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대일외고 독일어과 면접을 준비할 때 인터넷에서 역대 면접 기출들을 뽑아놓고 혼자 연습하곤 했었다. 어느 외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어과 면접질문 중에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문학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무엇을 소개하고 싶습니까?’ 란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동안 고민했다. 평소에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질문에 답도 찾고 문학에 대한 공부도 할 겸 독일과 관련된 한국 문학을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냈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 책이야말로 독일인들에게 적합한 한국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압록강을 흐른다.’ 의 이미륵(필명) 작가 앞에는 독일이 사랑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미륵작가는 일제 시대에 의학공부를 하다가 3.1운동에 연루되어 상하이로 도피해 임시정부를 도왔다. 그는 1920년 우여곡절 끝에 독일로 들어왔다. 독일에서 세계피압박민족회의에서 조선의 상황을 세계의 알림으로써 독립운동을 그치지 않았다. 독일 뮌헨 대학에서 한국말을 가르치며 작가 생활을 영위하던 이미륵은 독일어로 자전적 소설들을 펴냄으로써 동양의 은둔국이었던 한국을 유럽에 소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1946년 독일에서 출간된 압록강은 흐른다가 출간즉시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에 책에 당선되었고 독일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것을 보아 이미륵이 독일이 사랑한이란 수식어를 받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내가 압록강을 흐른다를 독일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이미륵이란 작가가 독일에서 사랑받는 작가이고 저명도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전적 소설인 압록강은 흐른다에는 한국인인 내가 읽어도 감동받을 만큼 한국의 문화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특히 어린시절의이야기는 조선의 구수한 맛을 한껏 품은 채 자세하고 친근하게 서술되어있어 그 어떤 문학들이나 그 어떤 광고들보다 한국이란 나라를 가장 잘 표현 해 줄 듯 싶다. ‘의 문화며 가부장적가족문화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 놀이나 당시 아이들의 공부하던 모습들도 그려져 있어 친근하고 거부감 없이 한국이란 나라를 흡수할 수 있게 한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조선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호감이 생기게 까지 하는 듯 하다. ’압록강은 흐른다.’란 작품은 문학작품답게 다른 문화재나 광고들과 달리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한국의 문화를 설명할 뿐 아니라 작품 속에서 한국인의 정서와 가치관들을 녹여내 독자에게 전달해 주기까지 하니 독일사람에게 한국을 소개하면서 내밀 문학으로써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압록강은 흐른다는 우리나라의 가장 마음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압록강이 흐른다.’란 작품이 왜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한국어가 아닌 독일어로 출판되어야만 하게 만든 일제강점기가 얼마나 조선 사람들에게 영향력있는 사건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라를 잃는 슬픔과 이를 저항하던 역사를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됨으로써 외국인이 아닌 나도 가슴 아팠던 우리네 역사에 대해 더 배워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압록강. 9살짜리 나의 눈에 비쳤던 압록강의 모습은 그저 강일 뿐이었다. 고난이 있어도 계속 나아가리라는 굳센 의지를 갖고 압록강에 섰을 이미륵의 심정은 아무걱정 없이 아무것도 모르던 한낱 아이와의 심정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독일에 우리네 문학을 하나 소개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서슴없이 꺼내 들 수 있을 소설인 압록강은 흐른다를 주의 깊게 읽은 지금은 당시 이미륵의 마음을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미소와 쓴웃음 둘 다 짓게 하는 소설이 있다는 것이 뿌듯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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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임금이 사모하는 신하 정철에게 업무 태만이라는 경고를 보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신하 정철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 차례 귀양을 갔다오기는 했으나 재주가 비상하여 아직까지도 임금의 곁을 지키고, 올해는 관찰사의 직분도 맡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귀양을 갔을 때 그 누구도 신하 정철에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긴다고 꾸중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관찰사라는 직분을 얻었으니 그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철은 이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연친화적 이다’, ‘자연과 감정이입을 한다.’라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그를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사람처럼 대해 주자 신하 정철은 자신의 근무태만에 대한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쓴 관동별곡을 보겠습니다. 관동별곡은 매우 아름다운 문체로 이루어져 있고 조선 경치의 아름다움을 명확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널리 읽힐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직 공무원인 저도 처음에 관동별곡을 읽고 아아 이런 명작이 태어나다니, 훗날 우리 후손들에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에 충분히 자주 등장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를 읽고 또 읽을수록 불쾌해져가는 마음을 숨길수 없었습니다.

