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괴물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탈의실로 이동할 때, 여학생들이 야노의 눈앞에서 기운차게 밀어내기 벌칙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 오늘은 여학생 수가 짝수구나. 체육 선생님은 여학생 수가 홀수일 때, 유연체조의 짝 만들기에서 번번이 야노 혼자만 남아버리는 게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른들은 자기들이 중학생이었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우리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잔혹한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아다치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밤만 되면 괴물로 변한다. 어느 때는 손가락 끝에서부터, 어느 때는 배꼽에서부터, 그리고 어느 때는 입에서부터, 한밤중에 느닷없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검은 알갱이가 눈물 방울의 모습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우글우글 꿈틀거리는 그것이 얼굴을 더고 목에서 가슴, 허리, 손가락까지 흘러가 온몸을 뒤덮어 버린다. 마치 검정 색깔의 숯 검댕이처럼. 처음 크기는 대형견 정도인데, 의지에 따라 검은 알갱이를 흔들면 산처럼 커질 수도 있다. 그 날은 깜빡 잊고 숙제를 사물함 안에 두고 왔던 터라, 괴물이 된 모습으로 늦은 밤에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한 여자애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반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인 야노 사쓰키였다. 게다가 무슨 영문인지 야노는 괴물 모습을 한 앗치를 알아 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그를 대하며, 자신은 '밤의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 시간마다 학교에 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와 야노 둘만의 밤의 쉬는 시간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앗치가 괴물로 변해 있는 밤의 시간과, 평범한 중학생으로 생활하는 낮의 시간이 교차로 진행된다. 야노는 독특한 말투에 아무리 무시당해도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인사를 하는 등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한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야노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무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보일 정도로 말이다. 앗치는 야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딱히 친구들의 괴롭힘이 옳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 다만 야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런 괴롭힘을 당하는 건 자업자득이 아닐까 생각했고, 또 괜히 야노의 편을 들어 친구들 무리에서 소외되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방관하는 소년이었다. 그랬던 그의 비밀을 야노가 알아버린 것이다. 다리가 여섯 개, 눈이 여덟 개, 꼬리는 네 개인 모습으로 변해 버리는 밤의 내 모습을 말이다.

 

 

 

교실에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주는 친구가 있고 어제의 텔레비전 방송에 대해 열나게 얘기하고 있는 친구가 있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친구도 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괴물이 앉아 있는데. 여기에 교활한 내가 앉아 있는데.

진짜 모습 같은 거, 겉으로만 봐서는 알지 못한다.

 

스미노 요루는 학교 문제 중에서도 가장 이야기 속에서 많이 다루어진 '왕따'라는 문제를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괴물로 변하는 소년과 외톨이 소녀를 만나게 해서, 그들을 바로 친구로 만들어 버리지 않고 서로 다른 대상을 관찰하게 하는 것이다. 앗치는 야노의 말투와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따돌린다는 의식도 없이 너무도 당연하게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보며 특별히 그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너무도 달랐으니까. 다르다는 것이 꼭 틀리다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린 이들에게는 이물을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는 않지만, 그저 눈에 띄고 싶지 않고, 그저 소외되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에게 억지로 맞춰주는 소년이 있다. 아마 대부분 전자의 경험은 없더라도, 후자의 입장에 있었던 적은 많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삼지만, 사실 그것은 비겁함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극중 야노의 2학년 때 짝꿍이었던 이구치가 토토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이상한 것이 이상한 그대로 이상해서 토토로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 그대로, 좀 달라 보이는 건 다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고, 좋아해줄 수 없을까. 앗치는 점점 낮과 밤의 경계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괴물의 모습을 한 나와 인간의 모습을 한 나 중에 어느 쪽이 진짜인가. 흉측한 모습으로 그 누구도 무서울 것 없는 밤의 나와 친구의 소중한 물건을 밟아 부수는 낮의 나 중에 과연 진짜 괴물은 어느 쪽일까. 자신과 다른 존재를 향한 아이들의 악의, 학교라는 공간의 잔인함과 폐쇄성을 판타지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스미노 요루만의 독특한 감성이 더해져 평범한 학원물과는 다른 차별성을 띠고 있다. 왕따와 학급 내 갈등이라는 평범한 소재도 스미노 요루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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