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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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수유하고 양육하고 보호하고 먹이는 것은 아주 소중한 생식 자원이다. 소중한 자원을 가진 쪽은 그것을 아무렇게나 낭비하지 않는다. 과거의 진화 역사에서 여자는 섹스를 한 결과로 큰 투자를 하는 모험을 무릅썼기 때문에, 진화는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르는 여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배우자 선택을 까다롭게 하지 않은 여자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 번식 성공률도 낮을 뿐만 아니라, 자녀 중에서 생식 시기까지 살아남는 비율도 낮았다.    p.184~185

사람을 연구할 목적으로 만든 심리학이라는 과학 분야에는, 생각보다 종류가 아주 많다. 마음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하는 '인지심리학',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사람이 평생 동안 심리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연구하는 '발달심리학',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 문화 사이의 차이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 마음의 기능 장애를 연구하는 '임상심리학' 등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심리학들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진화심리학은 이 모든 하위 분야들을 통합할 만한 이론이다. 진화심리학의 가장 흥미진진한 측면이 바로 사람의 행동을 통합적으로 기술하려는 노력에서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과 그 밖의 행동과학 분야들에서 나온 증거와 설명을 통합하는 틀을 약속한다는 데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기본적 생존’, ‘()과 짝짓기’, ‘양육과 친족’, ‘집단 생활의 영역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왜 사람들이 뱀을 무서워하는지부터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과 심리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분량이 방대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대목도 많은 책이다. 왜 배가 부른데도 달콤한 후식을 먹을까? 고모보다 이모가 조카를 더 아끼는 것은 왜일까? 여자는 왜 목소리가 낮은 남자를 좋아하는가? 남자는 왜 긴 머리 여자를 좋아하는가? 사람의 행동은 단순한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인간 본성과 행동에 대한 수수께끼들을 푸는 과학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식은 부모에게 일종의 운반 수단이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그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자식이 없다면 그 사람의 유전자는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유전자 운반 수단으로서 자식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연 선택이 부모에게서 자식의 생존과 번식적 성공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기제를 선호할 것이라고 보는 게 당연하다. 짝짓기 문제를 제외한다면, 자신의 자식이 살아남아 번성하도록 보장하는 것만큼 중요한 적응 문제는 없다.    p.323

진화심리학의 토대를 세운 핵심적인 연구가,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인간 행동은죽이기짝짓기. 그는 1984년부터 약 5년 동안 전 세계 6개 대륙 및 5개 섬, 37개 문화권에 사는 1 4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적 행동과 심리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책은 그런 데이비드 버스가 진화심리학을 종합하기 위해 쓴 책으로, 아직까지 체계적인 진화심리학 교과서가 없었던 1999년 초판 출간되어 미국과 유럽 대학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으며, 판을 거듭하며 내용을 보강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을 탄생시킨 과학 운동부터 현대적인 진화론의 체계가 잡히기까지 진화론의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고, 진화론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오해를 살펴본다. 현대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기초부터 자세한 자세한 연구 내용들 및 가장 중요한 통찰과 최신 동향까지 집대성한 책이다.

 

 

마치 전공 서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커다란 판형에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는 양장본이지만, 생각보다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진화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흥미로운 사례가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진화한 심리 기제로 바라본 배우자 선호 방식에 대한 항목도 흥미로웠는데, 실제로 여성이 남성보다 배우자의 경제적 자원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에 반해 남자는 외모와 매력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월등히 많은 보살핌을 자식에게 제공하는 가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이 있었는데, 사람의 양육 행동을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내용들이라 역시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가 사회적인 통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사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매우 과학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가치를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은 씁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운반하는 수단이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점점 가치가 없어지는 반면, 자식은 부모에게 점점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가 번식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점점 사라져 가니, 부모에게 어른이 된 자식의 가치는 자식에게 부모가 지닌 가치보다 훨씬 크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따라 명백한 예측 한 가지가 나오는데, 이는 가치가 적은 사람은 살해당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 자식이 부모를 죽일 가능성이 부모가 성인 자식을 죽일 가능성보다 크다며, 그에 따른 사례와 통계를 보여주는데, 섬뜩하고 오싹하기도 했다.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의 현대적인 원리들을 종합해 삶의 문제들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진화심리학은 현대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학문이자 21세기 통섭 연구의 미래이다.  이 책은 종종 악용되거나 오해 받는 진화심리학의 오해를 풀고 미래의 전망을 밝히는 진화심리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러한 진화심리학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예측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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