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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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프 브록의 <돌팔이 의사>는 표지부터 의미심장하죠. 염소의 머리를 한 바포메트라는 악마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악마와 같은 존 R. 브링클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표지의 염소는 그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염소고환이식술로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큰 부와 명성을 쌓았거든요.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어린 염소의 고환을 인간의 고환에 이식하면 서서히 흡수가 되어 혈기왕성한 정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당연히 그런 기이한 수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42명이라고 하니, 악마와 같은 연쇄살인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20세기 미국에서 펼쳐진 일이고, 이러한 고환회춘술을 시술했던 의사는 그 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각양각색의 돌팔이 의사들이 등장하여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영원한 젊음에 대한 인간에 무의미한 집착과 욕망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유독 존 R. 브링클리가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지어 이 작품은 맷 데이먼 주연으로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 문구를 먼저 읽고 봐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는 맷 데이먼이 그 역할을 연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었는데요. 마냥 사기꾼이라면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았겠죠. 하지만 브링클리는 상당히 독특한 면모를 갖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마케팅의 천재라고 할까요? 자신이 만들어낸 사기극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요. 그가 선보인 다양한 마케팅 기술은 지금 시대에도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그는 매스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간파하고 있었고, 스스로 매스컴 마케팅의 선구자가 되기도 해요.  환자들을 불러모을 때 2+1의 방식을 사용하면서, 자발적 입소문을 만들기도 합니다. 만약 그가 잘못된 길을 가지만 않았다면,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스타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까지 입문하려던 했지만,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여 결국 발목을 잡은 인물은 바로 모리스 피시바인입니다. 사실 저는 피시바인이 더욱 궁금하기도 했는데, 제 생각보다는 분량이 작았고 초점은 아무래도 브링클리에게 가있었던 것이 아주 조금은 아쉽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미국을 휩쓴 희대의 사기극을 최고 그리고 최악의 돌팔이의 이야기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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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기억하기
최성철 지음 / 책읽는귀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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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철의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는 독립운동가 10인의 삶을 통해 우리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독립운동 DNA’를 일깨워보는 책입니다. 역사교육과 문학을 넘나드는 저자답게 독립운동가들 앞에 놓였던 수많은 선택의 길과 극적인 상황들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5개의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돌아보는데, 특히나 내가 만을 ㅇㅇㅇ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이라는 주제가 기억에 남아요. 저라면 제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만 같고, 그렇기에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더군요. 일신의 평안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위해 살아갔던 독립운동가이기에 그러한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겠죠.

김마리아는 동경에서 2.8독립선언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3.1운동의 주동자로 체포됩니다. 이후 독립군 군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결성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대통령에게 2천원의 군자금을 보내기도 한 김마리아는 동료의 배신으로 감옥생활을 여러 번 하게 되는데요. 모진 고문을 가한 일제는 그녀가 옥사할 것을 우려해 보석을 허가해주고, 그렇게 망명길에 오르게 된 김마리아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 생을 마감하게 되죠. 지식인 여성으로 충분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그녀가 독립운동의 길을 걷게 된 이유, 저자는 그녀의 어머니 김몽은 여사가 사람은 거취가 분명하여야 하느니라라는 말을 남겼던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결정을 하고 밀어붙이기보다는 가늠하는 시간이 길기만 한 저에게 더욱 와 닿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역시나 편안할 수 있었던 길을 걷지 않은 인물이 있죠. 바로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이항복의 10대손 우당 이회영입니다. 그는 독립운동 자금을 위해 전재산을 팔아서 약 40만원 지금으로 따지면 600억에 이르는 돈을 가지고 만주로 떠나는데요.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신민회 결성에도 큰 역할을 했던 그 역시 내부자의 밀고로 잡혀 60이 넘은 나이에 뤼순 감옥에서 옥사하게 됩니다. 우당에 대해서는 그래도 알고 있었는데, 제가 알지 못했던 분은 바로 그의 부인 이은숙 여사입니다. 명문사대가의 안주인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만주에서 궁핍한 삶을 이어가죠. 심지어 생활비와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국으로 와서 일을 하기도 했다니 참 대단한 부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 암살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었다 하여 찾아봤던 남자현도 등장하는데요. 그녀 역시 밀고로 체포되게 됩니다. 책에서 밀고자를 표현한 것이 너무나 딱이다 싶었는데요. ‘일본 경찰의 발가락을 빨아먹고 사는 생쥐 같은 밀정의 밀고’, 글쎄요? 독립운동을 강요할 수는 없죠. 쉬운 길이 아니니까 말이죠. 하지만 왜 밀고자가 되었어야 했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책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삶을 잠시나마 함께 걸으며, 다시 한번 수많은 독립운동가, 그들이 남긴 그 큰 희생, 그리고 고귀한 그 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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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삶 - 사유와 의지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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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으면서였는데요. 그 때는 그녀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 ‘생각하지 않은 죄라는 개념이 강렬하게 느껴졌었어요. 그 후에 여러 권의 책들을 더 읽고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약간은 회의적으로 변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이걸 주제로 동생과 꽤 오랜 시간 대화를 하기도 했죠. 그래서 그녀가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며 이끌어낸 정신의 삶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물론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저 역시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사유와 의지 그리고 판단이라는 것에 공감하게 되네요. ‘사유의지를 마무리하고 판단을 집필하던 중 한나 아렌트가 타계하면서 판단은 강의록의 형태로 수록되었고요. 생전에 편집자에게 판단의 분량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위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읽은 책 중에서도 어려운 책으로는 세손가락 안으로 들어올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죠.

