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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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를 설명하겠다는 이론 중 상당수는 일반적이지만 아마도 잘못된 것일 한 개념에 토대를 둔다. 깨어 있을 때 온갖 일들에 심란해졌기에, 바로 잡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상태가 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를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 잠이 대단히 유용한 것이라면? 우리의 모든 측면에 생리적으로 유익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생물은 왜 굳이 깨어나는 것일까?   p.89

나의 평균 수면 시간은 다섯 시간이다. 몸이 안 좋거나 조금 피곤한 날은 여섯 시간 이상 자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다섯 시간 혹은 그 아래이다. 잠이 건강에 중요한 것도 알고, 잠을 푹 자야 피로가 회복되어 다음날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는 시간을 언제나 줄여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평생 수명의 3분의 1 시간 동안 잠을 잔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라. 깨어 있는 시간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만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만큼 다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데.. 대체 왜 잠을 자는 데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인가. 솔직히 나는 잠을 자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대체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이 책은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의학 분야의 전문가인 매슈 워커가 늘상 잠을 미루며 삶을 깎아먹는 이들에게 전하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간 잃어버린 잠의 세계로 인도하는 부드러운 초대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면 의학의 최전선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잠의 이모저모를 과학적 근거들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잠의 놀라운 능력을 통해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방법을 탁월한 통찰로 제시한다. 잠이란 무엇이며, 사람은 얼마나 자야 하는지, 수면과 수면 부족의 좋은 점, 나쁜 점, 치명적인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수면에서 과학적으로 설명된 꿈이라는 환상적인 세계를 거쳐 불면증을 비롯한 많은 수면 장애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부족한 잠이 당신을 죽이는 방법은 많다. 시간이 걸리는 방법도 있고, 훨씬 더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방법도 있다. 가장 적은 수면 부족에도 지장이 생기는 뇌의 기능 중 하나는 집중력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이 집중력 상실이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는 졸음운전이라는 형태로 가장 명백하면서 치명적으로 펼쳐진다. 미국에서는 매시간 누군가가 피로와 관련된 운전 실수로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p.196

잠은 학습하고, 기억하고, 논리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능력 등 뇌의 다양한 기능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잠이 매일 우리의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은 놀랍다. 그렇다면 반대로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고 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암, 알츠하이머, 당뇨병 등에 취약해지고, 삶의 질도 나빠지며, 체중이 늘어나게 되고, 뇌의 기능 중 하나인 집중력 상실을 가져와 운전 중 사고가 날 확률도 높아진다. 저자는 수면이 우리의 삶, 건강, 수명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이해된 행위라고 말한다. 아주 최근까지도 과학은 우리가 왜 잠을 자며, 수면이 우리의 몸과 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잠을 못 자면 건강에 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지와 같은 질문들에 아무런 답을 내릴 수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진화적으로 봤을 때도 잠을 자는 동안은 그 어떤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가 없으니, 매우 비생산적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생물이 잠을 잔다는 것은 피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엄청난 혜택이 존재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수면 시간은 몇 시간이 적당할까? 세계 보건 기구와 미국 국립 수면 재단은 어른이 하룻밤에 평균 여덟 시간을 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선진국을 통틀어서 성인 중 3분의 2는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만성 수면 부족 사회에 접어들었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의 병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에서 알려주는 '명백한 잠의 혜택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잠을 줄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며 살아온 당신에게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잠을 자야 한다고. 잠을 푹 자게 되면 다음 날, 음식을 덜 먹고 더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며, 머리가 더 맑고 더 행복하고 더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될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인 관계도 나아지고, 업무 효율도 올라가고, 질병에 덜 걸리고, 체중, 혈압, 약 투여량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바로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남은 3분의 2를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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