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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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마무리 하며, 한 줄 감상 납깁니다. 한 살 더 먹었고 매 해 갈수록 나이를 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우울하지 않은 건 젊은 혈기가 줄어들수록 독서를 통한 삶의 지혜는 조금이나마 늘어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인문학의 열풍에 힘입어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심리에세이와 마음가짐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서가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래도 동서고금 막론하고 개인적으로 자 자신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고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명이 탄생하고 역사가 쓰여져 오는 동안 많은 고전이 우리들의 가슴에 자리잡았지만, 그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인 시는 고대에 쓰여져 있었던 것이라도 현대에 와서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과거나 현재의 동일성에 한 몫 하였습니다. 그 시절에도 사람 사는 동네에 희로애락은 당연히 있었겠지요.

 

 아직도 나에게는 시는 어렵습니다. 그 깊이가 있음을 알기에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지요. 학창시절 우리가 배우던 국어 교과서는 너무 시를 우리와 먼 곳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먼 길을 돌아서 이렇게 시 앞에 서게 되었고, 마음의 치유 시집모음인 이 책을 만났습니다. 책을 통해서, 여행을 통해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어느 독서보다도 저에게 와 닿은 것은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문에서는 표현을 못하는 그 부분을 시어로써 잘 표현하고 일깨워 주었습니다. 무조건 긍정 일변도의 어투가 아닌, 슬프고 외롭고 힘든 감정까지도, 내 자식 마냥 잘 품어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줍니다.

 세상을 살아가면 좋은 일만 앞에 다가오는 법이란 없으니까요. 호사다마라는 옛말도 있고, 좋은 일 뒤에 나쁜 날, 나쁜 날 뒤에 좋은 날은 내가 피하려고 온갖 노력을 해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신에만 의지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자는 것이 아닌, 모든 감정들이 다 내 가 헤쳐나갈 길이라는 것을 어렵지만 다시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모든 시가 다 와 닿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날은 이 시가 어느 날은 저 시가 가슴을 울리겠지요.

 

 인간은 미완성으로써 언제나 감성적일 수도 없고, 언제나 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시는 꼭 필요합니다. 이 치유 시들은 어렵지 않고, 그냥 사람이라면 정도는 다르겠지만 받아들일 여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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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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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이 맘 때쯤 서점가를 휩쓰는 시리즈물 중에 유명한 책이다. 물론 구매해서 읽으면 좋겠지만, 다른 책도 살게 많은 나 같은 가난한 회사원은 빌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이 책의 장점은 지난 한해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사회, 문화, 경제 트렌드를 키워드로써 정리하여 굳이 경영학적인 업종 종사자들이 아니더라도, 각계각층의 독자들에게 알찬 분석을 도와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 특히나 정기 간행물과 신문을 잘 보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정보의 빈자리를 최대한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일찌감치 깨달았지만, 이런 트렌드 분석의 독서는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 다는 단점 또 한 가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회는 복잡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현재 분석에 너무 연연해하다가는 자칫 중요한 것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저자들도 의도하는 바이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미래의 트렌드예측에 대해 지나치게 맹신하여 예언을 받는 다는 마음가짐으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지 그렇게 일어날 것이라고 하여 쉽게 예측을 믿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마찬가지로 내년도 올해만큼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출범한지 2년째가 되가는데, 초심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피를 못 잡고 팔자걸음으로 걷고 있으니 말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하나 먹고 살기 바쁘니 혼자가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거시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대국을 관망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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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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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일본의 경기침체, 2008년도 금융위기를 촉발 시킨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제는 그 시한폭탄이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저금리의 은행권의 대출이 상당부분 가계 대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통하여 간신히 목숨만 지켜주는 건설토목업계의 상당 부분 법인들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고, 그럼에도 불고하고 부동산 가격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가격을 논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껴있다는 것이다. 경제 지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아무리 보수적이고 냉정하게 살펴도 현재 부동산 가격은 25~35% 정도 거품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사람들에게 뭐니 뭐니 해도 내 집 마련에 대한 애착은 거의 종교와도 같아서, 가정을 꾸리고 나면, 이후 제일 첫 번째 목표는 내 집 마련이 되어버리고 만다. 문제는 과거 경제성장률이 높을 때, 호경기가 지속됨에 따라 일었던 건설경기 붐은 부동산 투자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해준다. 이 때 많은 투자 자본들은 건설토목 쪽으로 집중되고 수익률 또한 높았다. 많은 부자들은 이 때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었다. 이때는 주택을 구매하더라도 미래의 주택가치가 올라갈 것을 예상하여, 대출을 받아 구매를 하였고, 가격 또한 수입으로 감당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겪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다시 가파르게 회복세를 띔에 따라, 마지막으로 부동산으로 돈을 번 세대 이후, 정부에서 실시하는 뉴타운재개발 등 토목개발붐에 편승하여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경제 안정을 위해 토건규제 및 각종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도 잡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에 이어 출범한 이명박 정부 때는 개발경기를 일으키고 부동산가격을 올리기에 온갖 수단을 다 씀에도 불구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민들은 정부 및 개발업계 등에서 부동산 바닥 론을 주장하며 지금이 주택 구매의 호기임을 선전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 등과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으로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늘려주자 부동산으로 구시대의 방법인 부동산 재테크를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대출을 통해 아파트 등의 부동산을 구매했다.

