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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평점 :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가끔 ‘날 얼마나 사랑해?’라고
저도 묻곤 하지만, 만약 제가 그런 질문을 돌려받아도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잘 찾지는 못할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를 읽으며 사랑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딸을 출산하고 죽은 아내를
평생 사랑한 남자, 그 사랑이 지나치지 않냐는 딸에게 사랑에는 결코 지나침이 있을 수 없노라고 고백하는
아빠의 이야기거든요.
시미언 피즈 체니, 그는 떠나간 아내가 사랑한 정원의 모든 것을 음악으로 엮어내는데요. 실존
인물이기도 한데 그가 새들의 노랫소리로 만들어낸 음악 ‘야생 숲의 노트 Wood Notes Wild’는 아들이 출판을 해서 여러 음악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해요. 물론 소설에서는 딸로 등장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정보를 처음
봤을 때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어요. 출가한
스님이 클래식 음악을 너무 듣고 싶은데, 수련 기간 동안 듣지 못하게 해서 고생하던 이야기였는데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던 그가 비가 쏟아지는 날 땅바닥에 누워 들었던 자연의 소리는 그
어떤 교향곡보다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줬노라던 이야기였어요.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가 ‘야생 숲의 노트’ 3쪽에
기록한 구절처럼 말이죠.
“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만이 가슴에 오롯이 남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인가봐요.
그 정원은 정원이기도 하지만 그의 아내 에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등장인물은 정말 간략한
편입니다. 체니와 딸 그리고 아내 정도입니다. 희곡의 구성이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인 감정들이 그대로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오감으로 만끽한 자연에 대해 무엇보다도 떠나간 아내에 대해 그가 쏟아낸 이야기들은 한 편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거든요. 사랑과 가장 닮은 말은 어쩌면 헌신이었을까요?
“네
엄마가 내 삶이란다. 난 그녀를 사랑해. 그녀의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안아. 난 늘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살고 있단다. 그녀의
죽음이 죽어버리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중략) 나는 지금
그녀를 지켜 주는 거란다. 지속시키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