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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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묏자리는 임금의 자리이고 두 번째는 재상의 자리라는 말이었다. 이성계가 첫째 혈을 택하자 노승이 놀라 물었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이성계는 굽히지 않았다.

"사람의 일이란 상을 얻으려 하면 겨우 하를 얻게 되는 법입니다. 왕후의 자리를 얻으려 해야 재상이라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야기는 이성계가 올린 상소문으로 시작한다. 식량 없는 군대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며 군대의 식량문제를 언급하며 토지 제도와 세금 제도까지 거론한 그의 상소문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고려 중신들은 물론 우왕도 한낱 변방 무장에 불과한 그의 말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때는 "변방에서 군사들의 난이 일어나리라"라는 점사가 나온 달이었고, 이성계가 상소문을 올린 시기는 바로 개국의 설계사 정도전을 만난 직후였다. 당시 백성들은 땅을 빼앗기고 노비로 전락해 한을 품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고통 위에서 환락을 즐기는 배에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을 움직이면 그것이 곧 천명일 것이고, 이성계의 상소문은 천명을 향해 내디딘 첫 발이었다. 그리고 이 첫 발의 의미를 읽지 못한 고려는 곧 거센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이 책에서는 변방의 무장 이성계가 어떻게 500년을 이어가는 왕조를 세우고, 나아가 중원의 황제를 꿈꿀 수 있었는지 그 여정을 그리고 있다. 고려 최고의 무장에서 조선 왕조의 개창자로, 그러나 말년에는 자식들끼리 죽고 죽이는 혹독한 운명을 맞이하기까지, 태조 이성계라는 한 인간의 성공과 실패의 삶을 모두 담은 이야기는 앞으로 이어질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북돋워 준다. 500년 역사로 나아가는 대장정의 첫걸음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인물인 것이다. 시대정신을 읽는 통찰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던 이성계의 모습에서 우리는 여러 교훈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원상은 순군옥에 갇혀 국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다만 사전을 없애려는 것을 원망해서 우왕을 맞아 세워 그 일을 저지하려 했을 뿐입니다."

고려 왕조의 비극이 여기에 있었다. 백성들에게 큰 원망을 받는 사전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고려 왕실 수호 세력의 주축이었다. 무장 변안열이 처형당한 것은 고려 왕조를 지탱할 거의 모든 무장 세력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사극만 78!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책도 수십 권에 달한다. 그만큼 조선의 500년 역사가 그 자체로 완벽한 드라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많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역사 저술가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은 국내 최초 전 10권으로 출간된다. 10년간의 구상과 5년간의 집필이라는 끈질긴 노력으로, 기존 학습과 지식 전달 위주의 다이제스트에서 벗어난 역사서를 쓰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시리즈라 앞으로 이어질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조선왕조실록이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으로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1,893 888책으로 왕이 승하하고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대로 편찬한 것이 축적된 기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조선의 생생한 역사를 현대의 우리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에 담긴 지식들은 오늘날에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가장 탁월한 미래학'이라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않으면, 우리는 앞선 세대의 실패를 똑같이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조선의 500년 역사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비춰보고 내일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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