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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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도구화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우리를 지키고 이끌어줍니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우리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도구화된 시대에서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이야말로 삶의 진짜 의미를 되찾아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쓸모없는 일을 하세요. 쓸모없음이야말로 최고의 선입니다!    p.67~68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그곳의 공영방송 라디오 강의 시리즈를 통해 유쾌한 철학 강의로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심리학자가 있다. 스벤 브링크만은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나온다라고 말하며, 소크라테스, 니체, 데리다, 로이스트루프, 머독 등 고금의 철학자로부터 길어 올린 10가지 삶의 관점을 제시했다. 특히나 영화나 소설, 일상 등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해 철학의 본질인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다루는 데 집중하고 있어 굉장히 대중적이고, 쉬운 철학을 보여 주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가라앉는 순간에 스토아철학이 말하는 마음의 평온으로 대응하는 노부부의 태도를 통해 칸트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다들 겁에 질려 바다로 몸을 던지거나, 달아나기 위해 다른 승객을 짓밟거나 난리인 상황에서, 노년의 한 부부는 선실에 남아 침대에 누워 서로를 다정하게 끌어안고 말없이 죽음을 기다린다. 그 온갖 소란과 공포 한가운데서, 곧 일어날 불가피하고 끔찍한 혼란 앞에서 그들은 평화롭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저자는 말한다. 영화 속 노부부는 분명 인간의 존엄성이라 불릴 만한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만약 우리가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우리는 과연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처럼 보낼 수 있을까. 사실 그런 상황에서 절제력을 잃었다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타이타닉의 노부부가 보여주는 존엄성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덕이라 부를 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존엄하게 행동할 능력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몹시 흥미롭고 도발적인 생각입니다. 우리는 대개 죽음을 한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몽테뉴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올바로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지요. 그의 표현을 빌리면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라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 그 의미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삶이 짧고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할지 모릅니다. 아무렇게나 스쳐 지나가는 욕망과 충동의 노예가 되며, 삶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p.230~231

저자에 따르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사실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철학자들의 10가지 생각은, 그 자체로 가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댈 만한 단단하고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 준다고 말이다. 10가지 생각은 아래와 같다.

1.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아리스토텔레스)

2.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칸트)

3.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니체)

4.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키르케고르)

5.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아렌트)

6.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로이스트루프)

7.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머독)

8.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데리다)

9.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카뮈)

10.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몽테뉴)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 10가지 생각과 철학들은 우리가 사는 시대와 무척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쓸모 없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그다지 실용적일 것 같지 않지만, 저자인 브링크만은 이쓸모 없음의 쓸모를 깨닫는 것이 오늘날 가장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관점들은 '이처럼 쓸모 없기에 더 쓸모가 있는,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가치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적 관점들이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할 만한 단단한 토대가 된다는 점에 있어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쓸모 없기에 더 쓸모가 있는,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궁금하다면,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믿고 의지할 만한 철학의 관점들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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