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9세기 조선에 파격적인 매화 그림 하나가 등장합니다. 이 매화 그림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문자 향기가 느껴지기는커녕 위험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금방이라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강렬함으로 인해 매향이 그림 밖까지 진동할 것만 같습니다. 그림에 어찌나 힘이 넘치는지, 신기 들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문자향서권기라는 주류의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그림. 조선 화단을 발칵 뒤집은, 장승업의 〈붉은 매화 흰 매화 열 폭 병풍〉입니다.

사실 문화재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거나, 교과서에 실려 있어 시험을 위해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 그다지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날 티비를 보다가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기적처럼 전해진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 그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호스트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현장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을 매혹시킬 단 하나의 보물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재라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을 그에 얽힌 흥미로운 배경 이야기를 들려 줌으로써 현실로 다가오게 만들어 누구라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KBS 교양 프로그램 <천상의 컬렉션>이라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보물 중에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 예술의 걸작 25점을 엄선해 멋진 화보로 소장할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되었다.

 

방송에 소개되었던 보물만 해도 100여가지가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 선정된 25점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적이라는 5가지 테마로 구분해 각각의 보물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던가 김홍도의 <사계풍속도>, 백자 달항아리,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문화재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살면서 문화재를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나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현대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재란 그 가치에 비해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과거의 유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방송을 통해서, 그리고 이제는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우리의 고유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최고의 작품들에 대해서 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몸체와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는 이 주전자는 장인이 손으로 일일이 두들겨서 만들었습니다. 두께가 있는 은판을 안팎에서 두들겨 입체적인 문양을 만드는 타출 기법입니다. 은으로 만든 뒤 도금했는데 도금이 아주 잘 되어 마치 금 주전자처럼 보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스케일로 조선을 들썩이게 했던 대작 <강산무진도>에는 등장하는 사람만 360명이 넘는다. 게다가 어느 한 사람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저마다 분주하게 살아 움직이며, 그 묘사가 매우 정밀하다. 이인문은 왜 산수화에 그토록 많은 인물과 그들의 생활상을 상세히 그려 넣었던 것일까. 조선 시대 왕의 뒤에는 늘 같은 그림, 일월오봉도가 걸려 있었는데, 조선 왕조가 4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동안 한결같이 왕의 곁을 지켰던 그림을 바꿔버린 왕이 있었다. 바로 정조인데, 그는 책을 꽂아둔 서가를 그린 책가도를 일월오봉도 대신 세웠다고 한다. 실제 서가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그려진 이 그림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여기 담긴 군주의 의도는 어떤 것이었을까.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이 외에도 가득하다. 고종이 목숨을 걸고 숨겼던 비밀의 도장에 얽힌 이야기며, 국내에 있었다면 분명히 국보로 지정되고도 남았을고려 은제도금주전자에 얽힌 사연, 금동반가사유상처럼 한 번 해외에 전시될 때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보험액을 책정해야 하는 대체 불가능한 보물에 관한 이야기 등등 우리 문화재에 얽힌 사연들은 보물의 화려한 자태를 사진을 통해서 직접 보며 한국사의 주요 장면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전체 200여 장에 달하는 사진이 수록되어 있고, 특별히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작품들은 책 뒷부분에 별도로 원색 화보 38페이지로 담겨져 있다. 덕분에 이제 역사책과 박물관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문화재를 조금 더 친숙하게, 가까이서 느끼고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이 책을 토대로 주말에 박물관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문화재에 관심이 별로 없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도 흥미로워 금방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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