 일에 실망하거나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안겨줄 것 같다. 당신이 일하기 싫은 건 잘못이 아니다. 일단 집에 가자.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