 <정신의 삶>은 한나 아렌트와 고대에서부터 존재한 여러 철학자와의 대화처럼 다가오기도 해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헤겔을 비롯하여 성경을 넘나들며 진행되는데요. 편집자의 글을 보면 주석조차 잘 되어 있지 않다고 하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정말 그 사람들과 자신의 머릿속에서 대화를 할 수 있으려면 책을 하나하나 찾아서는 불가능하거든요.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한나 아렌트가 사유의지의 필요성을 그리고 그것으로 완성되어 가는 정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한나 아렌트가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인 삶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사유편을 통해서 지나치게 형이상학적 관념을 요구하던 철학자들을 논박하고, 현상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하더군요. 어쩌면 제가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낮은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또한 의지편에서는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바라는 바를 이룸에 있어서 그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제가 그 동안 가져왔던 회의론을 어느 정도 내려놓게 합니다. 악의 평범성이라고 하죠. 그 평범성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신의 삶입니다. 물론 또 시간이 지나면 저는 다시 부정적으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면 이 책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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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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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달아 고고학자의 책을 읽게 되네요. <나무의 모험>의 저자이자 영국의 고고학자인 맥스 애덤스는 숲에서 살아가는 목가적인 삶을 선택했는데요. 현대인들은 이제는 숲 속에서 살아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해요. 친가에는 동네에서도 꽤 잘 알려진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있었어요.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 떠올라 앨범을 뒤적이기도 했네요. 저도 나무와 함께 성장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좀 멀어진 기분도 들고요. 그래서 인간과 나무가 함께해온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대서사시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숲 속에서 살아간 사람을 생각하면 데이비드 소로가 먼저 떠오르죠. 책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물론 숲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죠. 때로는 자신과 맞지 안는 공간과 사람들 때문에 그 곳에서 나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것도 삶의 여정인 것이죠.

 나무와 사람이 함께한 이야기를 12가지의 레슨으로 진행하는데요. 하나의 레슨이 마무리될 때면 나무 이야기라고 해서, 세밀화와 함께 하나의 나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12개의 나무 백과사전을 가질 수 있고, 용어설명이 있어서 저처럼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더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요. 아무래도 셜록홈즈 시리즈에 있어서 더욱 익숙한 너도밤나무가 있어요. 수명이 짧은 편이고 사람들이 여러가지로 활용해왔기에 너도밤나무의 깃든 이야기가 많이 없었다니 셜록홈즈 시리즈로 등장한 것이 다행이었네요. 그래서 저에게도 익숙한 나무가 되었으니까요. 숲이 오래 유지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반전이기도 했어요. 가끔 어이없는 책을 보면, 나무한테 미안해야 한다라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진짜 우리가 숲을 지키고자 한다면 나무를 잘 활용해야 해요. 인간에게 필요가 있어야 자연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죠.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네요. 우리나라에도 식목일이 있잖아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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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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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학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게 하는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이전에 <진실은 유물에 있다>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요. 이번 책을 통해 유물을 발굴하여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그 속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고고학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네요.

 유학시절 간질거리는 귀를 파고 싶었지만, 귀이개가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귀이개에 대해서 고고학적으로 접근해보는데요. 그런 흐름이 가능한 것이 솔직히 부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고고학적으로 귀이개는 중국에서부터 발견되는데요. 3200년 전 상나라 무정왕 부인이었던 부호묘에서 옥으로 만든 귀이개가 발견되었다고 해요. 이후 부여 계통의 문화에서 발견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맥을 찾아볼 수 있더군요. 동양인은 마른 귀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귀를 파는 문화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 간지러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물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이는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침구법에서도 드러나는데요. 대학원 시절에 두만강 유역의 청동기 시대의 무덤을 연구하던 그는 바늘귀도 없는 수백 개의 바늘을 보게 되죠. 20년이 흘러서야 그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요. 2차 세계대전 때, 만주를 군사기지화하던 일본이 고대 돌무덤 유적에서 비슷한 것을 발견하여 옮겨 놓았던 유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청동기 시대의 무덤에서 침통과 바늘을 확인합니다. 또한 고구려 사람들이 침을 잘 놓았다는 문헌을 찾기도 하고요. 함께 발견된 미끈미끈한 자갈돌들 역시 안마용 돌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게 되죠. 아무래도 겨울이 길고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다 보니 피부병을 비롯한 풍토병이 발병하기 쉬운 환경이잖아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생각하더라고요. 고병리학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고학이 유물을 통해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미끈미끈한 자갈돌이 어디에 속하는지조차 애매하게 판단되기도 해요. 유물을 발굴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유적을 파괴해야 하고, 그래서 열심히 기록하고, 과거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만은 지식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것이죠. 물론 고고학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하고, 그때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기술이 발전한 지금에 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문에는 비슷한 딜레마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조차도 다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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