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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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욕망 중에는 식욕이나 수면욕처럼 금세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그래서 인간은 지금 당장 채우기 어려운 욕망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참고 견딘다. 좋은 학교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고 싶고 놀고 싶은 당장의 욕구를 억누른다. 학자들은 이런 행동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p.50

25년 차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 파헤치는 놀라운 속임수의 세계라니 책을 읽기도 전부터 호기심이 들었다. 저자는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으로 재직하며 사기, 횡령 등 각종 형사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생생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과 심리학 이론을 넘나들며 속임수의 사기의 수법에 대해서 낱낱이 알려준다. 신종 보이스 피싱과 전자 금융사기, 다단계 사기, 애정을 미끼로 한 결혼 사기 등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다양한 속임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쉽게 속는 걸까. 검찰 수사관으로 각종 사기 사건을 수사해온 저자는 그러한 속임수 뒤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심리 법칙에 대해 이야기 한다.

최근 교사, 의사, 약사, 기자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보이스 피싱에 속아 돈을 송금한 사례가 제법 있었다고 한다. 학력이 낮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만 속임수에 걸려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얘기이다. 저자는 말한다. 속임수 기법에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심리가 있다고. 바로 '욕망' '신뢰, 그리고 '불안'이라고 한다. 만약 우리가 이 세가지 심리를 이용한 속임수의 기술을 제대로 알고 숙지한다면 수만 종의 사기와 속임수에 절대 걸려들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생각보다 무시무시하다. 한 사람의 물질적,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평생 정신적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사회적 생명'을 끊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니 타인이 보내는 신호를 잘못 읽고 엉뚱하게 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p.103

"설마 30년 죽마고우인 친구가 나에게 사기 칠 줄은 몰랐습니다." 친구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린 피해자가 검찰청에 와서 한 말이라고 한다. 저자가 사기 사건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사기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혀 모르는 남이 아니라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는 사람'의 위력은 이렇게 대단하다. 심리적으로 친구나 친척, 지인 등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기 힘든 점을 이용해 '좋은 사람' 일수록 잘 속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하다. 의리남, 의리녀가 더 잘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러한 감정과 의리가 주로 작용하는 관계인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의 관계를 이용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속임수와 사기가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분별력을 갖춘 냉철한 의리가 필요한 요즘이다.

놀랍게도 저자 역시 젊은 시절 사기꾼에게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재세 공과금만 부담하면 고가의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경품 이벤트에 속아 넘어갔고, 아는 선배에게 낚여 다단계 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간신히 빠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니 속임수에 걸려드는 데는 나이도, 학력도, 직업도 없다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문자메시지 하나에 40만 명이나 속았던 까닭은? 똑똑한 사람이 어쩌다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까? 처음 보는 점쟁이는 어쩜 그렇게 내 상황을 잘 알고 있을까? 저자는 수많은 실재 사례들을 통해서 속임수를 간파할 수 있는 기술들을 알려 준다. 이 책을 통해서 속임수 뒤에 숨은 인간의 심리와 이를 이용한 사기꾼들의 전략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말하지 않은 진실들을 명백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사기 범죄율 1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지닌 대한민국에서, 사기꾼에게 걸려들지 않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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