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넌 언제가 행복해?"

아들한테 물으니 일 초도 안 돼 돌아온 대답.

"엄마가 웃을 때. 난 엄마가 슬플 때 제일 슬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 그럴 때마다 가끔 궁금해진다. 나는 엄마한테 어떤 아기였을까?... 그때의 나는 엄마를 어떻게 행복하게 했을까?   p.85

라디오 작가인 딸의 방송을 듣고 매일 같이 문자로 안부를 묻던 엄마를 떠나 보내고 7,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던 엄마와의 기억을 꺼내 본다. 내 모든 일에 나보다 더 아파하고 기뻐하던 엄마, 잠이 오지 않는 숱한 밤마다 어둠 속에서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누구나 살면서 언젠가는 지독한 상실을 경험하게 마련이다. 평생 살 수 있는 사람이란 없을 테니 말이다.

'당신도 알고 있었나요? 당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 삶이던 한 사람을, 당신이 삶을 견디도록 내내 함께하던 그 사람을.'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나 키웠어? 라는 생각을 우리가 하게 되는 건, 내 자식을 낳아 키우게 되고 나면서부터이다. 우리의 부모들이 내가 속을 썩일 때마다 한숨처럼 내뱉던 그 말, "너도 너랑 똑같이 닮은 자식 새끼 낳아봐라. 그때는 내 마음 알 거다."라는 대사가 비로소 체감이 되는 순간, 그제야 내가 부모가 되면서 다시 한번 더 자식이 되어, 내 부모의 소중함과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여자들은 자주 아프다. 생리통부터 배란통, 출산, 갱년기까지. 아프면서 늙어 간다. 그런데 아내가 아프면 철없는 남편들은 말한단다.

"왜 또 아파? 365일 맨날 아파."

엄마들은 딸이 아프면 말한단다.

"자꾸 아파서 어떡하니. 엄마가 지금 갈까?"

이러니 여자들은 마음에 엄마를 품고 살 수밖에 없다.   p.149

저자는 '존재 자체가 위로인 아이를 키우는데, 가끔 두렵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지 날마다 깨닫기 때문이라고. 나 역시 그렇다. 아이는 내게 가장 기쁨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니 말이다. 아이가 잘못한 일을 혼낼 때, 안 그래도 힘겨운 날 더 떼쓰고, 사고를 치곤 할 때, 내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 부었다가 깜짝 놀라 나를 다시 돌아보곤 한다. 이렇게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쳤을 나의 엄마를 떠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가 얼마나 자식들을 힘들게 키웠는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우리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매 페이지마다 내 마음을 쿡쿡 찔러 댄다. 저자가 펼쳐 놓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내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저자의 진심이 오롯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도, 아직 엄마가 없는 내 삶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허리가 굽고, 자주 아프고, 어제보다 더 늙어 가는 엄마에게 여전히 철 없는 딸이라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끔 짜증내고, 투정부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고 누군가의 부모가 된 나에게 아직도 얼굴만 보면 밥 먹었냐고 챙기는 우리 엄마. 그러한 엄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 줘서, 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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