 

정철은 관찰사직을 맡자마자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풍류를 즐기러 여행을 떠납니다. 그가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3. 그리고 여행을 끝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5월 이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자연에 심취해 정사에서 손을 뗀 지는 약 3개월이 지났다는 겁니다. 3개월이란 시간동안 일을 쉬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중간에 쉴 수도 있는 노릇이고 관찰사의 역할 시작을 기점으로 잠시 그간 지쳤던 몸을 쉬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철에게 있어서 이 핑계가 적당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신하 정철은 오랜기간 강호에 뭍혀 살아왔습니다. 서둘러 일에 복귀해 적응해야 했어야 했는데 이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관찰사의 직책을 맡아 강원도로 간다는 핑계로 휴식이나 취하는 그가 과연 정사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큰 문제도 되지 못합니다. 그에게 있어 더 큰 문제는 바로 자만입니다. 자만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는 의미이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자는 더 이상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여러차례 그의 시를 읽으면서 속된말로 기가 찼습니다. 사실 금강산의 경치에 대해 논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감동 받았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임금님을 생각하는 신하의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서호의 옛 주인이라며 본인을 칭할 때부터 조금씩 그의 신하된 마음가짐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동해로 가는 길부터입니다. 동해로 장소이동을 하면서 신하 정철은 초심을 잃었습니다. 임금의 용안을 뵙지 못한지 오래되어서 인지, 임금의 생각은 점점 줄어가기만 하고 자신이 이곳의 최고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 여정의 시작부터 매우 사치스럽습니다. 허름한 복장과 지팡이만 집고 나섰던 금강산 여정의 시작과는 대조되게 가마를 타고 움직입니다. 그가 자연에서 뛰노는 동안 충실한 신하로서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인이 2015년 대한민국 원수도 아니고, 왜 공주병대신 신선병에 걸려 음애에 이온 풀들인 우리 백성의 생각은 아니하고 자신을 신격화 시키고 호화를 부리는 지 그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천년노룡이 되고 신선이 되고. 신하 정철의 자만함은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임금을 앞에 두고 자신을 이토록 떠받드는 것은 앞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자세와 대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업무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그의 마음 속 강원도는 최고의 지역이며 본인덕분에 발전을 이룬 지역으로 묘사됩니다. 지나친 김칫국이며 지나친 자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만이 차고 넘쳐, 관찰사직을 맡긴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신선이 될것인지 관찰사를 할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처음에 보기엔 자신의 임무를 다할 줄 알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신하라는 착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관찰사직을 맡겨주어 임금의 성은에 감사하다고 했던 과거의 그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이제는 무슨 임금이 붙잡아서 관찰사직을 맡아달라 사정하니 신선만큼 뛰어난 내가 맡아주어야겠소.’란 자세입니다. 조선의 감사직 공무원이자 임금의 충성된 신하로서 매우 괘씸한 경향이 없잖아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발견된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공자의 경지를 핑계로 대며 비르봉샹샹두를 오르지 않은 정철의 모습에서 과연 정철이 백성을 풍족하게 하기위해 무슨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기는 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르지도 않고 포기하는 그의 모습과 자신을 신선이라 칭하는 그의 모습에서 모순을 느꼈습니다.

취선부분도 문제입니다. 이미 정철은 여러 차례 술에 대해 경고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술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취했다.’란 말을 당당하게 신선이란 단어와 함께 씀으로써 그가 얼마나 취한 것에 대해 문제 삼고 있지 않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부분에 그가 경치를 즐기는 것과 관찰사로써의 소임을 다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는 모습은 그가 관찰사임무에 대한 충실함과 책임감이 약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신하 정철에게 강원도라는 주요한 지역을 맡긴다는 것은 매우 불안한 일입니다. 그의 파직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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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0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공의 `정철 탄핵 상소`가 이미 상께 상달되었으나 상께서는 다만 승지를 불러 경의 상소를 의정부에서 논의하라 명하셨소이다. ㅎㅎㅎㅎ

jo 2015-11-12 23:4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붉은돼지님

ㅎㅎㅎ 2015-12-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지막부분에 정철이 경치를 즐기는 것고 관찰사로써의 소임을 다하는 것 사이에어서 고민을 하셨다고 했는데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 경치를 즐기는거에요?? 아니면 관찰사로써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에요??

