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 죽을 만큼 원했던 이곳에서 나는 왜 죽을 것 같을까?
원지수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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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회사에 간다. 매일 고민을 한다. 답도 없고, 끝도 없는 질문 하나가 눈꺼풀 위에서, 차창 밖에서, 커피잔 속에서 나를 보며 묻는다.

왜 한때는 분명 죽을 만큼 간절히 원했던 곳에서, 이렇게 죽을 것 같은지.   p.20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공부하고, 착실하게 스펙을 쌓고, 죽도록 준비해서 직장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토록 원하던 '직장인'이 되었는데, 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팍팍하기만 한 걸까? 분명 원하는 일을 찾으려 고민했고, 꿈이란 걸 찾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힘든 것일까. 매일 밥 먹듯이 야근하고, 출근하는 길에 벌써 퇴근하고 싶고, 영혼을 어디론가 출장 보낸 채 정신 없이 그저 하루를 살다 보니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왜 죽을 만큼 간절히 원했던 곳에서, 죽을 것처럼 힘든 걸까.

저자는 영업사원 3년을 하다가 정체성의 대혼란 끝에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이직을 했고, 모은 돈을 다 털어 떠났던 늦깍이 유학을 다녀와서도 여전히 직장인으로 10년째 생존 중이다. 이 책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경험, 생각, 고민들이 "이건 내 얘긴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웃픈 에피소드가 되어 담겨 있다. '매일 아침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엄청나게 일찍 일어나, 엄청난 출근길을 뚫고, 엄청나지 않은 일들을 하러 간다' 오늘도 여전히 출근이라는 문 뒤에 이어지는 오늘의 무게가 당신을 짓누르고, 직장에서 일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더나다운 직장인이 되고 싶다고 믿는다면 이 책을 통해서 공감하고, 위로 받으며 힘을 좀 내보면 어떨까. 직장인이 되기 위해 성실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은 성실한 노력파로 꽤 괜찮은 직장인이었지만, 딱 죽을 것 같은데도 때려치우지도 못하겠고,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지만 워라밸은 물 건너간 지 오래고, 함께 일하고 있는 상사나 선배를 보면 나도 저렇게 될까 봐 겁난다는 생각이 들었던 저자의 고민들이란 나의 이야기이기도, 그리고 당신의 사정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평범한 우리들을 화나게 하는 이유는 많다.

세상이 팍팍해서, 나란 존재는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만의 번뇌'가 뻗쳐서 등등. 쉽게 말하면 못살겠어서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세상을 향한 시선을 뾰족하게 갈고 있는 사이, 우린 스스로를 그 누구도 안아주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안길 수 없는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p.174

최근 한참 뉴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것 중에 모 국회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와 딸 취업 청탁 등에 관한 보도가 있었다. 학벌과 재력 등이 뒷받침 되어도 이렇게 뒷거래를 해야 할만큼 소위 대기업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니, 소위 아무런 스펙도 없는 평범한 이들의 취업 전쟁이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고졸이든 대졸이든 우리는 그렇게 죽을 만큼 간절히 어딘가에 취업하기를 바라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직장인이 되어 사회에 나온다. 그런데, 그렇게 치열하게 애쓰며 간 직장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죽을 것처럼 힘든 것일까. 출근하는 길에 벌써 퇴근이 하고 싶고, 이직하고 싶지만 남들 시선이 두렵고,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기기도 하며,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매일 아침 회사에 갈까 말까 고민하고, 쉬고 싶지만 막상 그만 두면 앞날이 걱정되고,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로 버티고, 잦은 야근으로 지쳐 이직과 퇴사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 준다. 특히나 매 챕터 마다 핸드폰 메모장에 주요 내용을 정리해 두어 현실감 있게 와 닿았던 것 같다. 나도 이럴 때 그런 마음이었는데, 나도 저럴 때 이런 글을 끄적였는데..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는,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 당신이 사표를 쓰기 전에 써 두어야 할 것, 퇴사한 그 애는 꽃길만 걷고 있을까, '더 좋은 회사'란 있는 걸까,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라는 거로 있어? 등등 저자가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선택하고 후회하며 단단해진 3년의 기록들은 특별하지 않아서 더 공감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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