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안영이 오늘 살아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마부가
되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즐겁고 부러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이 이토록 찬미했던 사람은 바로
안영이다. 사마천은 왜 그토록
안영을 찬양해마지 않았던가? 사마천은 특정 인물의 행동과 개성화된 언어로써 인물의 내면 세계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글에서도 그러한 면모는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연 사마천이 그토록
앙모하던 안영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탐색해 보도록 하자. p.385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함께 인물 전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이다. <사기>는 ‘사성’이라 불리는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쓴, 모두 130권 52만 6천 500자로
이루어진 역사서이다. 전체
이야기가 총 130편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인데, 사실
지나치게 방대하고 또 현대에 이르러 효용성이 없는 부분도 적지 않기에 이 책에 사기의 정수를 계승하되 뜻이 깊고 문장 구성이
탁월한 56편을 중국 전문가
소준섭 박사가 엄선하여 한 권에 담았다. 그래서 제목이, 사마천 가시 56>이 되었다. 하지만 56편
단권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만한 분량은 아니다.
페이지수가
976쪽에,
각주만 해도 총845개에 달하는 책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외부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기>야말로
오늘날까지 중국의 문화와 정신을 면면히 조형해 온 중요한 역사적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루쉰은 《사기》를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했고, 마오쩌둥은
전쟁터에서도 항상 <사기>를
들고 다녔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사 흥망성쇠의 비밀을 풀어낸
‘절대 역사서’이자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과 삶의 지혜를 담아낸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기>를 제대로 한 번, 정확히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번에 ‘현대 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에 맞춰 표지가 변경되어
새롭게 출간되었기에 벼루던 작품을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여기에서 사마천은 혜왕의 무능과
우둔함을 폭로하는 한편 악의의 확 트인 흉금을 동시에 선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한편 사마천은 기이한 일을 좋아하여 기이한 사건을 즐겨
묘사하였지만 <전단
열전>은 사마천의 문장
중에서도 백미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청나라 시기 문학평론가 오견사는
"전단은 전국 시대 제1의 기인이고,
화우는 전국시대 제1의 기사로서 태사공 제1의 기문으로 되었다."라고 평하였던 것이다. p.548
<사기>는
'본기'와
'세가',
'표',
'서',
그리고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있는 '본기'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각 편을 시작하기 전에 소준섭 박사가 관련된
해설이 실려 있어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과 사건 등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기존 역사 기재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인식태도로서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인물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반영했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기 이전 시기에 역사란 단지 왕후들의 역사로만 국한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기>는
평민의 입장으로 평민의 시각에 의하여 평민의 정서로써 역사를 파악하고 역사를 기술했으며 역사를 해석했다. 그리하여 역경에 처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고,
영광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영광을 지키는 이치를 깨닫게 되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처세의 도리를
터득하고, 경제를 하는 사람은
경제의 원리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는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인생의 처세를 알고자 하는 이에게는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유 방식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사기의 완역이 일종의 유행으로 되었지만,
이 책을 만나고 보니 이렇게 정수만 모아서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전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책이 되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오래된 고전을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가 직접 읽고 있다는 그 순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