jo 2015-12-30 21:34   좋아요 0 | URL
관찰사로서의 소임을 다합니다. 그러나 고민을 했다는 것이 자체가 관찰사로서의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의지?가 약했던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람(의 직위)+ `로서` 입니다^^ (저도 오타가 많지만 그래돟ㅎ)
 

장기자랑을 나가지도 않았고, 한 학급을 대표하는 회장도 아니었기에 크게 준비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수학여행을 기다렸고, 우리 방의 즐거운 밤 문화를 위해 노트북과 영화를 챙겼다. 모든 여학생들이 그랬겠지만 수학여행의 사진들을 위해 새 옷들을 사고, 핸드폰 용량을 비우고 화장품도 새로 리필했다. 시험이 끝난 후 부모님께서는 다른 아이들이 놀 때 나는 공부해야 한다며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 강조하셨으나, 수학여행의 설렘 덕분에 나는 부모님과의 바람에 어긋나는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그러나 내 인생 마지막인 수학여행이자 내 평생의 친구들과 가는 여행이니만큼 내가 설렘에 바친 시간이 후회되지도 아깝지도 않았다.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 5시에 눈을 떠 싼 짐을 다시 점검하고 미리 정해두었던 공항 패션을 입었다. 학교로 가기위해 수동적으로 일어나 졸린눈을 비비며 출근을 준비했던 평소와 달리 매우 능동적으로 외출을 준비했다. 화장도 평소 10분이면 완성하고 떡을 쳤지만 그날만큼은 30분동안 공을 들였다. 나름의 메이크업 센스를 발휘해 본다고 제주바다모래라는 색상의 셰도우를 눈두덩이에 발라보았다. (나름 예뻤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출발할 시간이 되어 공항으로 나갔고, 공항에서 아이들을 만나 설렘을 공유했다. 평생동안 친구로 남을 우리 반 아이들과 대학 합격 후엔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자는 약속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내 사랑 3반 독어과 친구들과의 첫 여행은 예상을 저버리지 않고 시작부터 활발했다. 비행기에서도 쉴 새없이 사진을 찍었고, 비행기가 이륙할땐 (서울 촌놈처럼 보였겠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비행기가 뜰 때의 신기함보다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간다는 신비함이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우리를 보호해줄 형광맨들을 만났다. 우리반 형광맨의 외모는 매우 준수하였기에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신비의 도로였다. 어릴 때 스펀지에서 보았던 도로였다. 실재로 와 보게 되니 조금 신기했다. 착시효과 때문에 오르막길로 보이지만 내리막길이라서 시동을 끄고 있으면 저절로 내려갔다. 내 기억저장소를 뒤져본 결과 이 곳에 차를 세워두면 차가 굴러가 버린다고 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비의 도로보다는 길거리의 소들이 좀 더 신기했다. 서울 촌놈들인지라 소는 유치원 때 동물원에서 본 것이 다라서 길거리에 있는 소는 매우 신비한 존재였다. 삼다도 횟집에서 정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튀김부터 매운탕까지 정말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를 뽐낸다는 협재 해수욕장에 갔다. 빛이 너무 강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바위들이 현무암이라 바위들조차 신기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곳 저곳에서 이방법 저방법 가리지 않고 사진을 마음껏 찍었다. 배경이 예뻐서 였는지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예뻣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다들 너무 예뻐 보였다. 다음으로 간 올레길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것도 아니었고, 몇 년전 제주도에 와 올레길만 걷다가 간 기억이 있어 개인적으로 올레길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없잖아있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올레는 또 색다른 맛이었다.

 

트릭아트전시관에 갔다. 헤이리에서 트릭아트 박물관을 갔었던 터라 큰 흥미 없이 들어섰었는데 헤이리보다 훨씬 규모가 컸고 아름다웠다. 왜 페북스타 커플들이 구지 제주도 트릭아트전시관을 찾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섭섭하실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갔을 때보다 좀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노출이 심한그림과 사진을 찍으며 웃을 수도 있고 (일부러 야한그림과 사진을 찍으며 낄낄거렸다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여러 명이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아이들의 넘치는 아이디어로 한 그림에서 다양한 포즈를 감상 할 수 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기에 못 찍고 나온 곳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정원에서는 아무 사진조차 남기지 못했다.

