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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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몸이 아픈 사람인가, 아니면 마음이 아픈 사람인가?"

"그래도 살고 싶으신가? 아니면 그래서 죽고 싶으신가?"

....죽고 싶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죽고 싶을 수 있다는 것이 죽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p.15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신병원이라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것처럼 갇혀서 몸을 구속당하거나, 겉으로 보기에도 미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일 것이다. 나 역시 어느 병원을 가든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 되지는 않지만, 유독 정신병원이라는 곳만은 나와는 상관없는 전혀 다른 세상, 일종의 장벽을 두르고 있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역시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 대부분이 가족들에 의해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치료가 당장 필요한 사람도 좀처럼 정신병원을 찾지 않는다. 상담을 원하는 환자는 많지만 약물을 원하는 환자는 적고, 통원 치료를 하는 환자는 늘었지만, 입원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여전히 적다. 모두 정신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정신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높아 대부분 도움 받기를 포기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저자는 어느 날 이렇게 결심한다. 그토록 오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사회로 나가야겠다고. 그리하여 그는 병원을 나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누구는 그를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라고 부른다. 또 누구는돈키호테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물론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눈에도 무모해 보이는 일에 덜컥 도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병원을 그만두고, 자비로 구입한 중고 탑차를 몰고 홀로 거리로 나선다.

 

 

아무런 힘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남이, 다시 말해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우리 삶에 절대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나는 더 이상 어렸을 적 그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 아이처럼 어른에게 박수 받으려 하지 말고, 어른이 된 나 자신에게 박수 받으려 노력하자고 알려줘야 한다. 이제부터는 어른인 내가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면 된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남이 아닌 나로 바뀌면, 내 인생의 주도권을 쥐는 사람도 내가 된다.   p.167

정신질환과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을 부수려면, 중증이 되기 전에 마음 아픈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수 있으려면, 징검다리 역할을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의 그 무모한 용기 덕분에 상담 트럭 <찾아가는 마음 충전소>가 탄생하게 된다. 그는 병원에서 거리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별명을 '행키'라고 짓는다. 행키는 행복을 키우는 사람, '행복 키우미'의 준말이다. 그는 행복을 키우는 사람이자 마음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저자는 상담을 하면서 상대에게 지금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상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자신이 제대로 공감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란다. 상담의 기본은 이해와 공감이고,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그만두고 싶어요'의 다른 말은 '그만두기 싫어요.'이고 '죽고 싶어요'의 다른 말은 '죽기 싫어요.'이다. 무언가로 인해, 혹은 누군가로 인해 나의 기대가 부서지는 바람에 마음이 달리 말하는 것뿐이다. '그만두고 싶어요'는 계속하고 싶은 기대가 부서져서, '죽고 싶어요'는 살고 싶은 기대가 부서져서. 저자가 소개하는 마음 상담소의 여러 사례들을 읽으면서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남자,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독박 육아하는 어머니, 알코올중독에 빠진 대학생, 딸이 성폭행 당한 후 절망에 빠진 어머니 등.. 물론 이 사례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이다. 그것이 어렵게 속 이야기를 꺼내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정말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처럼 보였던 저자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그 무모한 용기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따뜻한 마음이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속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어 그냥 혼자 삭이느라 마음의 병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많다. 다들 괜찮은 척, 아닌 척, 홀로 힘겹게 버티느라 애쓰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 있으니 넘어질 수 있는 것이고, 살아 있으니 아파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의 마음 일기는 이렇게 특별한 위로를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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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