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소녀 Wow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도나 조 나폴리 글,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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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그런 말 안 믿으니까. 언제나 "인어 같은 건 없어." 라거나 "너도 이제 현실을 알아야지.. 나이값 좀 하렴."이라고만 말해. 그러면 애들은 "나 정말 봤다니까!" 아니면 "나한테 손 흔들어 줬어!"라고 말하지. 아이들은 믿고 싶어 하거든.  P.19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붉은 건물 '오션 원더스'는 대형 수족관이다.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아쿠아리움 같은 장소를 떠올리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특별한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물 속에서 숨을 쉬는 소녀 '인어 소녀'라는 신비한 존재가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인어 소녀는 사람일까. 물고기일까. 이 곳의 주인이자 스스로를 바다의 왕이라고 말하는 넵튠 아저씨는 소녀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존재라고 말한다. 손님들에게는 인어 소녀의 모습을 완전히 노출하지 않고, 숨바꼭질 하듯 슬쩍 지나가는 모습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인어 소녀에게 인간들은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에 절대 그들 앞에 나서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저 슬쩍 보여주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더 많은 손님들을 끌기 위해서이지만, 인어 소녀는 아저씨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족관에 갇혀 문어와 물고기들과 소통하고, 넵튠 아저씨가 들려주는 옛 바다 이야기에만 만족하며 살던 인어 소녀는 평범한 여자 아이인 리비아를 만나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넵튠 아저씨의 말만 듣고, 그가 알려주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었던 인어 소녀는 조금씩 그가 정해놓은 규칙을 깨고, 자유로워 지고 싶어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비밀을 풀고, 수족관 창문 너머 진짜 바다에 대한 갈망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과연 인어 소녀가 꿈꾸던 바깥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넵튠 아저씨가 숨기고 있는 비밀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 공주 이야기의 세련된 현대판 버전 같은 느낌도 들고, 두 소녀의 우정을 흥미로운 판타지 동화로 그려내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 동안 만나왔던 그래픽노블이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문맥적으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글은 적고 그림은 너무 상징적이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너무 쉽게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픽노블로서의 매력과 그림 동화로서의 재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바다는 계속 밀려왔다가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어. 모래를 붙잡으려는 것처럼. 영원히 계속해서 모래를 잡으려는 것처럼. 이 물은.... 다르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눈을 감으면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느낌이야. 기억이 날 듯 말 듯한 어딘가에.   P.110

이 작품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이자 '칼데콧 상' 수상작가인 데이비드 위즈너의 첫 그래픽노블이다. 어른들의 만화라고도 불리는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띠고 있다. 만화책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렇게 문학성 높은 만화로 예술적 성향이 강한 작가주의 만화들이 대부분이었던 그래픽노블이 데이비드 위즈너라는 작가를 만나,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접근이 쉬워졌다는 느낌도 든다. 일반 문학작품과 달리 그래픽 노블은 조금 더장르화된 영역이라 대중적인 느낌은 덜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 작품 정도의 수준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데이비드 위즈너는 직접 대역 배우들과 아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촬영하고 관찰해서 물고기들과 인어 소녀를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캐릭터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 비현실적인 '인어'라는 환상적인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이라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거기에 신화 속에 등장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을 재해석하는 책들을 꾸준히 써온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도나 조 나폴리의 글이 더해져 더욱더 매혹적인 환상 동화가 탄생했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매력적이고,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만한 작품이라 아직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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