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너를 찾아서
케리 론스데일 지음, 박산호 옮김 / 책세상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의 결혼식 날, 내 약혼자 제임스는 관에 담겨 교회에 도착했다.

나는 오랫동안 제임스가 내게만 짓는 미소를 머금은 채 제단에 서서 나를 기다리는 꿈을 꿔왔다.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매번 설레서 아찔해지곤 했다. 하지만 내 단짝 친구이자 첫사랑이며 유일한 사랑인 그를 향해 걸어가는 대신 나는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 있었다.   P.11

이야기는 약혼자의 장례식에서 시작한다. 원래 그 날은 에이미와 제임스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 하객으로 축하를 해주었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젊은 나이에 저세상으로 가버린 그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결혼식이 너의 장례식으로 바뀐 그 날, 나이 지긋한 어떤 여자가 다가와 에이미에게 말을 건넨다.

"난 제임스 때문에 왔어요. 그의 사고에 대한 정보가 있어요."

 

제임스는 멕시코로 나흘 정도 걸리는 짧은 출장을 갔었다. 고객 접대용 낚시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계약에 대한 협상을 한 뒤 돌아올 거라던 그는 몇 주 동안 실종 상태로 있었고, 그러다 그의 시체가 해변으로 밀려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미 관 속에 들어간 그의 장례를 치르고, 검은 영구차가 떠나고 있는데, 웬 낯선 여자가 등장해 제임스가 살아 있다고 말하는 거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알 수 없는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만약 당신이 잃어버린 사람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어요?"

그의 얼굴에서 주름이 깊어졌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지구 끝까지 찾아보겠죠."   p.203

에이미와 제임스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오며, 단짝 친구에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였다. 에이미에게 제임스는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었고, 그가 사라진 지금 마치 세상이 끝나 버린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 게다가 부모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물려 받아 인수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재정적인 이유로 부모님은 레스토랑을 처분해 버리고 만다. 보통은 의문의 여자가 등장해 죽은 약혼자가 사실은 죽지 않았다고 말을 하게 되면, 그 말의 진위를 확인하러 가는 과정이 주요 플롯이 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충격적인 첫 장면 이후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제임스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에이미의 삶에 주목한다. 에이미는 빚더미에 오른 부모님의 레스토랑 대신 자신만의 카페를 개업하고,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했던 그녀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사라진, 혹은 죽은 연인의 행방을 뒤쫓게 되는 것은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야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덕분에 이야기는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임스와 에이미가 어린 시절부터 사랑에 빠지고 함께 했던 순간들이 계속 교차 진행되고, 자신만의 카페를 개업해서 일을 진행시키고, 사진작가 이언을 만나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현재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감정의 결들을 쌓아 올리고 있다. 특히나 반전 이후, 에이미가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성숙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은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에이미와 제임스, 그리고 에이미와 이언이 보여주는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들은 잔잔하면서도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놀라우면서도 뭉클하고, 담담하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올 가을, 가슴 한 켠이 빈 듯한 느낌이 들 거나 옆구리가 허전해서 외로울 때, 이들의 지독한 사랑의 여정을 만나 보자. 오글거리지 않는 러브 스토리, 뭉클한 드라마가 있는 미스터리로 이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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