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어제 밤 영어 스피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요번 스피치 주제는 한 사람을 정해 그 사람을 김념하는 일종의 축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서거 6주년을 마지하신 전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하는 스피치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스피치를 쓰기위해 참 오랜만에 네이버에서 노무현 대통령님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고, 나름 이것저것 할 것이 많아 네이버나 다음에서 무언가(특히 정치적인 것)를 검색해 본 것이 참 오랜만 이었습니다. 아직도 노무현을 잊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자취도 읽어보고, 2009년 당시 노무현대통령을 추모하는 동영상들도 보았습니다. 마음 한켠에서 한 인간에 대한 감동과 대한민국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한 그에 대한 감사함이 올라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심이 담겼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민주주에 대해 생각했고,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도래를 도운 노무현 대통령님꼐 다시 감사했습니다. 영어 스피치에서는 왜 이사람을 기념하기로 마음먹었는지를 꼭 써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스피치를 쓰고 난 뒤 좀 쉴겸 페이스북에 들어갔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는데 하얗게 눈 덮인 사진들이 있더군요. 벌써 눈이 내렸구나, 참 예쁘게 내리기도 했네. 이 생각을 하고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올해는 첫눈이 좀 빠르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모두가 아시겠지만 그것은 눈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하얗게 덮인 거리의 사진들은 눈의 것이 아닌 최루탄의 것이었습니다.

저는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란 이유로 매일 저녁 보던 뉴스를 안 본지도 오래되었고, 아침마다 보던 신문을 안 본지도 오래되었씁니다. 심지어 인터넷으로도 기사를 찾아본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세월호 사건에 그렇게 분노하고, 울었음에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세월호를 잊은지 오래 되었었습니다. 대학교 입학처들에서 단원고 특별전형을 보며 '와 얘네들은 개이득이네.'라고 생각했지, 다시 세월호를 떠올리고 기사를 찾아보려는 시도 따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바빴기 때문입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이란 이유로 뉴스를 보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고등학생이라는 '핑계'로 뉴스도 신문도 수많은 기사들도 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 국가가 어떤지경에 이르고 있는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비판하는 것은 의무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2015년들어 일어난 일들중 아는것은 '메르스' 그리고 '북한 사격'정도가 다 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보고 저는 '나라꼴 하고는'하며 인터넷 창을 꺼 버렸고, 저의 안전과 안녕만을 걱저했을 뿐이었습니다.

국정화 교과서 논란이 일고있습니다. 가장 분노해야할 고등학생인 저이지만 이 논란에 대해서도 제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나?, 나라가 미쳐가는구나.'라는 짧은 비판을 속으로만 하고 또 그렇게 인터넷 기사 창을 꺼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어떤 꼴이되고 있고, 어떤 지경에 이르고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어제 페이스북을 보고 알았습니다. 제가 너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그토록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를 이렇게도 쉽게 잃어버리고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어떻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입니까?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떻게 국가의 주인을 향해 최루탄이 섞인 물대포를 쏘고 피를 흘리게 할 수 있습니까. 더 이상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차벽을 세우고 최루탄이 섞인 물대포를 민간인에게 쏘았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머리 속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해낸 시위 진압 방법일 수 있습니까. 놀랐습니다. 이명박 정권때,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장면으로도 충분히 두려웠고,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물대포에 최루탄을 섞었습니다.2015년 대한민국 정부는  군사독재시절에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사용해 시위대를, 국민을 진압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들이었습니다. 하얀 가스가 날리는 곳에서 주인공이 켁켁거리고 가스가 눈에 들어가 눈을 비비고 그러나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그것을 2015년 대한민국에서 보게될 줄은 꿈도 못 꿨습니다. 물에 섞인 최루탄은 날아가지도 않습니다.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무서운 2015년의 대한민국입니다. 3층 차벽은 최루액에 맞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움에서 빠져나갈 곳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현 정권에게 분노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잘못된 일입니까? 국민들은 자신의 국가에 대한 목소리를 낼 권리도 없습니까? 제가 고등학생이라 아직 어리고 아는게 없을 수 있지만, 제가 배운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에게는 정부를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왜 국민이, 한 국가의 주인이 그 국가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합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제 친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때 '이러다가 잡혀가겠다.'라고 걱정을 해야하는지. 또 이글을 쓰면서, 이 글을 올리면서 저 스스로의 마음 한켠에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에 대해 시위대가 잘못했다고 비판하더군요. 오랜만에 대한민국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기사도 여럿 읽어보고 다양한 사람들이 쓴 글과 댓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느 쪽에서는 시위가 불법 시위였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시위 진압이 불법이었다고 했습니다. 모르겠더라고요, 누가 위법인지 아닌지. 시위대를 옹호하는 글에서 시위대가 불법시위를 했으니, 시위대의 잘못이다, 아니다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을 뿐이었습니다. 그 시위가 불법이었는지, 불법이 아니었는지가 중요합니까? 저는 그 시위가 위법이고 자시고 보다 민간인을 향해 최루탄과 물폭탄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이 국가에 놀랐을 뿐이고 이 정권에 분노했을 뿐입니다. 물론 감정에 북받쳤던 시위대가 진압 경찰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경찰이 민간인에게 최루액을 쏠 수 있습니까.
'경찰에겐 1도 잘못이 없지않냐?'라고 말하는 국민들이 더 무서웠고, '썰매 재미있게 탄다'고 이야기한 일베가 더 무서웠습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저는 매우 무서웠고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경악했고, 이 현실이 안타까웠다가 원망스러웠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기사를 볼때마다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무서웠던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가 정말 너무 소름끼치게 무서웠던 것은 이 광화문 시위에 대한 보도가 KBS MBC SBS이 삼사 그 어떤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언론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까지 침묵할 줄은 몰랐습니다. 차벽을 3중으로 쌓아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바깥에선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하고, 언론도 입을 닫고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또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자 했습니다. 무섭습니다. 경찰이 사람의 생명을 위독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그것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잠잠합니다. 광화문은 지옥이고 사람들은 다치고 피가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분노하며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할 방송국들이, 기자들이, 앵커들이 잠잠합니다. 광화문에 있던 그 누구도 몰랐습니다. 그 차벽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트위터와 페이스북만이 떠들었을 뿐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언론은 페이스북보다 믿을만 하지 못합니다.

처음에 제가 기자의 꿈을 꾼 이유는 글쓰는게 좋아서 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이 좋았고, 글이 좋았었습니다. 축구가 좋아서 스포츠 기자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 목적이 바뀌어있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글이 좋고, 기자가 멋지고,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이 멋있어서 기자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기자로서 '기자'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고 싶어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자라는 꿈이 날이 가면 갈수록 확고해져 갑니다. 이 사회가 제가 악착같이 기자라는 꿈을 꾸게 해주는 것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나보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국가가 대한민국이고, 이 통계자료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깨닫게 해주는 군요. BBC에는 방송이 되는 광화문 시위 사건을 대한민국의 대표언론사들은 침묵한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입니다.

페이스북에서 'Pray for Paris'라면서 사람들은 프랑스 테러를 추모하며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Pray for France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Pray for Korea 입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힘으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광화문 사건은 인터넷으로 접하기 전 읽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입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역행할지 모르겠는 정치이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주인,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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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sang 2016-02-1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annsang 2016-02-1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는 현재의 대한민국인 더 나빠졌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