 

하루의 시간은 생각보다 느리게 흘렀다. 첫날은 금방 지날 줄 알았는데 참 많은 것을 했다는 셍각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함께 놀았다. 28명이 모두 한방에 모여서 (초등학생 때 매우 즐겨했던) 진실게임과 왕 게임 그리고 마피아까지 정말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10시였다. 10시면 평소 야자를 막 끝낼 시간인데 이렇게 모두가 웃고 떠들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방으로 들어와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를 보았고, 우영이가 준비해온 카드게임을 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재미있었다. 수학여행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고 내 인생에 있어서도 정말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날들 중 하루였다.

 

 

사실 둘째날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뭔가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점심과 저녁(해물과 삼겹살은 비려서 잘 먹지 못한다.)이 내가 거의 먹지 못하는 메뉴였기에 나는 하루종일 배가 고파 힘이 나질 않았다.

 

오전에 한 감귤따기 체험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귤먹기 대회가 개최되는 덕분에 따가운 햇볕아래 지루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감귤 따기가 재미있는 체험으로 변할 수 있었다. 우리반에서는 귤 하면 정지혜정지혜하면 귤이라는 고유명사가 한 분 존재하신다. 겨울엔 귤을 얼마나 많이 먹어대는지 귤의 색소 때문에 몸까지 노랗게 변하기 까지 하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 특징을 따서 노랗다는 뜻의 ‘gelb’를 별명으로 지어주었었다. 우리반은 고유명사 지혜를 믿고 출전 시켰으나 예상치 못한 강적을 만나 패배의 쓴 맛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지혜는 껍질도 안 까고 흡입했는데 우승을 차지한 1반 친구는 기계적으로 귤을 마시듯먹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비록 졌지만 즐거운 시간이었고 덕분에 귤따기 작업도 재미있을 수 있었다.

 

민속촌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사진들을 남겼다. 페이스북에서만 보던 자세로 우리반 14명의 여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민속촌엔 푸르른 언덕과 아름다운 건물들은 우리가 사진을 찍기 좋은 최고의 풍경을 제공해 주었다. 민속촌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다가 어느새 안전요원인 형광맨과 친해졌다. 이때 사진 찍어달라고 도와줘요 형광맨!”이라고 부르던 것을 시작으로 짧은 시간동안 안전요원과 정이 많이 들었다. 어색했던 형광맨은 어디가고 서로에게 농담까지 던지는 사이가 되었다가 형광맨과 빠이빠이를 한 지금은 문자와 페이스북으로 연락할 만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제주도 레일바이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정선 레일바이크를 즐겨 타는 나는 동굴도 지나고 내리막길도 있고 앞차 뒤차와 부딪히기도 하는 레일바이크를 상상했었는데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제주도 레일바이크의 신비한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페달의 진실이었다.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열심히 돌리며 경쟁했던 아이들에겐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페달의 역할은 속도 증진이 아니라 소리 키우기였다. 페달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고 레일바이크 요원에세 물어봤더니 정말 시크하게 소리만 키운다고 답변해 주었다. 너무 일찍 진실을 알아버린 우리 조원들은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에코랜드는 정말 아름다웠다. 기차를 타는 내내 삶의 여유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란 생각을 했다. 바람 불고 나는 기차를 타고 달리고 있고 바깥의 꽃과 건물들은 동화처럼 예쁘기만 했다. 아이들과 동영상 촬영도 하고 사진도 찍어 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에코랜드에 있었던 시간들은 내게 즐거웠다.’란 말보단 행복했다란 말이 좀 더 적합할 듯 하다.

 

