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잡학사전 - 우리말 속뜻 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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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영웅 아킬레스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서 발뒤꿈치 위에 있는 힘줄을 가리킨다.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를 빼고는 불사신이었던 아킬레스가 트로이 전쟁 중에 적장 파리스의 화살을 발뒤꿈치에 맞고 죽은 데서 그곳을 아킬레스건이라 부른다. 오늘날 이 말은 반드시 발뒤꿈치 힘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가지고 있는 어떤 '치명적인' 약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p.43

중국 삼국시대, 진나라의 장군 두예는 오나라 공격에 나서 싸울 때마다 승리해 오나라 정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큰 홍수가 나서 강물이 크게 불어났고, 부하들은 일단 후퇴하여 겨울에 다시 진격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때 두예 장군은 우리는 지금 승세를 타고 있으며, 마치 대나무를 쪼갤 때 칼을 대기만 해도 대나무가 쭉쭉 쪼개지는 그러한 상태이니, 지금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공격에 나섰고, 연전연승으로 오나라를 완전히 정복해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다고 한다. 바로 '파죽지세'라는 단어의 유래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써왔던 말의 '기원'을 따져 그 의미를 헤아려보는 '우리말 족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고조선시대, 부족국가를 시작으로 고려, 조선, 개화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구분되어 있어 당새의 사회의 문화, 정치, 생활풍속 등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갑오개혁 이후의 개화기에 외국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각국의 도박도 여러 가지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중 일본에서 들어온 화투와 중국에서 들어온 마작, 십인계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십인계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이리저리 섞어서 엎어놓고 각각 자기가 대고 싶은 바가지에 돈을 대면서 시작하는 노름이다. 바가지의 숫자를 확인하고 돈을 갖게 되는데, 손님 중에 아무도 맞히지 못했을 때에는 물주가 모두 갖게 된다. 이렇게 바가지에 적힌 숫자를 맞히지 못할 때 돈을 잃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을 '바가지 썼다'고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가지 쓰다라는 말이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것도, 그리고 도박의 한 종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이 책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단어들의 어원과 그 배경을 알려주어, 역사와 문화 상식도 넓혀주며 우리말 교양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시치미 떼다/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에 매사냥이 성행했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사냥매를 사육하는 응방이란 직소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당시 궁궐에서부터 시작된 매사냥은 귀족사회로까지 번져나가 많은 이들이 매사냥을 즐겼다. 이렇게 매사냥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길들인 사냥매를 도둑맞는 일이 잦아졌다. 이 때문에 서로 자기 매에게 특별한 꼬리표를 달아 표시했는데 그것을 '시치미'라고 했다. 이처럼 누구의 소유임을 알려주는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데서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나왔다.   p.139

우리말은 원래 알타이어 계통으로 시작하여 만주어, 몽골어, 퉁구스어, 일본어, 터키어 등과 같은 갈래이지만, 불교와 도교 등의 수입으로 문자가 절실하던 삼국시대에 한자 한문을 문자로 도입해 쓰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순우리말도 발음이 비슷한 한자로 표기하거나 아예 말 자체를 바꾸는 일이 많았고, 조선 말기에는 유럽의 어휘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어가 홍수처럼 밀려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니 오늘날의 한국어에는 어원이 또렷하지 않은 어휘가 생각보다 많고, 뜻을 알 수 없는 말도 마구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우리말의 어원을 알아 가는 과정은 재미도 있었지만, 공부도 되었고,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세월이 흘러도 우리말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우리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하려는 욕심에서 우리말 어원을 정확히 기록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문학적 교양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사전답지 않은 사전, 사전 이상의 사전'으로서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외의 다양한 문헌을 근거자료로 하여 백과사전에서 제공하지 않는 풍부한 상식과 정보를 담고 있어 전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는 점도 장점이다. 두툼한 부록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 한자에서 태어난 우리말 240가지, 불교에서 들어온 우리말 171가지와 우리말의 탄생과 진화에 관련된 다채로운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노마드에서 나오고 있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영어잡학사전에 이어 우리말 어원사전 역시 시대와 교감할 수 있는 온갖 지식들이 펼쳐지는 책이라 두고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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