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링 서스펜스 - 구조와 플롯
제인 클리랜드 지음, 방진이 옮김 / 온(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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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를 키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물이 느끼는 불안감을 독자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인물을 따라다니면 몰입하게 된다. 게다가 그 안 좋은 일의 구체적인 내용(어디서, 언제, 무엇 등)이 곧장 밝혀지지 않을 때 더욱더 몰입한다. 불길한 예감 자체가 핵심 장치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허둥지둥 달려가면서 어깨너머를 연신 돌아본다. 불길한 예감이 모든 움직임에 배어 있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p.79

'서스펜스'란 영화, 드라마, 소설 에서, 줄거리의 전개나 기교의 발전이 관객이나 독자에게 주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는 기법을 말한다. 보통 추리물이나 공포물에만 사용하는 요소라고 장르물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순수문학부터 에세이, 자서전, 로맨스물 등 장르 불문하고 서스펜스는 정서적 긴장감으로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관객들이 극에 빠져들게 만들기 위한 핵심요소가 바로 서스펜스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서스펜스를 쌓고, 서스펜스의 틀을 잡고,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엮어 넣고, 서스펜스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의 기술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라고 말한다.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지 작가가 해야 할 일은 평범함에서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것이고, 이 책은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서스펜스는 바로 스토리텔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서스펜스가 없다면 독자들은 굳이 꾸역꾸역 끝까지 글을 읽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가 결코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서스펜스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카페로 한 남자가 들어간다. 그 남자가 기둥 뒤에서 낡은 자명종 시계가 1시에 울리도록 맞추는 것이 보인다. 자명종은 폭탄과 연결되어 있다. 근처 벽에 걸린 시계는 12 45분을 가리킨다. 시곗바늘이 조금씩 움직인다. 12 49분이다. 사람들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다. 12 52분이다. 어떤 여자가 웃음을 터뜨린다. 12 57분이다. 두 사람은 이제 커피를 다 마셨다. 12 59분이다. 어떤 기분이 드는가? 당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숨을 죽인 채 폭탄이 터지기만 기다릴 것이다. 또는 어디선가 영웅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해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독자나 관객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런 접근법은 15분간의 서스펜스를 낳는다.   p.164

이 책은 2016년 애거사상 베스트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제인 클리랜드는 '조시 프레스콧 골동품 미스터리 시리즈'를 쓰는 코지 미스터리물의 작가이자, 작가 지망생을 위한 주말 창작 워크숍과 회고록 쓰기 과정 등 다양한 글쓰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플롯과 이야기의 개오를 짜고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시작해, 긴장감을 불어넣고 서스펜스를 쌓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작법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대목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 10여 편을 예로 들어 이야기의 구조와 플롯 또는 개요에 서스펜스를 녹여 넣는 법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기존 작품을 분석하는 재미와 함께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팁들을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글쓰기와 작법에 관한 책은 꽤 많이 읽어 왔지만, 이 책은 독특하게도 '서스펜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궁금했었다. 막상 읽어 보니 '서스펜스'를 활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글쓰기 방법을 모두 알려주고 있어 작법 책으로도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개요를 작성하고, 플롯을 짜고, 보조플롯을 더하고, 서스펜스를 빚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등 전반부에는 이야기를 구상할 때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알려 준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야기를 쓰는 실전 작업에 돌입해 독자들의 머릿속으로 작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효과적인 문장 쓰는 법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스펜스를 사용하는 방법, 결말과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수정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모든 요소들을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알려주는 이론들을 실전에 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연구와 연습문제도 수록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공부를 할 수도 있는 책이라 더 좋았다. 그러니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만화, 웹툰, 웹소설, 에세이 등 모든 서사 장르의 작가 지망생과 기성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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