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뿐이다. 사람이 죽으면 몸의 세포도 역시 죽는다.
그렇다면 세포가 죽으면 사람도 죽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답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 어느 장기의 세포가 어느 정도
죽는지, 또 어떤 속도로
죽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면 세포가 죽어도 괜찮다.
게다가 아폽토시스(세포자연사)라고 불리는 병이 아닌 생리적으로 세포가 죽어가는 현상마저
알려졌다.
p.31
'병리학'이라고
하면 어쩐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 뜻을 보면 질병의 분류, 기재 및 그 특성과 병인 및 진행 과정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되어 있으니 더욱 그렇게 보이고 말이다.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병이 어떤 이유를
발병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일생 동안,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없을 테니 어느 정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학문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교수인 저자는
의료계와 관련 없는 보통 사람도 어느 정도는 병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분야이니 읽다가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금방 알기 쉬운 내용으로 돌아오므로 어려운 부분은 일단 건너뛰어도 지장이
없다고 미리 서문에 밝히고 있어, 오히려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의료계에서는 '내과의는 뭐든지 알고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외과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무슨 일이라도 한다. 병리의는 뭐든지 알고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때를
놓친다'라는 농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병리의가 하는 일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말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병리의는 환자의 병소에서 떼어 낸 조직, 형태에 의한 진단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사망한 환자의 병에
관해 부검을 통해 조사하는 일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병이라는 것은 세포의 기능이 여러 가지
상해를 끊임없이 받게 되어 파탄 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되더라도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병이 난 세포들은 정상과는 조금 다른 상태에서 좀
전문적인 단어가 되겠지만 '병태생리'적으로
새로운 평형 상태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어르고 달래서...
왠지 모르게 세포와 삶을 함께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 p.94
우리의 몸은 대략 200종류의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많은 세포가 각각의
역할을 완수하고, 나아가서는
협조화여 가능한 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인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세포가 손상이 되는 것을 우리는 병이 난다고 한다. 정신 질환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질병의 원인은
세포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세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참아 내는가부터 시작해 세포의 죽음, 노화 등의 이야기를 거쳐 암과 함께 가장 높은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심혈관 장애를 중심으로 몸 속 혈액에 관해 알아 본다.
그리고
'병의 황제'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암'이라는 질환의 발병 원인부터, 어떻게 증식하는 지와 같은 암의 진화에 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궁경부암, 위암, 간암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거쳐 멀지 않은 미래에 의학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AI나 분자표적약 등에 관한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실마리도 없는 잡담을 하듯이 질병의 메커니즘을 웃음과 함께 설명하는 지적
여행'이라는 소개
문구처럼, 마치 별로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일상 속 잡담하듯이 풀어내고 있어 의학과는 전혀 무관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보통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병에
걸리면 다양한 약이 처방된다. 그러한 약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이해하려면,
병의 발병에 관한 병리학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요즘은 처방전에도, 약국에서도 각각의 약에 대한 기능과 효과에 대해
자세히 기재되어 있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자신이 처방 받는 약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의학이 크게 진보한 만큼 일반인들도 그에 걸 맞는 의학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의학적 지식과 그에 대한 해석,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통해서 평소 궁금했던 여러 질병의 발병원인과 진행과정 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