 그러나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일시적으로 멈춰서기는 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계속 내려갔고, LTV, DTI 등은 올라갔다. 따라서 감당하기 힘든 대출을 받은 서민 주택소유자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이자로 납입하게 되면서 집값반전을 기다렸지만, 버티지 못하고,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집값 상승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결국 신용불량자로 찍혀버리고, 소유재산은 경매로 헐값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가계는 파탄이 나고야 만다. 문제는 정부에서 아직도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금리로 집 구매 능력이 없는 가계로 하여금 생애첫대출을 받게 하면서 계속 사지로 몰고 있다는 것과, 많은 서민들이 아직도 대출의 거치기간 조차 힘들게 지내면서, 다가올 대출 상환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하우스 푸어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더불어 깡통전세의 비율이 높은 것도 서민들을 괴롭게 하는 요인으로 짚었다. 매매의 능력이 없으면 전세로 살아야하는데, 매매가가 너무 높아 엄두가 안 나는데도 정부에서는 저리로 매매로 전환하게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원하는 전세는 가격이 점점 상승하고 있어, 최근에는 매매가와 전세의 차이가 최고로 좁혀졌다. 이유는 전세매물이 줄어서라기보다는 안전한 전세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택소유자도 마찬가지로 무리한 대출을 끼고 전세를 내놓았기 때문에 자칫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높은 매물들만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깡통 전세가라고 부르는데, 월세의 부담감이 높은 가계들이 전세를 선호하는 판국에 위험도가 높은 전세로 살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많은 임대인들이 저금리 환경에서 전세보다는 월세가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전환되어 가는 추세이다. 따라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서민들을 도와주기보다, 대출을 해줌으로써 매매를 하게 하거나, 능력이상의 전세자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요인으로 전세가는 싸지기는 커녕 계속 떠받치게 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현재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끼여 있으므로 견착륙을 통해 말기 암으로 전이되기 직전에 대수술을 통해 이 거품을 꺼버리고 당장의 아픔은 있겠지만 빠른 치유를 통해 회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는 수술 대신 정부가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금을 건설토목에 투자를 하여 마치 약물 주사로써 생명을 이어가게 하지만 결국 암을 막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만들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견착륙이 말하는 것은 일단, 건설부양책을 중단하고 더 이상의 하우스 표어를 막는 길이다. 하우스 푸어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손절매를 하도록 하고. 자체적으로 회복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가계대출을 완화하는 대신 엄격하게 LTV 비율을 제한하고, DTI규제를 강화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서민들에게 공공재무 컨설팅을 받도록 하여 부실한 가계부채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정리하게 하고, 더불어 회생불가의 자구책을 강구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를 과감히 정리해야한다. 물론 이 부분을 진행함에 많은 고통과 투자자들의 고통이 크겠지만 이 부실부분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 오는 것보단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요구하는 정책을 위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공공기관들은 민영업체를 대신하여, 직접 공공개발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불필요한 개발사업 등에 쏟아 부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의 대책은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데 문제는 현 정권에서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거품을 걷어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상황에 대해 많은 고통을 감내해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개개인들에게 전가될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기보다는 아픔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개별의 의식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모든 사람들이 간 길처럼 내 집을 빨리 마련하기 위해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거품이 낀 부동산시장에 주택 구매는 위험하니 지금 가계의 수준에 맞춰서 최대한 임대를 하여 생활하고 충분히 거품이 꺼진 후에 구매를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도 신혼은 월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고통보다는 차라리 이사를 자주하는 일이 있더라도, 임대로 사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기 쉬운 길일 것이다. 또한 미래에는 직접 집을 구매하는 것 보다는 공공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장기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 될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미래는 현재 사회문화적인 요인과 경제적 요인을 따져볼 때, 그렇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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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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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7~18

 

