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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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배 속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은데 임신 기간 동안 여성이 겪는 변화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관심이 적습니다.... 그래서 굳이 '엄마의 몸'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습니다. 수정란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을 최대한 불리는 난자, 자궁에 착상을 하면서 엄마 세포를 먹어버리는 배아, 자궁에만 잠자코 있지 않고 엄마의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배아의 DNA까지, 임신은 축복이고 기쁨이라는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품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살펴봤습니다.    p.40

발생학이란 하나의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공부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영은 교수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생기는 건 달랑 세포 하나죠. 그런데 태어나는 아기는 사람 형태를 하고 있잖아요. 그 사이에 엄마 배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들이 바로 제 수업 내용입니다."라고 발생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한다. 이 책은 약 2년 동안 《과학동아》에 연재된 '강의실 밖 발생학 강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발생학이란 낯선 학문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이론을 개괄한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배아 복제, 세포 치료제, 암 줄기세포, 인공 장기 등 과학과 의학의 경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까지 망라하고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이야기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정자가 이동하는 데 자궁 근육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 정자뿐 아니라 난자 역시 치열한 경쟁을 거친 존재라는 것 등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정자의 관점에서 수정 과정을 이해해왔다. 그 무대에서 난자는 조연이었고 자궁은 배경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편파적이며, 낡은 정보였던 것이다. 과학은 사실을 밝히는 학문이지만, 진짜 목표는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것'이라는 말이 체감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유전학은 예외가 허락되지 않는 뻣뻣한 학문이 아닌, 여러 가지 설명과 가설이 모여서 선보이는 풍부한 맛이 일품인 학문입니다. 하지만 대개는 딱 멘델의 법칙까지만 배우죠. 도미노 블록이 넘어지듯 성별이 결정되는 것도, 염색체 하나가 통째로 꼬깃꼬깃 구겨져 세포의 한쪽으로 치워지는 것도, 세포가 엄마 유전자와 아빠 유전자를 구별하는 것도 모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그래서 있는지도 몰랐던 유전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p.70

남녀 성별은 어떻게 결정될까? 머리는 왜 몸통 위에 있을까? 손가락 모양이 각기 다른 이유는 뭘까? 왜 엄마의 면역 시스템은 배아의 태반을 공격하지 않을까? 자연 유산의 대부분은 엄마의 행동과 무관하다. 엄마의 몸 속 태아가 항상 선한 천사는 아니다. 등등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정보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정자를 밀어 올리는 자궁의 힘, 엄마 세포를 먹어버리는 배아, 난자들의 치열한 경쟁 등 우리의 시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부터 우리는 잘못 알고 있었다는 깨달음으로 시작했던 이 책은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드라마처럼 그려낸다.

 

배아에서 시작해 머리부터 엉덩이, 등과 배 등 큰 부분들이 결정되고, 뇌와 손가락, 발가락 등 각종 기관이 만들어지고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 간다.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는 과정은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두 세포가 만나 하나의 세포가 되고, 다시 이 세포가 하나의 인간으로 발달하는 과정은 셀 수 없이 많은 물질들과 구조와 규칙 속에서 모두가 쉴 새 없이 자기 몫을 해내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우리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시작은 특별했던 것이다.

 

이 책은 실제 연구에 기반을 둔 과학적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음에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누가 읽어도 거부감 없이 과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 같다. 선생님도, 인터넷도 알려주지 않는 신선하고, 놀라운 발생학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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