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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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누구를 만나도 괜찮다. 어느 때고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다. 바짝 긴장되면서 자신감이 살짝 붙는다. 이런 느낌을 주는 질 좋은 흰색 셔츠가 나의 기본 아이템입니다.

레귤러 칼라 셔츠, 싱글 커프스의 지극히 정통파적인 것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리넨을 걸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옥스퍼드 옷감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p.22

일본 셀렉트 서점의 시작으로 평가 받으며, 책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찾아가는 명소가 된 카우북스의 대표이자 41세의 젊은 나이에 잡지 「생활의 수첩」의 편집장에 취임하는 등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프로패셔널 마쓰우라 야타로가 자신만의 기본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먼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생활 속 자신만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나다움'이라고 그는 말한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편적인 취향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 있는 무엇을 찾는 분위기는 아마도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책은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다움을 표현하는 옷차림의 기본, 나 자신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생활의 기본, 그리고 나만의 규칙을 세우는 일의 기본이라는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나만의 기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질 좋은 기본 셔츠 한 장만 있으면 다양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결국 질 좋은 셔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무슨 셔츠 하나에 이런 힘이 있겠냐 싶은 생각이 든다면, 한번 잘 생각해보라.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출근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자신이 어떠했는지. 불편한 셔츠를 입었을 때 남 앞에서 겉옷을 벗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얼마나 난감했는지를 말이다. 물론 값비싸고 화려한 옷일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에게 잘 맞는, 자신의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어떤 옷과도 스타일링을 해볼 수 있는 그런 기본 셔츠면 충분하다.

'할 생각이다'라는 말은 버리세요.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요. 엄격한 규칙이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일을 잘할 수 없습니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안일하고 애매한 마음가짐으로 일터에 나와서는 안 됩니다.   p.218

저자의 집에는 아내와 딸과 자신, 각각 세 사람의 개인 공간이 있다고 한다. 모든 방에 천연섬유로 된 커튼이 걸려 있고, 각자 침대가 있고, 사소한 소지품이나 공유하지 않는 개인 소유물은 모두 자신의 방에 둔다고 한다. 문은 잠겨 있지 않으나 서로의 방에 들어가거나 간섭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 공간' '세 사람의 공유 공간'을 선명하게 나누어 생활하는 가족을 본 적이 없는 터라 굉장히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각자가 개인의 세계를 가지면서 공동생활을 한다'는 가족의 모습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가족도 소중히 여긴다는 말에도 공감이 되었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말도 너무나 이해가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가족과 함께 살 때 온전한 '개인'인 나로 있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이런 방식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을 입고 먹고 생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의식주와 일을 중심으로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사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 그러한 것들이 나라는 한 인간을 만들고 있는 모든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나답게'라는 말을 잊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가면서, 어느 정도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 하는 어른이 되면서 나만의 개성, 색깔 그런 것들을 누르고 지내다 보니 점점 더 나다움이란 게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으니 말이다. 그러니 겉치레와 시답잖은 자존심에서 생겨나는 거짓으로 치장된 모습으로 살아온 것이 비단 저자의 이야기만은 아닐 거란 말이다. 그렇게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 마음을 온전히 열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기본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일과 생활, 인간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기본이라는 건 매우 심플한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을 생활 속 자신만의 기본으로 삼는 것 역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있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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