둘째날의 하이라이트는 레크레이션이었다. 사실 중학교때 장기자랑들보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공연들이었지만 레크레이션 마지막을 장식해준 우리반의 태양 마테최 (갓 수최)’ 의 리듬에 몸을 실은 댄스는 수학여행동안 못 다쓴 목청을 다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둘째날밤은 매우 뜨거웠다. 처음으로 여자 12명이 함께 치킨을 뜯었다. 한 방에 모여 몰래인 듯 몰래아닌 시간을 보냈다. 2인 침대에 12명이 다같이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추한 몰골(?)로 거리낌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구나 란 생각을 했다. 밤이 늦었을 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우리 방원들은 4시까지 꾸벅꾸벅 졸면서 영화를 보고 밤을 새고 말겠다는 약속은 또 지키지 못한 채 잠들어 버렸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수학여행 마지막날은 오설록은 녹차를 좋아하는 내게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녹차를 사랑하는 나와 친구들은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라떼 가루까지 샀다. 비싸긴 했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맛 볼수 없는 깊은 맛이었다. 녹차를 싫어하는 정지혜동지 조차 맛있게 먹어 주셨으니 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또 부족했다. 녹차밭에서 사진도 못 찍었고 제주도 녹차제품을 주로 다룬다는 이니스프리(화장품 로드샵 중 하나)도 들를 수 없었다. 그러나 녹차덕후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는 걸 우리의 아인슈타인은 증명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몸소 체험했다. 나의 사랑하는 3반과 떠났던 여행은 그들과 함께였기에 좋았고, 그들과 함께였기에 재미있었다. 당연히 그 어떤 날들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는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갈 비행기의 문 앞에 서있었다. 다시 트렁크를 돌려서 제주도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현실에 순응하는 이미지라 학교가 원하는 대로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곱게 탔다. 비행기에서 아이들은 3일간의 추억 팔이를 하며 몇시간 뒤로 돌아가 다함께 숙소에서 몇 시간만 더 놀고 싶다며 툴툴 거렸다. 그러나 언제 툴툴 거렸냐는 듯이 모두들 금방 곯아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나의 학창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은 내년에 있을, 더 재미있을 수련회를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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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5-10-29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 고삼이었던가요. 이제 수시 .. 끝났을텐데. 어때요. 어디 넣었어요. 말해줘요.

jo 2015-10-29 23:51   좋아요 0 | URL
수학여행은 고1 에 가요!!!! 전 아직 고등학생 1학년ㅎㅎ
 

제목: Change brings changes

 

#Scene1 (On the street, she is carrying on a campaign, holding a paper saying “The rich should help the poor”)

The supporter of the low income bracket: All people should be treated as precious ones. Is it rational some complain about their dinners while others suffer from hunger? As water flows from high place to low place, the rich should help the poor!

(The supporter continues the campaign, the rich comes on the scene, standing in the middle of the stage and stops, making a face and gesture like he lost the words to say)

The rich: Why should I help the poor? The money is what I have earned! The poor are just losers trying to plunder our money in an easy way!

 

#Scene2 (Two of them leave the stage. Two poor are sitting on the stage.)

The poor 1: Why is the world so unfair? I work hard 24, 7, but I can’t live a better life!

The poor 2: I HATE this world! The wealthy go wealthier and the poor go poorer!

 

#Scene 3(Then, the rich walks beside them and his eyes meet with two poor. He turns his head and leaves the stage quickly. At the same time, the poor walk away with uncomfortable face. Then, the God walks into the stage.)

The God: Hmm, it seems I should make them understand each other, or there will be no true equality and peace between the rich and the poor. Hmmm.. What can I do to solve this conflict? Aha!!

 

 (**Our team will perform blue parts.) I got a great idea! Ohhh, I must be a genius! I can’t wait to see them!

(Then the poor 1 comes into the left side of the stage, and the rich comes into the right side of the stage. Between them, there is the God, and they can’t see each other. They are standing toward the God, praying, and looking at the sky.)

The poor 1: Oh..God, I can’t stand the rich anymore!

The rich: Oh..God, I can’t stand the poor anymore!

The God: (With prank face and voice) ..and I will change the rich and the poor!!! (snap!!)

(All of them leave the stage.)

 

#Scene 4 (The poor 1 runs into the left side of stage.)

The poor 1: Luxury clothes, expensive cars, a huge house......

I don’t know what just happened, but anyway I became rich! HuH!!

(The poor 1 runs out to the right side of stage.)

 

#Scene 5 (The rich runs into the left side of stage.)

The rich: Where’s my bed? Where are my clothes? Where’s my house?

What just happened?

(The poor 2 runs into the right side of stage.)

The poor 2“ Hey, hurry up! The rest time is over!

We should go back to the construction site(공사장)!

(The poor 2 takes hand of the rich and runs out to the right side of stage.)

 

#Scene 6 (The supporter is on the stage and the poor 1 comes into the stage.)

The poor 1: What can I do as a rich person? Buying a car? Eating a luxury dinner?

Getting expensive watches? Hmm... Oh, I don’t have to decide! I can do all!

The supporter: The rich should help the poor! The rich should stop buying cars. They should

stop eating luxury dinners! (The supporter continues campaign.)

