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 필요한 만큼 읽고 원하는 결과를 내는 힘
가마타 히로키 지음, 정현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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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오래 참기 대회가 아니다. 세상에는 근성을 시험하기 위해 쓰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난해한 책이 있다. 그럴 때 자기 머리가 나빠서라고 탓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저자의 설명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저자의 머리가 나빠서이지 독자의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백 보 양보해서 훌륭한 내용이 적힌 책이라 해도 글쓰기 방식이 나쁘고 초심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저자의 책임감 부족이다. 그런 책을 만났다면 읽기를 당장 그만두는 게 좋다. 더욱 알기 쉽게 쓰인 책을 분명 찾아낼 수 있다.   p.46

 

저명한 화산학자이자 교토대 교수로 학생들로부터 해마다가장 수강하고 싶은 교수 1로 꼽히는 저자는 명문대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책 읽기를 고문처럼 여기며 전공서와 씨름하는 것을 보며 특별한 처방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과학 연구와 행정, 교육직을 두루 거치며 수많은 책과 논문과 문서를 읽고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해온 저자가 40년의 경험에서 추출한 자신만의이과식 독서 노하우를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물론 독서 방법에 관한 책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지만, 이 책의 특징은 바로 '책 읽기에 소질이 없는 사람을 위한 독서법 입문서'라는 점이다. 책 읽기가 어려운 초심자들에게, 독서가 너무 힘든 대학생들에게, 독서가 살아가면서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즐거움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일종의 처방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책 읽기가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저자가 알려주는 '아웃풋 중심의 독서법'을 통해서 '이과식 독서 노하우'를 배운다는 점에 있어서도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이과계 사람들의 독특한 사고방식 중 하나로 '요소분해법'이 있다.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그 일을 먼저 개별 요소로 쪼개 해결하는 방식이다. 나도 현장에서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때마다 과제를 작은 요소로 분해해 해결의 실마리를 붙잡았다. 난해한 책도 마찬가지다. 미뤄두기와 요소분해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 '모르는 것은 망설이지 말고 덮어버리기' 그리고 '조각 내어 생각하기'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길고 복잡한 문장 앞에서도 기죽을 필요 없다. 주어와 술어 짝에 표시를 해두고, 이 짝이 이루는 단문을 각각 읽어나가면 된다.   p.90

 

생각보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한 달에 한 권은 고사하고,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이고 책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인 것처럼 취급하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학창 시절에는 책을 꽤 읽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교과 과정을 따라 가기 위해 억지로 읽은 거였든, 그저 재미를 위해 시간 때우기 용으로 읽었든 말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여전히 책 읽기를 어렵게만 느끼는 것일까. 이 책에서 알려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책이 어렵다면 저자를 탓하라'는 항목이었다. 사실 책 읽기에 너무 익숙한 나 같은 독자도 가끔 아무리 읽어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내용이 어려워 알 수가 없는 그런 책을 만난다. 그럴 때 그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독자인 내 탓이 아니라, 저자의 설명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개는 실제로 그렇다, 라는 저자의 단언이 어쩐지 재미있으면서도 예리하게 진실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이라면 읽기를 바로 멈추자'는 것이다. 자신과 어울리는 책, 읽기 쉬운 책을 만날 때까지 끊임없이 갈아타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책읽기라는 것이 익숙해질 것이며, 책 읽기의 재미를 발견하리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과 사람들은 편해지기를 꿈꾸는 종족'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에너지를 덜 쓰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지 늘 궁리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책 읽기에 응용한 '이과식 독서법'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쉽고 간편하다는 것에 있다. 미뤄두기와 불완전법, 이과의 요소분해 사고법, 각종 속독법을 무시하는 방법인 '지독법' 등등이 그에 해당하는 방법인데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을 고르고 정리하는 '이과식 책 정리'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이 어렵다면 저자 탓, 작심삼일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 탓이라 단언하는 저자의 관점이 궁금하다면, 책과 마음의 담을 쌓은 사람이라면, 책 읽기가 너무 어려워 숙제처럼 느껴진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괴짜 이과대 교수의 특별한 읽기 처방이 당신의 고민을 싹 해결해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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