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 슈퍼 히어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 박지웅 옮김 / 하이픈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등장하는 개미는 크기가 작다는 이점을 이용해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하는 잠입 요원으로 활동하거나, 비밀 서류를 숨기거나, 함정에 빠진 앤트맨을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행크 핌은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는 대신 일부 개미를 선별하여 거대화 한 다음 개미 보병으로 활용했다. <앤트맨>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파란색 핌 입자를 이용하여 크기가 커진 개미를 볼 수 있다.    p.54~55

수많은 마블 영화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기술이 주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영화들을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저런 기술들이 실제로 가능해질까?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호기심을 해소해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정제 단백질을 이용한 웹 슈터로 거미줄을 쏠 수 있는 걸까? 묠니르를 휘둘러 번개를 불러낼 때 토르의 머리 주변에 작용하는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현실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화 속 과학 기술들이 진짜라면 어떨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말한다. 놀랍게도 영화에 등장한 거의 모든 기술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고.

 

이 책은 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43개의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 마블의 과학 설정과 이에 대응하는 현실의 기술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절대 목표를 놓치지 않는 호크아이의 놀라운 궁술, 더듬이를 통해 다른 생명체의 감정 상태를 보고 제어할 수 있는 맨티스, 히드라 소속 과학자에게 세뇌 당해 기억이 말소된 버키, 병약한 스티브 로저스가 단 몇 분만에 완벽한 신체를 가진 강력한 캡틴 아메리카로 변하게 되는 원리 등 마블 영화에 숨어 있는 과학 상식을 파헤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브루스 배너는 감마선을 조사하는 실험에 실패하면서 헐크가 된다. 무기나 슈퍼 솔저를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단지 방사선에 대한 세포의 회복력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장비의 오작동으로 감마선이 배너의 체세포에 영구적인 변형을 일으켰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사무엘 스턴스 박사는 헐크 변신이 배너의 편도선에서 나오는 감마선 펄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보면 감마선은 마치 일반인을 화가 잔뜩 난 괴물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하는 듯하다.    p.254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스티브와 버키는 오랜 기간 냉동 상태로 있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늙지 않은 채 소생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람이 캡틴 아메리카나 윈터 솔저처럼 단 하루도 늙지 않고 수십 년을 살 수 있을까? 슈퍼 히어로인 이들과는 다르게 사람은 당장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고 만다. 장기가 기능을 멈추고 호흡 부전과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추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영화 속에서 이들에게 적용되었던 상상의 냉동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현실로 구현하고 싶어 하는 오랜 소망이다. 실제로 의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못 고치는 병이 없는 시대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냉동 인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몇 군데 있다. 현재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동면 시작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전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현존하는 과학과 영화 속 상상력의 유사도를 비교해보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어느 정도 그려지기도 한다. 저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마블의 각종 설정을 바라보며 리얼한 현실 과학을 풀어놓는다. 히어로가 된 블랙 팬서와 빌런이 된 킬몽거에게서 유전학을,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에게서 냉동 인간 기술을, 타노스의 리얼리티 스톤에서 광학을 찾아 낸다. 저자는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엑스맨의 초능력을 형성하는 유전 원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거였다고 말한다. 초능력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과학자가 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하니,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명확히 보인다. 과학은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 상상력 속에 미래가 담겨 있다. 마블의 매력적인 영화들을 보면서 한 번쯤 슈퍼 히어로들의 능력과 탄생 배경에 호기심을 품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영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해 현실의 과학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이 마블의 영화들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