The poor 1: Why should the rich help the poor? Money is private property of the rich!

Helping the poor isn’t an obligation!

 

 

 

#Scene 7 (The poor 2 and the rich come into the stage.)

The rich; I’m totally exhausted.......

(The poor 2 and the rich sit on the stage.)

The poor 2: You know what? As manual laborers(막노동꾼), we should do this work

again tomorrow. HaHaHa .......

The rich;.......

(At this moment, the poor 1 walks into the stage and recognize the poor 2.)

The poor 1: Hey!......

The poor 2: Hmm? Do you have something to tell me?

The poor 1: N...NO. Nothing.

(The poor 1 walks out to the stage.)

The poor 2: When I see a rich person like her, I get angry. I work hard everyday,

but get poorer and poorer. However, she’ll be wealthier day by day.

The rich;......I agree.......

 

#Scene 8 ( The poor 1 walks into the stage.)

The poor one: Even yesterday, I claimed the rich should help the poor. However, to keep

my money, I said the rich don’t have to help the poor. Even yesterday, I was

with my friend. However, being a rich person, I ignored my friend today......

Hoo......sharing money is not an easy task......

      

 

#Scene 9 ( The poor 1 remains on the stage, and the rich comes into the stage and sit down.

Then, God comes in. The poor and the rich can’t see each other and both of them

can’t see God.)

God; Yes!! It works!! Now, they understand each other!!

When I change their situation back tomorrow, There’ll be true peace and equality

between the rich and the poor!

#Scene 10 (The poor 1 and 2 are sitting on the stage. Then the rich walks beside them.

The poor and the rich make a warm eye contact and take hands of each other.)

 

 

 

 

비록 본선 진출도 못했지만 연극을 계획해보고,  친구들과 돌아가며 대본을 쓰고 서로 수정해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예선전 준비모습을 보고 교내Skit대회가 얼마나 스케일 큰 대회인가에 놀랐고, 나름 열심히 구상한 내용이었는데 이것이 흔한 스토리였다는 것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스케일 큰 무대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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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 that the term "free", "What comes out of the pressure." There are too many things to do in my school life, and they press me. Surely, under such pressure, I have stressed and our tension is increasing. To solve my stress, I sometimes enjoy a departure from oppression. The way I enjoy the freedom is 'listening the music.' I strongly believe that music is the best method to relieve stress. Music makes me exciting and relax. Furthermore, it is economic and the method which doesn't give any demage to other people.

 

First of all, the rhythm and lyrics of music relieves my stress. When I was stressed if I listen music, my moods go high along the rhythm of the music and when I listen a powerful songs it makes me come out of the pressure to feel 'freedom.' During I get into the rhythm, Also, it becomes possible to forget stressors naturally. Even especially relaxing music makes me feel calm. Sometimes this effect help me to find a solution and encourage me to surpass the suppression. Not only, songs lyrics can tell my feeling instead of me. Thesedays 'rap' is epidemic, this genre is willing to substitute the words that I can not. So, when I heard the song, I'm very thrilling. Because music makes me feel better and peaceful, I think music is the best method to relieving stress.

 

Not only it make me feel better but also it is economical method to solve stress from both the material aspects and the temporal aspects. In material effects, it doesn't need much money to do. There are many methods to relieve stress, such as playing golf, watching movie, shopping and so on. What all I cited as examples need money to enjoy, but listening the music isn't. If you want to listen to music, only you have to connect to the Internet. In the temporal aspects, I can study listening to music. So, I can release my stress during studying. Since listening music is economic, it is the method which I prefer.

 

Lastly, this method doesn't harm to other people. Yelling and swearing can be a good way to get rid of stress, but it will cause demage to other. If you are under heavy stress, you will get the hump. However, you can solve your stress with listening to music before you harm to other people. Even, some songs yells and swears instead of me. When I hear that, it gives the same effect for me as shouting and telling ill. Because it doesn't make demage to other, I like this method.

 

Consequently, my feel will be exciting, my life will be economic and I don't need to solve my stress to other. These three reasons are why I relieve my stress during listening to music. After this class, I will listen to music in my class to 'come out of the pressure' and feel 'free'.

 

 

i wrote it in a hurry, so I'm not sure it is right in grammer and reasoning. hhh But I'm really thank you for my school to make me write an essay in a shor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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