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여행을 떠났을
때, 그곳이 도시라면 항상
야경을 보고 온다.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들로 수 놓인 빌딩숲은 낭만적인 야경을 만들어 너무도 아름답다.
여행지에는 아예 야경 투어나 야경을 볼 수 있는 관광지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밤의 경치는 그렇게 그림처럼 예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그 풍경들은 천차 만별일 것이다. 화려한 조명의 빌딩숲에는 야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다크 서클이 내려 앉은 직장인들이 가득할 지도 모르고,
고층 아파트의 집들엔 화목한 가정도 있겠지만, 다툼을 하거나, 서로를 미워하거나, 혹은 각자 자신의 방에서 고독해하는 사람들 등 여러 모습일 테니
말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바로 그렇게 여러 대상의 안과 밖
풍경을 번갈아 보여 주며 한쪽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책은 웅진 모두의
그림책 18권으로, 2015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 마티아스 아르귀 듀오의 작품이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작품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데, '안을 보는' 것과 '밖을 보는' 것은 마치 거울의 이면처럼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글자도 거꾸로
쓰여져 있고, 표지 앞면의
그림과 뒷면의 그림이 안에서 보는 풍경과 밖에서 보는 풍경을 각각 보여주고 있다.
안에서 보면 깎아 지른 절벽 위에 있는
성 주변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보면 이는 스노우볼 안에 있는 미니어처 장식이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는 작가의 말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의 '안'을
들여다보도록 했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잘 차려입은 여인이 강가로 피크닉을 와서는
사과를 베어 먹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안에서 보면 잘 익은 빨간 빛깔의 먹음직스러운 사과 내부는 이미 애벌레가 다 파먹은 상황이다. 안에서 보면 운전자의 시선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데, 밖에서 보면
운전자의 차 뒤로 차들이 줄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정체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이 그림책은 안과 밖의 풍경과 그 온도차이를 보여 주면서 세상의 다양한 이면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물 안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개구리처럼, 살다 보면
바깥세상의 형편도 제대로 모르면서 자기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경험이 적어서 보고 들은 게 별로 없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한쪽 방향만 바라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바로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거 아니냐고? 천만에. 이런 그림책은 어른들에게도 마법처럼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바로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세상 혹은 계속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는 세상을 보여주는,
놀라운 상상력을 선물하는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광산, 들판, 바다 등 드넓은 자연 세계는
물론 <미운 오리
새끼> <라푼젤> 등
고전 동화까지 경계 없이 넘나들며 세상 곳곳의 안과 밖을 보여 준다.
명암을 생략한 채색과 본질적 형태를 강조한 형상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작가들의 작품이라 이야기가
없어도 이미지만으로 서사를 만들어 낸다. 대상의 안과 밖 풍경이 만날 때 비로소 탄생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매일 같은 일만 하다가 머리가 굳어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아이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가르쳐주어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