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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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아름다움은 권력의 풍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척 딜레마다. 지금은 밤이 되면 그 성에 환하게 조명을 밝혀 인상적인 야경을 연출하고 있으나, 환한 성을 볼 때마다 나는 카프카의 <성>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카프카가 상징적으로 묘사했듯이, 도시에서 권력이 펼치는 풍경은 압도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p.75

 

<김어준의 뉴스공장>, <알쓸신잡>에서 만났던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3부작 첫 번째 책이다. '도시란 모쪼록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쓴 책들로,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는 신간이고, 나머지 시리즈 두 번째 ,세 번재 책은 2003년에 나온 <우리 도시 예찬>과 2009년 출간된 <도시 읽는 CEO>를 각 개정판으로 출간해 시리즈로 함께 묶었다. 20년에 걸쳐 완성된 '도시 3부작'이라 세 권의 책을 함께 읽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수많은 다양한 인간과 욕망으로 가득한 공간인 도시, 그렇지만 너무 크고 또 복잡해서 한눈에 포착하기에는 어렵고 낯설다. 저자는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 예찬, 대비, 스토리텔링, 디코딩, 욕망, 부패에의 유혹, 현상과 구조, 돈과 표, 돌연변이와 진화라는 12가지 도시적 콘센트를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일하고 거닐고 노니는 우리의 공간에서 도시적 삶의 가능성을 탐색 해보자.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은 스토리이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 속의 공간에 대하여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수록 우리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우리는 많은 공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도할 수 있다. 이야기할 단서들이 아주 풍부한 공간도 있고, 이야기가 될만하다고 보이지 않는 공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나 사람의 상상력과 칭의력이 작동한다. 누가 어떤 공간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는 일종의 사건이다.   p.176

 

도시란 무엇인가? 도시란 복합적인 실체라서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생활, 정치, 심리, 산업, 지리, 환경, 공간, 건축, 기술, 도시계획 등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다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적 삶'이라는 측면에서 정의해본다면 '도시란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이다. 이렇게 도시의 근본 조건인 '익명성'과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길'과 길의 한 부분으로서의 '광장'이 만날 때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광장은 도시의 익명성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공간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광장이라는 공간에서, 혁명, 또는 집회라는 이름으로건, 혹은 '축제'라는 이름으로건 간에 열린 공간에서 같이 할 때 우러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익명성 속에서 오히려 도시의 무한한 자유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부족 사회나 신분제 사회와는 달리, 도시적 삶 에서는 서로 모르는 낯선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에 더 자유롭고 정의롭게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긍정적인 시선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외에도 우리의 현대사에서 그리 순탄치 않았던 권력 공간의 생성을 비롯해, 영화감독들이 우리 나라의 이곳저곳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잘 담아내어 보여주는 여러 사례들도 흥미로웠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부산의 40계단과 달동네의 미로와 같은 골목, <박쥐>에서 일본풍과 근대풍과 전통 한복집의 혼성적 공간이 풍기는 기묘한 세계, <플란다스의 개>에서 고층 아파트 단지의 외피가 품고 있는 공간들 등등... 영화적 상상력 속에서 우리의 도시 공간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들은 나 역시 관객 입장에서, 그리고 도시에 사는 시민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들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도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도시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도시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과 낯설게 느껴졌던 도시의 이모저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도시라는 무대에서 인간이 펼치는 드라마를 보고 즐기고 또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도시는 영원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도시 이야기는 영원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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