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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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학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게 하는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이전에 <진실은 유물에 있다>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요. 이번 책을 통해 유물을 발굴하여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그 속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고고학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네요.

 유학시절 간질거리는 귀를 파고 싶었지만, 귀이개가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귀이개에 대해서 고고학적으로 접근해보는데요. 그런 흐름이 가능한 것이 솔직히 부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고고학적으로 귀이개는 중국에서부터 발견되는데요. 3200년 전 상나라 무정왕 부인이었던 부호묘에서 옥으로 만든 귀이개가 발견되었다고 해요. 이후 부여 계통의 문화에서 발견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맥을 찾아볼 수 있더군요. 동양인은 마른 귀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귀를 파는 문화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 간지러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물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이는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침구법에서도 드러나는데요. 대학원 시절에 두만강 유역의 청동기 시대의 무덤을 연구하던 그는 바늘귀도 없는 수백 개의 바늘을 보게 되죠. 20년이 흘러서야 그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요. 2차 세계대전 때, 만주를 군사기지화하던 일본이 고대 돌무덤 유적에서 비슷한 것을 발견하여 옮겨 놓았던 유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청동기 시대의 무덤에서 침통과 바늘을 확인합니다. 또한 고구려 사람들이 침을 잘 놓았다는 문헌을 찾기도 하고요. 함께 발견된 미끈미끈한 자갈돌들 역시 안마용 돌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게 되죠. 아무래도 겨울이 길고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다 보니 피부병을 비롯한 풍토병이 발병하기 쉬운 환경이잖아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생각하더라고요. 고병리학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고학이 유물을 통해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미끈미끈한 자갈돌이 어디에 속하는지조차 애매하게 판단되기도 해요. 유물을 발굴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유적을 파괴해야 하고, 그래서 열심히 기록하고, 과거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만은 지식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것이죠. 물론 고고학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하고, 그때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기술이 발전한 지금에 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문에는 비슷한 딜레마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조차도 다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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