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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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는 그가 1481년부터 1500년까지,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담당자 있을 때의 집필한 책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 ‘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로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가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역시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던 시대의 천재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리를 만드는 방법과 요리 기구들을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그를 보면 말이죠. 또한 요리에 대해 그가 남긴 글을 본적이 있는데요. 사제가 축복한 달걀이나 그냥 달걀이나 요리하면 맛이 똑같다라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그가 살아가던 시대에 정말 도발적일 수도 있는 말이었겠죠. 그런 그의 관점 역시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오죽하면 책을 읽을 때 주의점의 첫번째가 그의 요리나 인물에 대한 평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니 말이죠.

 저는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은 중세의 왕족으로 살면 정말 행복했겠다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 책은 그런 생각을 싹 접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들의 만찬은 제 기준으로는 만찬이 절대 아니었거든요. 공작새를 요리해먹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여러 동물의 발가락을 모은 음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케이크라고 해서 호기심을 갖고 봤더니 흰살생선 일곱 마리를 쪄서 버섯과 달걀흰자로 반죽하는 것이었으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다리가 달리면 무엇이든 먹는다는 말을 듣는데, 인류는 거의 다 비슷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시절의 풍요로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시절이었고, 궁정 연회를 담당하는 주방에서 일한 다빈치도 마실 물을 담아놓은 통에 개구리를 쫓아내는 기구를 만들어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요리노트보다는 도리어 그가 개발한 수많은 물건들, 그 어떤 분야에서도 쉴새 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더욱 집중하게 되더군요. 주방에 인공비가 내리게 하는 것은 현대의 스프링쿨러와 같고요.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일년 내내 자신이 원하는 맛을 만들게 고안을 하는 방식은   냉장고와 같은 원리이기도 했어요.

 또한 책에서는 미식가인 다빈치가 그대로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등장하는데요. 다빈치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수도원에 벽화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위해 2 9개월의 시간을 사용하는데요. 그 중에 대부분의 시간은 최후의 만찬에 올릴 요리를 선별하는데 사용했다니, 그에게는 말 그대로 도랑치고 가재 잡는 시간이었겠어요. 물론 그는 인류사에 거성으로 우리에게 기록되겠지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다면 작은 반짝거림도 함께 볼 수 있다니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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