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인공은 이 동물 왕국에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날개 달린 녀석들이 날아가서 톱 하나 훔쳐 오는
게 문제가 될 것 같나?"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 이야기는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따지면 이곳에 우리가 함께 있는 것도 개연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야."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
p.94
우리의 주인공 조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다른 가족이라곤
없었으므로,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조니의 인생에서 가장 난관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난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조니의 할아버지는 둘만 있을 때도 줄창 욕을 했던 성격이
나쁜 사람이었다. 조니의
유일한 친구는 ‘전염병과 기근’이라는 이름의 닭 한 마리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시장에 가서 닭을 팔아 먹을 것을 좀
사오라고 시킨다. 조니는 그
닭을 사랑했고 녀석의 처지를 가엽게 여겼지만,
어쩔 수 없이
'전염병과 기근'을 데리고 시장으로 향한다. 평생 집 밖에 나와 본 적이 없었던 조니에게는 거리에서 보이는 광경들은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조니는 구걸하는 노파에게 자신은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만, 만약
이 닭을 데려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수 있다면 데려가도 좋다고, 닭을 건네준다. 노파는 조니에게 보답으로 담청색 씨앗을 한 움큼 꺼내어
주고, 씨앗을 심어 꽃이 피고
그것을 먹으면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한다.
조니는 그 말대로 씨앗을 심고 정성스레 돌보아 핀 꽃을 먹고,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하여 외롭던
조니에게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생기게 되고,
그들과 함께 숲 속에 있던 어느 날 조니는 올레오마가린 왕자가 납치됐으며 그를 구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보게 된다.
"내 잘못이 아니야. 네가 결말로 건너뛰자고 했고, 그 바람에 이 특별한 닭의 인생에 일어난 놀랍고도 행복한 사건들이 생략된
거야."
"누구 잘못인데?" 족제비가 물었다.
"물론,
조니가 이 닭과 다시 만나야 할 논리적인 이유는 없어. 말이 안 되지. 하지만 논리와 사실은 별개야. 그리고 이 문제에서 사실은
이거야. 이제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고 닭은 돌아왔다는 것." p.144
1879년,
마크 트웨인은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두 딸의 청으로 잡지에 나온 그림을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가난한 소년
조니가 마법의 씨앗을 얻고, 납치된 왕자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이야기이다.
후에 마크 트웨인은 대략적인 스토리를 16쪽에 걸쳐 정리했다. 이 문서는 사후 약 100년 후인
2011년에야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트웨인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되었고,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부부,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가 작품을 완성한다.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남긴 단 한 편의
동화는 필립이 트웨인과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하면서 쓴 이야기와 에린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우아한 삽화를 통해 100년 만에 세상에 보여지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이 해준 이야기를 필립 스테드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일종의 액자 구성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 마크 트웨인과 필립 트웨인이 이야기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그래서 닭은 어떻게 되었냐며, 노파는 죽었냐고, 혹은 개연성이 없다는 식의 대화를 나눈다.
동화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그들의 만담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가난한 소년 조니가 마법의 씨앗을
얻고, 납치된 왕자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이야기 자체도 아름답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우아한 삽화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고전적 재료와 최첨단 기법, 예를 들면 목판, 잉크, 연필, 레이저 커팅 등을 조화롭게 사용해서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색채감이 이야기와 너무도 잘 어우러져 너무 예쁜 그림책으로 완성되었다.
시간을 거슬로 우리 앞에 찾아온, 선량한 이들의 명예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마크 트웨인 특유의 독창성과 유머 감각이 반짝이는
아름답고, 따뜻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