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홀릭 1 - 내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몬스터
에밀 페리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에서 깨긴 했지만 저 밖에 '군중'이 실제로 있으며,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정말로 끝장낼 수 있다는 걸 안다. 군중이 나를 '죽일까봐' 두려운 게 아니다. 먼 훗날 나까지 자기들처럼 만들까 봐 끔찍한 거다. '못되고 평범하고 따분하게'. 그들의 직업 때문에, 즉 튀김 전문 요리사나 간호사, 농부라서 못되고 평범하고 따분하다는 게 아니다! 그들 대다수는 자기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사는 것만 믿는다. 그래서 "괴물 같은 게 실제로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건 진짜가 아니야."라고 내뱉는다...하지만 코앞에 있는데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얼마든지 있다.   - 1권 중에서-

세계대전도 히틀러도 사라진 1960년대 말 시카고, 세상은 여전히 폭력과 차별이 난무한다. 늑대소녀가 실재한다는 환상 속에 사는 소녀 캐런은 매일 밤 자신이 진짜 괴물로 변신하는 것을 상상한다. 사람들은 괴물 같은 것이 진짜로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캐런은 어쩌면 괴물이 우리 코앞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캐런의 집 위층에 사는 앙카 실버버그 부인이 아주 기이한 죽음을 맞게 된다. 가슴 부위에 총을 맞았고, 집의 앞문과 뒷문이 전부 안에서 잠겨 있었다며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리지만, 캐런은 믿을 수 없었다. 앙카 아줌마는 언제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우울해 보였지만, 캐런이 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기도 했다. 앙카 아줌마는 캐런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거의 매일 아침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호밀빵 두 쪽을 손에 쥐여 주곤 했었다.

 

아버지 없이 편모슬하에 사는데다, 독특한 외모와 성격 덕분에 캐런은 학교에서 친구가 전혀 없었다. 수업시간에는 괴물을 그리다가 공책을 압수당했고, 집에서 만들어 간 밸런타인데이가 너무 섬뜩하고 잔인하다고 야단을 맞는다. 그리고 돌아간 집에서 아침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던 앙카 아줌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캐런은 밸런타인데이에 가슴에 총을 맞은 앙카 아줌마의 자살 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 꼬마 예술가 캐런은 오빠와 엄마를 포함해서 앙카 아줌마의 남편과 주변 이웃들에 대한 알리바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남들과 다른 걸 두려워하지 않는 캐런은 오빠에게 빌린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쓰자 자신이 진짜 탐정 같다고 느낀다. 주위의 모든 것이 단서로 느껴졌고,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 도시 구석구석을 관찰한다. 앙카의 남편인 실버버그 씨를 찾아 갔다가 앙카가 남긴 녹음 테이프를 듣게 되고, 앙카 아줌마가 1920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유태인이라는 걸을 알게 된다. 앙카는 나치 독일의 홀로 코스트 생존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앙카의 목소리를 통해 2차 대전 당시 유태인으로 학대 받던 한 여성의 삶과 여전히 인종, 여성 차별이 난무하는 60년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놀라울 정도로 기괴하게 펼쳐진다.

 

 

난 어른들의 진실을 안다. 애들의 눈에 어른은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의 어른들은 감옥에 갇혀 살아간다. 그렇다면 누가 그들을 가둬놓고 있는지 궁금할 거다. 내가 살펴본 바로는, 10명 증 9명은 자기 자신의 유령에게 속박돼 있다.   - 2권 중에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가 문학성과 예술성이 강한 형식과 양식을 갖추고 나타난 만화라고 할 때, 아마도 에밀 페리스의 이 작품은 그 이름에 가장 걸 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장르가 만화책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 어른을 위한 만화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역시 그러한 표현에 걸맞게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그림과 스토리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에밀 페리스의 그림은 기괴하고, 공포스럽지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스토리로서의 재미와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파격적인 이미지가 주는 충격을 시각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최고의 그래픽 노블에 수여하는이그나츠 어워드’ 2개 부문을 수상했고,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아이스너 어워드'에서도 2개 부분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폭력적인 세상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몬스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어린 소녀 캐런의 이야기는 공감보다는 이해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편한 이야기에 홀린 듯이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파격적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슬픈, 시각적인 충격으로 인해 한 동안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은 그래픽 노블은 만나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