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56 - 본기, 세가, 열전, 서의 명편들 현대지성 클래식 9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안영이 오늘 살아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마부가 되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즐겁고 부러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이 이토록 찬미했던 사람은 바로 안영이다. 사마천은 왜 그토록 안영을 찬양해마지 않았던가? 사마천은 특정 인물의 행동과 개성화된 언어로써 인물의 내면 세계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글에서도 그러한 면모는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연 사마천이 그토록 앙모하던 안영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탐색해 보도록 하자.    p.385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함께 인물 전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이다. <사기>사성이라 불리는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쓴, 모두 130 52 6 500자로 이루어진 역사서이다. 전체 이야기가 총 130편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인데, 사실 지나치게 방대하고 또 현대에 이르러 효용성이 없는 부분도 적지 않기에 이 책에 사기의 정수를 계승하되 뜻이 깊고 문장 구성이 탁월한 56편을 중국 전문가 소준섭 박사가 엄선하여 한 권에 담았다. 그래서 제목이, 사마천 가시 56>이 되었다. 하지만 56편 단권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만한 분량은 아니다. 페이지수가 976쪽에, 각주만 해도 총845개에 달하는 책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외부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기>야말로 오늘날까지 중국의 문화와 정신을 면면히 조형해 온 중요한 역사적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루쉰은 《사기》를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했고, 마오쩌둥은 전쟁터에서도 항상 <사기>를 들고 다녔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사 흥망성쇠의 비밀을 풀어낸절대 역사서이자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과 삶의 지혜를 담아낸 최고의인간학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기>를 제대로 한 번, 정확히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번에현대 지성 클래식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에 맞춰 표지가 변경되어 새롭게 출간되었기에 벼루던 작품을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여기에서 사마천은 혜왕의 무능과 우둔함을 폭로하는 한편 악의의 확 트인 흉금을 동시에 선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한편 사마천은 기이한 일을 좋아하여 기이한 사건을 즐겨 묘사하였지만 <전단 열전>은 사마천의 문장 중에서도 백미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청나라 시기 문학평론가 오견사는 "전단은 전국 시대 제1의 기인이고, 화우는 전국시대 제1의 기사로서 태사공 제1의 기문으로 되었다."라고 평하였던 것이다.   p.548

<사기> '본기' '세가', '', '', 그리고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있는 '본기'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각 편을 시작하기 전에 소준섭 박사가 관련된 해설이 실려 있어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과 사건 등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기존 역사 기재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인식태도로서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인물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반영했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기 이전 시기에 역사란 단지 왕후들의 역사로만 국한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기>는 평민의 입장으로 평민의 시각에 의하여 평민의 정서로써 역사를 파악하고 역사를 기술했으며 역사를 해석했다. 그리하여 역경에 처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고, 영광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영광을 지키는 이치를 깨닫게 되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처세의 도리를 터득하고, 경제를 하는 사람은 경제의 원리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는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인생의 처세를 알고자 하는 이에게는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유 방식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사기의 완역이 일종의 유행으로 되었지만, 이 책을 만나고 보니 이렇게 정수만 모아서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전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책이 되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오래된 고전을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가 직접 읽고 있다는 그 순간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