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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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인이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그리고 제인이 내일 당장 그와 결혼하든, 1년 열두 달동안 그의 성격을 파악한 뒤에 결혼하든 똑같이 행복하게 지낼 거라고 믿어. 결혼에서 행복은 순전히 운이거든. 두 사람의 성격을 서로가 아주 잘 알고 있다거나 결혼 전부터 두 사람이 잘 맞는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건 절대로 아니야. 성격이란 늘 변하게 마련이라서 나중에는 서로에게 질릴 정도로 완전히 달라져 버리기도 하거든. 그래서 인생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단점을 적게 아는 편이 좋지."  p.39

세계 명작 고전을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재해석하여 보다 젊고 새로운 감성으로 표현한 위즈덤하우스의 비주얼 클래식 시리즈 신간이다. 이번에는 19세기 여성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오만과 편견>호텔 아프리카로 유명한 박희정 만화가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읽었고, 여러 판본으로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이렇게 매혹적인 표지와 일러스트로 새로워진 작품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시 읽게 된다.

재산이 많은 미혼 남자가 어떤 마을이든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마땅히 자기 딸이 이 남자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믿는, 그런 시절이었다.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다아시와 빙리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베넷 부인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딸들을 시집보내는 것이었고, 기왕이면 딸들이 결혼으로 신분 상승하기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대저택 네더필드의 무도회장에서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다아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무뚝뚝한 태도에오만하고 무례한 남자라는 인상을 받는다. 다아시는 그녀를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자유분방한 여자'라고 판단한다. 그렇게 첫 만남에서 서로가 가진 편견으로 인해 그들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아마 어떤 사람도 완벽하게 현명하기란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종종 우수한 이해력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런 약점을 피하는 것이 제 평생의 과제입니다."

"허영심과 오만함 같은 것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허영심은 정말 큰 약점입니다. 하지만 오만함은..... 정말 지적으로 우수하다면 오만함은 언제나 충분히 통제될 수 있을 겁니다."    p.92

<오만과 편견>은 출간된 지 무려 2백 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2018년 현재 읽어도 시간적 거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 작품이 여러 가지 장르를 통해 수업이 변주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도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수 차례 제작되었고, 속편 형식이나 관점을 바꾸는 등의 각색으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완전히 장르를 바꾸어져 색다르게 다시 쓰이기도 했다. 게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현대판 개작으로 탄생하기도 했고, 웬만한 로맨틴 코미디물들이 대부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고전이지만 놀라울 정도의 현대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첫인상'이었다고 한다.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두 사람의 잘못된 '첫인상'을 만들었고, 그것이 서로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했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기본적으로 전개되는 플롯일 것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플롯을 가장 고전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박희정 작가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통해서 페이지 바깥으로 걸어 나온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모습은 너무도 매혹적이다. 덕분에 <오만과 편견>을 이미 다른 판본으로 가지고 있더라도, 이 작품은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혹시 아직까지 두툼한 고전의 두께 때문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아름다운 표지와 일러스트로 무장한 이 작품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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