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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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들이 범죄로 기소되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그것에 기초하고 있다. 빌어먹게도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를 알아볼 수 있었다. 거짓말쟁이들은 갖지 못하는 표정이 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상실과 고통이 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도로 부당하다는 느낌. 나는 이런 사건들을 아주 많이 겪어왔기에 그것이 눈 한구석에 드러난 불꽃처럼 춤추는 것을 거의 알아볼 수 있었다.    p.63

할리우드의 막 떠오르는 스타, 최고의 영향력 있는 젊은 커플 로버트 솔로몬과 아리엘라 블룸은 막 결혼한 참이었다. 두 사람은 장편 공상과학영화에 주인공으로 낙찰되었고 리얼리티 시리즈 계약에 서명했다. 그들은 너무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엘라와 경호실장이 나체 상태로 침실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그 현장을 목격한 것은 바로 남편인 로버트였고, 경찰 당국은 곧바로 사건 용의자로 로버트 솔로몬을 지목한다. 범인이 남긴 흉기와 표식에서도 로버트의 지문과 DNA가 발견되면서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리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제 바로 그 세기의 재판이 다음 주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스타들의 공식 소송자로 유명한 루디가 LA 뒷골목을 떠돌던 사기꾼 출신 변호사 에디의 뛰어난 능력을 눈여겨보고 그를 스카웃하기 위해 제안을 한다. 이 도시 역사상 가장 큰 형사재판에서 차석변호인을 맡을 생각이 있냐고. 하지만 방송에서 본 내용으로 미루어 에디는 로버트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죄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거절한다. 루디는 뉴욕 경찰이 그에게 살인범의 누명을 씌운 거라고 자신하고, 실제 의뢰인인 로버트를 만나고 나서 에디도 그가 결백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재능의 배우였다. 과연 로버트는 자신의 아내와 경호실장을 충동적으로 살해한 범인일까.

 

"나에 대해 좋은 말을 들었다면 아마 전부 사실이 아닐 겁니다. 나쁜 말을 들었다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거고요." 내가 말했다.

그는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대기에서 적대감을 빨아 들이듯.

"당신들이 '최고'의 게임을 준비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사분들. 그게 필요할 거요." 프라이어가 말했다. 그는 바비를 계속 지켜보면서 검사석으로 다시 걸어갔다.   p.238

이야기는 변호사 에디와 천재 연쇄살인마 케인의 시점에서 각각 교차 진행된다. 에디가 재판에 참여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한 축이고, 케인이 배심원석에 앉게 되기까지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단계와 실제 재판이 벌어지면서 그가 벌이는 갖은 술수가 나머지 한 축이다. 법정 안팎에서 펼쳐지는 살인범과 변호사의 불꽃 튀는 진검승부를 다루는 작품이야 기존에 많았겠지만, 살인범이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참신하다 못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인권변호사로 활동 중인 작가 스티브 캐버나의 탄탄한 법적 지식을 배경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독창적인 플롯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티브 캐버나가 존 그리샴, 마이클 코넬리의 뒤를 잇는 법정 스릴러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이 장르의 차세대 대표주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케인은 과연 어떻게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정되는 배심원단에 들어갈 수 있엇을까. 왜 그는 로버트에게 누명을 씌우고 법의 심판으로 유죄를 선고받게 하려는 걸까. 에디는 배심원석에 있는 그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을 까. 너무도 명백하게 유죄로 몰린 로버트는 누명을 벗을 수 잇을까. 페이지를 넘길 수록 궁금증은 늘어만 가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속도를 자랑하는 작품이었다. 마이클 코넬리, 리 차일드, 이언 랜킨 등 전 세계 거장들이 극찬했다는데, 다들 이 작품의 기발함과 독창적인 구성, 영리한 함정과 플롯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의 독창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법정 스릴러물은 웬만큼 읽어 봤다 싶은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며 감탄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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