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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미술 - 현대 예술과 문화 1950~2000
휘트니미술관 기획, 리사 필립스 외 지음, 송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얼마 전에 미국의 전설적인 얼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생전에 그는 비평가들에게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고, 지나치게 대중적인 화가라며 도리어 조소를 받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손꼽히고 있고, 그의 작품은 미국인의 삶을 잘 담아냈다고 하죠. 가끔은 화가와 비평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요. 그리고 대중적이라는
것, 그리고 순수예술이라는 것 그 사이에는 어떠한 간극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20세기 미국 미술: 현대 예술과 문화 1950~2000>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후
국제미술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미술에 초점을 두고 있고, 특히나 전위미술가와 함께한
휘트니미술관이 기획한 책인데요. 아직은 비평가들은 휘트니미술관에 ‘현재
진행중인 미술’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다고 하니 더욱 호기심이 생기네요. 시대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로큰롤과 재즈의 시대인 1950~60년대의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어요. 그 시대에는 아상블라주 즉 덕지적지 붙인 구조물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마치 누군가가 돌연사를 하고 유품정리사가 오기 직전의 모습이 아닌가 싶은 작품들 이후에 제이 드페오의 ‘장미’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7년동안 3톤의 물감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이 작품은 실제로 봐야한다는 어떤 의무감을 만들어준다고 할까요? 그 시절의 미국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읽고나서 봐서 그런지 딱 그 시대를 켜켜이 쌓아놓은 작품 같았네요.
이후 1960년대가 흘러가다 부딪친 곳, 바로 ‘기로에 선 미국’입니다. 말콤X, 마틴 루터 킹 2세, 로버트 F. 케네디가 총탄에 희생되고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펼쳐지던 그 시절 미국인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그 혼란을 버텨냈었는데요. 그때 나온 미술작품, 시대를 알고 나서 보니 더욱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중에 조지프 코저스의 ‘개념으로서의 개념으로서의 미술이 있습니다. 그는 사물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확대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실물의
사진과 그 실물을 배치하는 정의 연작을 만들어냈는데요.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도대체 그 답을 알 수 없던 시절을 그 나름대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해요. 이렇게 그 시대와 작품을 매칭하면서 같이 미국의 시간의 흐름 속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뉴 밀레니엄을 향한 도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점점 더 난해해지는 미술, 어쩌면 너무나 인류의 역사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이 시절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비명 같은 작품들이 늘어가는 것만
같아요. 그래서 책의 마지막 질문에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미국적인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