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네산맥을 넘어서면 스페인
론세스바예스의 산티아고 성당이 나타난다. 산티아고 대성당과 그 이름이 같다.
이는 산티아고 성당이 스페인의 실질적인 관문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 성당에서 팜플로나 대성당으로 이르는 길은
중세 나바라 왕국의 길이다. 피레네 산줄기가 들판에 낮게 내려앉는 곳에 팜플로나 대성당이 성벽을 두르고 서 있다. 중세 팜플로나 대성당은 수도원과 병원과 대학을
갖춘 복합 종교 단지였다.
p.59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길을 스페인어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 부른다. '산티아고의 길'이라는 뜻이지만,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세기
후반으로 교황이 방문하고, EU가 유럽 문화유적으로 지정하고,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길을 체험하고 출간한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전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길을 따라 세워진
중세 요새와 마을, 석조
건물과 성당들이 옛 자태를 뽐내며 그대로 남아 있기에 과거의 길을 걷는 느낌도 준다.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은 가우디다>에 이은 김희곤 작가의 "스페인 3부작”의 완결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간 많은 책들을 통해 국내에 소개돼
왔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여행
가이드북 내지는 여행 에세이의 성격을 가진 책들이었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길’만 놓여 있지 않다. 그 길이 아름답다는 사실보다 그 길이 그곳에 놓여
있는 이유가 우리에겐 중요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대성당과 대성당,
중세인들의 영혼으로 구축된 건축과 건축을 연결하는 길이다. 이 책에는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이 직접 걸으며 조망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정리한 글들과 직접 그린 건축
스케치들, 직접 찍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세 사람들은 사람이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대지의 끝을 ‘피스테라’라고
불렀다. 중세 모든 대성당과
성당들은 하나같이 동쪽에 제단을 세우고서 피스테라가 있는 서쪽을 바라봤다.
해가 지는 대서양에 면한 피스테라는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며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암시했다. 육체의
발길이 멈추는 무시아와 피스테라는 신화의 세례를 받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유적들이 산티아고의 발코니처럼 남아 있었다. p.309
최근에 <스페인 하숙>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촬영지는 순례길
막바지에 자리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라는
마을이다. 출연자들은 그곳에
알베르게(저렴한 숙박
시설)를 차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그곳에 들러 먹고,
자고,
따뜻한 응원을 받는다. tvN
〈스페인 하숙〉의 김대주 작가는 “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천 년의 건축물들이 영혼을 위로하는 길은 오직 산티아고에만
있다”고
말하며,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방송을 통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깊이있게 728킬로미터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장정을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로 시작해서 순례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눈부신 건축물들로 시선을 돌린다.
대성당과 대성당을 잇는 순례길을 스폐인 건축 전문가가 걷고 있으니, 보통의 여행객들이 바라보는 시선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놓인 하나하나의 중세 건축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생생한 컬러 사진들과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건축 스케치들이 모여 실제로
스페인에 가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