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의 참맛을 깨닫고
운동과 인생의 의미를 연결하는 경지에 오르지도 못했다.
생리가 시작되면 관절이 약해지니까(사실)
운동하면 안 된다며(게으름)
드러눕고,
비가 오면 갈까 말까 망설이고, 그나마 등록비가 아까워서 억지로 몸을 일으킬 때면 걸음걸음이 울고 넘는
박달재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내가 한없이 초라하고
남루하게 느껴지는 날, 사소한
일에 서운함이 폭발하고 누군가 원망스러운 날,
살아보겠다고 운동을 꿈지럭꿈지럭 하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드는
날, 바로 그 순간에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 한다. p.17
나이가 들 때마다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것은 바로 체력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밤을 꼬박 새우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보내기가
예사였는데, 이제는 새벽 두세
시만 지나도 몸이 천근만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잠이 와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는 게 아니라,
잠이 오질 않더라도 체력이 떨어져서 그 시간을 더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또 하나, 체중이 쉽게 줄지 않다는 것. 분명 예전에는 한두 끼만 굶어도 배가 쏙
들어가고, 어느 정도의 체중
감량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했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웬만하면 체중이 쉽게 줄지 않는 몸이 되어 버렸다.
나이가 들면서 신진 대사율이 떨어지고, 끼니를 제때 안 챙겨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시간들이 쌓여서 일어나는 변화들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아마도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하면서 온갖 핑계들을 만들어서 내일부터
해야겠다며 미루기 일쑤였던 적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라서,
회사에서 너무 시달렸더니 피곤해서,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으니 쉬어야 해서, 코치가 마음에 안 들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실 딱 한가지 아닐까. 그냥
운동하러 가기 귀찮아서, 운동이 재미없고 지루해서 말이다.
이 책은
'운동하는 멋진 여성'을 동경하면서도, 막상 운동에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운동
에세이이다. 저자는 수많은
운동에 도전했지만 매번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럼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 단단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그녀가 어느 순간 갑자기 달라저서 운동에
눈뜨는 기적을 보여주지 않고, 그저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더 공감되고, 이해되는 이야기였다.
이제 나는 운동 시간을 확보하려고
기꺼이 여러 가지를 포기한다. 서른 살 이전, 영양가 없고 의무뿐이던 인간관계를 정리하면서 나의 생활은 아주 간결해졌다. 변수가 많고 야근이 잦은 일을 그만두었다. 아무리 바빠도 씻고 자는 시간을 뺄 수는
없듯, 운동을 그 정도로
중요한 일정으로 만들었다. 같은 운동을 100일 넘게 하고 있다. 곰이 인간이 되는 극적인 변신은 없어도,
아침에 일어나기 쉽다거나 발목 통증이 줄었다는 사소한 변화에 쉽게 감동하며
지낸다.
p.107
저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을 운동 센터 ‘회원님’으로
살아왔다. 물론 실제로 출석한
날은 합산해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빠진 날이 더 많고,
그만두고 환불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말이다. 헬스클럽,
요가,
커브스,
수영,
승마,
스노보드,
댄스,
스쿼시,
복싱,
아쿠아로빅,
배드민턴,
복싱,
필라테스 등등을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운동을 하러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대부분의 보통 여성들에게 폭풍 공감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선사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오직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하고, 운동과 즐거움을 연결 짓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물론,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다행이지만,
대다수는 머리로만 운동해야지,
라고 생각할 뿐이다.
매우 유쾌하게,
재미있게 읽히는 글이지만 그 속에는 날카롭게 핵심을 간파하는 지점들이 있다. 보통 여자들이 운동과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부터 ‘건강한 몸’이
아니라 ‘아름다운
몸’, 즉 ‘마른
몸'을 요구하는 사회적 시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운동을 재미있게 느낄 수 없는 이유를 명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운동의 초점이
‘내 몸’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내 몸’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보통 여자들은 더더욱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릴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무엇보다 운동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가짐이 너무 와 닿았고, 멋있었다. 남
보기 예쁜 몸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내가 쓸 체력을 비축하려고,
더 강한 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약점과 아픈 몸이라도 그대로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보통 여자들의 진짜 운동 이야기는 이렇게 잘하지 않아도,
꾸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와 함께라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