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잘 먹겠습니다 1~2 세트 - 전2권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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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똥을 싸기. 이것은 내 마음대로 공표하는 내 여행의 핵심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그 나라, 그 지방, 그 민족의 맛있는 음식들 속에는 기후가, 지형이, 역사가, 그리고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냠냠 씹어 꿀꺽 삼키는 이 행복한 행위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삶에 필요한 활력소를 얻고,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지혜를 얻고,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라는 선물까지 받는다. 거기에 하나 더,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먹는 것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의 생활을 느끼고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나에게 여행이란 맛있는 음식, 현지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아 다니며 즐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자 즐거움이었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의 음식을 직접 맛보는 것'이라는 말처럼 요즘은 아예 '미식여행'을 작정하고 떠나는 경우도 많고,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원나잇푸드트립'이라고 해서 1 2일 내내 먹고, 또 먹는 먹방 해외 여행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미식여행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40회가 넘는 해외 미식여행을 다녀온 이력으로 세계 음식 탐방을 리얼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나라는 총 네 곳인데, 불가리아, 신장 위구르, 말레이시아, 벨리즈이다. 그저 요거트가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동유럽의 불가리아,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50시간이나 쉼 없이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낯선 곳 신장 위구르, 멜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인 벨리즈는 나에게 너무도 낯선 나라들이어서 어떤 음식이 소개될 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나마 싱가포르에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한 말레이시아의 음식들만 덜 낯설었는데, 여기서 소개되는 음식들 중에는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불가리아의 아침을 책임지는 바삭한 페이스트리 바니차, 귓속까지 얼얼해지도록 매운 벨리즈의 하바네로 고추, 신장 위구르의 양고기로 속을 채운 따끈한 군만두 쌈싸, 말레이시아의 국민 음료인 달콤한 떼 따릭 등... 다양한 음식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감칠맛 나는 저자의 설명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들어 준다.

 

 

먹는 것 좋아하지, 여행 좋아하지, 신기한 음식이다 싶으면 일단 입에 넣고 우물우물 해봐야 직성이 풀리지, 저 같은 사람에겐 다문화 거리는 놀이공원이나 다름없습니다. 길게 늘어선 노점들, 외국어 간판이 붙어있는 식당들. 그곳에서 만나는 음식 한 접시 한 접시에 각각의 길고 짧은 얘깃거리가 가득합니다. 때로는 이건 대체 무슨 맛이냐며 기겁하기도 하고 때로는 접시의 영혼까지 핥아먹을 기세로 열광하기도 합니다.

<여행, 잘 먹겠습니다> 1권은 <여행자의 밥>의 개정판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2권은 굉장히 독특한 구성이다. 바로 '동네 속 세계 음식 탐방'이라고 해서 국내에서 지하철로 떠나는 세계 여행이라고 할까. 국내에서 해외의 맛을 찾는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실제로 책에 실린 화보들을 보면 이게 대체 국내가 맞는 걸까 싶을 만큼 이국적인 풍경들이다. 이태원의 이슬람 거리, 가리봉동의 연변 거리, 광희동 몽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거리, 안산 다문화 거리, 건대 양꼬치 거리, 평택 미군부대 앞 거리, 인천 차이나타운 등등... 내가 알고 있던 곳은 이 중에서 겨우 몇 곳, 나머지는 전부 처음 듣는 곳들 투성이었다. 굳이 여권 챙겨서 비행기 탈 필요 없이 세계의 음식들을 현지인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이태원에 가면 달달한 중동과자가 있고, 가리봉동에 가면 대륙 스케일의 엄청 큰 왕 꽈배기가 있고, 광희동의 양고기 음식들과 혜화동의 따끈한 오리알과 코코넛 밀크향 디저트 등등... 세계의 매력적인 요리들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직도 나는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곳에서 인상적이었던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괌에서 먹었던 단맛의 극치를 보여주는 끝장나게 달콤했던 시나몬 롤, 오키나와에서 먹었던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고 은은한 닷맛이 인상적이었던 슈크림빵, 싱가폴에서 먹었던 매콤, 달달했던 칠리 크랩과 그 소스에 푹 찍어 먹었던 바삭한 튀긴 꽃빵, 오사카에서 먹었던 국물에 달랑 유부와 면만 들어 있었지만 쫄깃한 면발이 살아 있어 너무 맛있었던 우동과 대만에서 먹었던 엄청난 크기의 치즈카스테라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추억들. 그 음식들을 먹던 당시의 날씨와 풍경이 고스란히 머릿속으로 재현되면서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 나는 잠시 그곳에 다녀오는 기분이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은 미각에 기쁨을 줄 뿐 아니라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는 통로 역할을 해낸다고 말하고 있는 이 책들이야말로 당장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위로이자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생생한 사진과 유쾌한 카툰으로 만나는 세계 여행, 당신도 지금 떠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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