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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기억하기
최성철 지음 / 책읽는귀족 / 2019년 7월
평점 :
최성철의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는 독립운동가 10인의
삶을 통해 우리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독립운동 DNA’를
일깨워보는 책입니다. 역사교육과 문학을 넘나드는 저자답게 독립운동가들 앞에 놓였던 수많은 선택의 길과
극적인 상황들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5개의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돌아보는데, 특히나 ‘내가 만을 ㅇㅇㅇ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이라는 주제가 기억에 남아요. 저라면 제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만 같고, 그렇기에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더군요. 일신의 평안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위해 살아갔던 독립운동가이기에
그러한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겠죠.
김마리아는 동경에서 2.8독립선언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3.1운동의
주동자로 체포됩니다. 이후 독립군 군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결성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대통령에게 2천원의 군자금을 보내기도 한 김마리아는 동료의 배신으로 감옥생활을 여러 번 하게 되는데요. 모진 고문을 가한 일제는 그녀가 옥사할 것을 우려해 보석을 허가해주고, 그렇게
망명길에 오르게 된 김마리아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생을 마감하게 되죠. 지식인 여성으로 충분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그녀가 독립운동의 길을 걷게 된 이유, 저자는 그녀의 어머니 김몽은
여사가 ‘사람은 거취가 분명하여야 하느니라’라는 말을 남겼던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결정을 하고 밀어붙이기보다는 가늠하는 시간이 길기만 한 저에게 더욱 와 닿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역시나 편안할
수 있었던 길을 걷지 않은 인물이 있죠. 바로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이항복의 10대손 우당 이회영입니다. 그는 독립운동 자금을 위해 전재산을 팔아서
약 40만원 지금으로 따지면 600억에 이르는 돈을 가지고
만주로 떠나는데요.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신민회 결성에도
큰 역할을 했던 그 역시 내부자의 밀고로 잡혀 60이 넘은 나이에 뤼순 감옥에서 옥사하게 됩니다. 우당에 대해서는 그래도 알고 있었는데, 제가 알지 못했던 분은 바로
그의 부인 이은숙 여사입니다. 명문사대가의 안주인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만주에서 궁핍한 삶을
이어가죠. 심지어 생활비와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국으로 와서 일을 하기도 했다니 참 대단한 부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 암살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었다 하여 찾아봤던 남자현도 등장하는데요. 그녀 역시 밀고로 체포되게 됩니다. 책에서 밀고자를 표현한 것이 너무나 딱이다 싶었는데요. ‘일본 경찰의
발가락을 빨아먹고 사는 생쥐 같은 밀정의 밀고’, 글쎄요? 독립운동을
강요할 수는 없죠. 쉬운 길이 아니니까 말이죠. 하지만 왜
밀고자가 되었어야 했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책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삶을 잠시나마 함께 걸으며, 다시 한번 수많은 독립운동가, 그들이
남긴 그 큰 희생, 그리고 고귀한 그 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