 마치 한 편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본 느낌이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부터 몰입을 해서, 이틀 만에 다 읽어 치웠다. 중간에 약속시간만 맞춰야 하지만 않았어도,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매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진한 감동은 아니지만, 은은한 감동이 있다. 화려한 영웅 이야기는 없지만, 따뜻한 인간 이야기는 있다. 세련된 반전은 아니지만, 웃음 짓게 만드는 반전은 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우리 주변에 있을만한 보통보다도 못하다고 생각되는 인물들마저 그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을 품고 있었고, 우리들이 이 각박하고 암울한 세상에서도 인간성을 쉽게 상실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렵지도 않은 문체로 쉽게 서술하였고, 그렇다고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그 안에 숨겨진 진심은 우리들의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서로서로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 할아버지가 돼서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여기도 살아가기에 그럭저럭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가 되니까 그 분이 생각난다. 사람내 나는 사람을 사랑했던 그 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변호인’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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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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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한 권으로 모든 역사를 담으려는 저자들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한 권으로 읽는 철학사, 미술사, 서양사, 음식사, 인류사, 과학사 등등. 하지만 이 책만큼 포괄적으로 한 권 으로 모든 것의 역사를 담으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빅 히스토리’라는 교육용 비디오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써 실제로 비디오를 시청하지 못한 독자들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전체의 역사라는 거대하고 상당히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생을 주독자로 설정할 만큼 심도는 떨어지지 않으나 최대한 배려를 가지고 강의를 이끌어 나가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첫 부분을 ‘우주’의 기원으로 내딛어 '빅뱅‘ 이란 거대한 우주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을 계기로 역사에서 여덟 가지 복잡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사건을 임계국면이라고 칭하고 그 임계국면으로써 서술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순히 우리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을 일방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가진 능력인 직관, 권위, 논리, 증거를 사용하여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빅 히스토리가 진정 나아가는 방향임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임계국면이 발생하기 직전에는 새로운 복잡성이 나타기 위한 골디락스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에 대한 확률과 그 신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다. 최초의 무에서 억겁의 시간동안 변화하지 않은 우주의 역사는 이 순간 찰나의 골디락스 조건이 갖춰짐에 따라 순식간에 복잡성이 커지게 되고 놀라운 결과로 발전되어 왔다.

 

 빅뱅이 시작되면서 우주가 발생했고, 별들이 생성되었으며, 우리가 사는 지구가 탄생했고, 무기물질에서 생명체가 태어나게 되었으며, 이는 그 긴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하고 생기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인류가 생겼으며, 이 일류는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지성을 지녀서 집단학습을 할 수 있었으며 이 집단 학습을 통해 지식을 후세로 물려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번성하게 되었고 마침내 지구의 생태계의 최상위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혁신적이고 극적인 변화는 마지막 임계국면인 근대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하듯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큰 공헌을 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교환 네트워크의 규모와 다양성이 활발해졌던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가 대표적으로서 경쟁적인 시장이 확산되었다는 것이고, 그리고 에너지 사용을 발전하고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근대를 거쳐 현대로 들어 설 때까지 우주의 전체 역사에서 극히 미미한 시간동안 벌어진 지상 최대의 놀라운 변화였다. 그럼으로써 우리 인류는 이 힘을 사용하여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인류와 지구의 역사는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빅 히스토리에서 다루는 부분은 미래다. 미래는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학문을 통해서 우리가 미래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물론 미래는 복잡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기에 바로 얼마 후의 미래는 우리가 지금 하는 선택에 따라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먼 미래는 결국 이 우주는 다시 무의 시계로 돌아가는 것이고, 가까운 미래는 각종 사회적, 문화적, 과학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예견할 수는 없고, 우리가 여태껏 벌여놓은 일들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이 부분 때문에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 이 미래가 어떻게 되냐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지금 우리의 후손이 맞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봤던 많은 독자들에 이어 나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역사는 한 분야의 학문이 아닌 ‘빅 히스토리’의 이름 아래 여러 학문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나무 같다고 느꼈다.

가지 하나하나는 세분화된 학문이지만, 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성장은 자연과학에 기반을 둬야 할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소양 나무의 뿌리처럼 갖추고 있어야 됨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직면한 이공계의 위기라든지, 인문학의 위기라고 이분법적으로 갈라서 따질 것이 아니라, 두 분야 모두 지극히 일반적인 시민이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교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이 시각을 갖추게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닌 단순한 취직 기술을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렸고, 중고등학교 시절도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 시험에 대한 답을 달달 외우는 능력을 키우는 감옥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이 ‘빅 히스토리’를 그 때 접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아닌, 내면의 지식을 키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탐구에 대한 여정이 어려울 순 있어도 늦게나마 잘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후세들은 두 분야의 소양을 통합적으로 키우면서 사회적인 현상을 바라볼 때 보다 더 높은 지혜로써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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