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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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들도 드문드문 창의력을 보이지만 인간만큼 뛰어난 창의력을 보이는 동물은 없다.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어주는 걸까? 인간의 뇌는 감각적 자극과 반응 간의 구역에 보다 많은 뉴런이 있어서 신경회로에 더 많은 추상적 개념과 경로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인간은 유난히 사회성이 뛰어나 서로 상호작용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정신적 씨앗을 뿌린다. 때로 인간의 창의력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간의 협력으로 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p.67

2007 1 9일 스티브 잡스는 무대에서 "가끔 혁명적인 제품이 나와 모든 걸 바꿔 놓습니다. 오늘, 애플은 전화기를 재발명하려 합니다." 라고 말한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무성한 소문과 추측 끝에 드디어 아이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위대한 혁신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는 아이폰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었다. 대개 발명은 한 순간에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며 놀라운 계시 같은 걸 받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사람과 아이디어가 한데 모이면서 힘을 축적해, 몇 개월 혹은 몇 년 또는 몇 십 년을 거치면서 혁신 기술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훗날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창의력은 그저 이것저것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그들은 단지 무언가를 봤을 뿐이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으로 합성하는 거라고 말이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그리고 예술과 과학을 접목해 인간 정신을 연구해온 작곡가 앤서니 브란트가 뇌와 창의성의 비밀을 밝혀가는 지적이고 흥미진진한 여정을 담고 있다. 뇌과학자와 음악가라고 하니 어쩐지 너무 다른 분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창의성의 근원을 밝히는 것은 과학적 접근과 예술적 감각이 모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기가 막힌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은 '넷플릭스' 화제의 과학 다큐 <창의적인 뇌의 비밀>의 원작이기도 하다.

우리의 뇌는 신축적이다. 뇌는 딱딱한 돌에 새기듯 고정불변을 지향하기보다 끝없이 그 자체의 회로망을 바꾸며 변화를 추구한다. 우리 뇌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신축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뇌 속 회로의 끝없는 재창조로 우리 삶은 날로 노련해지는 작품처럼 발전한다... 만약 인간의 창의성을 보다 잘 이해한다면 교실에서 중역 회의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p.224~225

저자인 뇌과학자와 작곡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은 3가지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이다. '휘기'에서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의 혁신적인 안무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보여준 곡선 형태의 건축물, 영화 <300>에서 슬로 모션과 패스트 모션을 번갈아 사용하며 시간을 뒤튼 것이 그 예가 된다. '쪼개기'에서는 전체를 해체한다. 하나의 원형을 해체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새로운 창조의 재료를 만드는 것이다. 피카소가 평면을 분해해 그림 조각 맞추기 같은 입체적 형상을 탄생시킨 것, 통신 지역을 셀(cell)로 나눠 현대 휴대 전화(cellphone)의 기반을 만든 것이나, 하나의 화면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 결정 수백만 개로 이뤄진 LCD TV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섞기'에서는 2가지 이상의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한다. 이는 다른 유전적 조직을 하나의 개체에 담는 유전공학, 과거 음악의 노랫말이나 멜로디 등을 수정하고 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힙합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인간의 창의성은 언제 어디서든 주변의 모든 것을 원재료로 삼아 휘고 쪼개고 섞고자 한다. 이 세 가지 전략은 각자, 때로는 둘 이상 협력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혁신을 완성한다. 인간의 창의성이 특별한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왜 소는 인간처럼 몸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춤을 안무하지 못할까? 왜 다람쥐는 나무 꼭대기까지 쉽게 먹이를 운반할 수 있는 승강기를 만들지 못할까? 왜 악어는 쾌속정처럼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발명하지 못할까? 이 책은 그 답이 자신의 기대를 깨뜨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발전해 만들어진일탈하는 창의성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 속 창조와 혁신의 비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수많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인간 창의성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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