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대일외고 독일어과 면접을 준비할 때 인터넷에서 역대 면접 기출들을 뽑아놓고 혼자 연습하곤 했었다. 어느 외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어과 면접질문 중에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문학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무엇을 소개하고 싶습니까?’ 란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동안 고민했다. 평소에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질문에 답도 찾고 문학에 대한 공부도 할 겸 독일과 관련된 한국 문학을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냈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 책이야말로 독일인들에게 적합한 한국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압록강을 흐른다.’ 의 이미륵(필명) 작가 앞에는 독일이 사랑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미륵작가는 일제 시대에 의학공부를 하다가 3.1운동에 연루되어 상하이로 도피해 임시정부를 도왔다. 그는 1920년 우여곡절 끝에 독일로 들어왔다. 독일에서 세계피압박민족회의에서 조선의 상황을 세계의 알림으로써 독립운동을 그치지 않았다. 독일 뮌헨 대학에서 한국말을 가르치며 작가 생활을 영위하던 이미륵은 독일어로 자전적 소설들을 펴냄으로써 동양의 은둔국이었던 한국을 유럽에 소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1946년 독일에서 출간된 압록강은 흐른다가 출간즉시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에 책에 당선되었고 독일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것을 보아 이미륵이 독일이 사랑한이란 수식어를 받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내가 압록강을 흐른다를 독일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이미륵이란 작가가 독일에서 사랑받는 작가이고 저명도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전적 소설인 압록강은 흐른다에는 한국인인 내가 읽어도 감동받을 만큼 한국의 문화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특히 어린시절의이야기는 조선의 구수한 맛을 한껏 품은 채 자세하고 친근하게 서술되어있어 그 어떤 문학들이나 그 어떤 광고들보다 한국이란 나라를 가장 잘 표현 해 줄 듯 싶다. ‘의 문화며 가부장적가족문화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 놀이나 당시 아이들의 공부하던 모습들도 그려져 있어 친근하고 거부감 없이 한국이란 나라를 흡수할 수 있게 한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조선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호감이 생기게 까지 하는 듯 하다. ’압록강은 흐른다.’란 작품은 문학작품답게 다른 문화재나 광고들과 달리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한국의 문화를 설명할 뿐 아니라 작품 속에서 한국인의 정서와 가치관들을 녹여내 독자에게 전달해 주기까지 하니 독일사람에게 한국을 소개하면서 내밀 문학으로써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압록강은 흐른다는 우리나라의 가장 마음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압록강이 흐른다.’란 작품이 왜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한국어가 아닌 독일어로 출판되어야만 하게 만든 일제강점기가 얼마나 조선 사람들에게 영향력있는 사건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라를 잃는 슬픔과 이를 저항하던 역사를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됨으로써 외국인이 아닌 나도 가슴 아팠던 우리네 역사에 대해 더 배워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압록강. 9살짜리 나의 눈에 비쳤던 압록강의 모습은 그저 강일 뿐이었다. 고난이 있어도 계속 나아가리라는 굳센 의지를 갖고 압록강에 섰을 이미륵의 심정은 아무걱정 없이 아무것도 모르던 한낱 아이와의 심정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독일에 우리네 문학을 하나 소개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서슴없이 꺼내 들 수 있을 소설인 압록강은 흐른다를 주의 깊게 읽은 지금은 당시 이미륵의 마음을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미소와 쓴웃음 둘 다 짓게 하는 소설이 있다는 것이 뿌듯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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