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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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달’, 이 소설을 참 좋아했어요. 불안정한 사람들의 심리를 마치 세밀화처럼 그려내는 느낌을 주던 소설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 종이달을 쓴 작가 가쿠타미 미쓰요의 에세이라니 왠지 기대가 되더군요. 그런데 제목이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더군요. 제가 갖고 있는 작가에 대한 감각들 때문인지, ‘마을?’.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왠지 머릿속에 물음표를 잔뜩 찍은 채, 책장을 넘겼습니다.

 30년동안 여행자로 살아온 그녀는 잡지에 5년동안 여행칼럼 그때그때를 연재했고, 그것을 엮어서 나온 책인데요. 여행을 즐기지만 낯선 나라에 대한 공포를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더욱 마을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소한 만남이 여행의 참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그 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낯선 나라는 좋아하는 마을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요즘의 여행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보다는 현지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여행을 하기에 어쩌면 무심한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제 마음속에 찍혀 있던 물음표에 나름대로 답을 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영원불변의 이상향 태국의 타오섬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물론 그 타오섬은 24년전 그러니까 1991년에 방문했던 타오섬인데요. 여전히 반딧불이가 빛나던 나무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 역시 주변사람들에게 타오섬이 얼마나 변했는지 듣게 되죠. 그러다 타오섬에서 페리로 한시간 거리인 팡안섬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아무리 현대문물이 들어와도 섬이 간직한 소박한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타오섬으로 가지는 못해요. 그 마음에 너무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저 역시 친구들과 추억의 장소에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에게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곳에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 곳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나를 부르는 장소, 인연,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신비로움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가득한 말 그대로 여행법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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