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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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한 권으로 모든 역사를 담으려는 저자들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한 권으로 읽는 철학사, 미술사, 서양사, 음식사, 인류사, 과학사 등등. 하지만 이 책만큼 포괄적으로 한 권 으로 모든 것의 역사를 담으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빅 히스토리’라는 교육용 비디오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써 실제로 비디오를 시청하지 못한 독자들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전체의 역사라는 거대하고 상당히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생을 주독자로 설정할 만큼 심도는 떨어지지 않으나 최대한 배려를 가지고 강의를 이끌어 나가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첫 부분을 ‘우주’의 기원으로 내딛어 '빅뱅‘ 이란 거대한 우주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을 계기로 역사에서 여덟 가지 복잡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사건을 임계국면이라고 칭하고 그 임계국면으로써 서술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순히 우리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을 일방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가진 능력인 직관, 권위, 논리, 증거를 사용하여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빅 히스토리가 진정 나아가는 방향임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임계국면이 발생하기 직전에는 새로운 복잡성이 나타기 위한 골디락스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에 대한 확률과 그 신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다. 최초의 무에서 억겁의 시간동안 변화하지 않은 우주의 역사는 이 순간 찰나의 골디락스 조건이 갖춰짐에 따라 순식간에 복잡성이 커지게 되고 놀라운 결과로 발전되어 왔다.

 

 빅뱅이 시작되면서 우주가 발생했고, 별들이 생성되었으며, 우리가 사는 지구가 탄생했고, 무기물질에서 생명체가 태어나게 되었으며, 이는 그 긴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하고 생기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인류가 생겼으며, 이 일류는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지성을 지녀서 집단학습을 할 수 있었으며 이 집단 학습을 통해 지식을 후세로 물려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번성하게 되었고 마침내 지구의 생태계의 최상위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혁신적이고 극적인 변화는 마지막 임계국면인 근대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하듯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큰 공헌을 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교환 네트워크의 규모와 다양성이 활발해졌던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가 대표적으로서 경쟁적인 시장이 확산되었다는 것이고, 그리고 에너지 사용을 발전하고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근대를 거쳐 현대로 들어 설 때까지 우주의 전체 역사에서 극히 미미한 시간동안 벌어진 지상 최대의 놀라운 변화였다. 그럼으로써 우리 인류는 이 힘을 사용하여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인류와 지구의 역사는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빅 히스토리에서 다루는 부분은 미래다. 미래는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학문을 통해서 우리가 미래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물론 미래는 복잡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기에 바로 얼마 후의 미래는 우리가 지금 하는 선택에 따라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먼 미래는 결국 이 우주는 다시 무의 시계로 돌아가는 것이고, 가까운 미래는 각종 사회적, 문화적, 과학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예견할 수는 없고, 우리가 여태껏 벌여놓은 일들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이 부분 때문에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 이 미래가 어떻게 되냐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지금 우리의 후손이 맞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봤던 많은 독자들에 이어 나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역사는 한 분야의 학문이 아닌 ‘빅 히스토리’의 이름 아래 여러 학문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나무 같다고 느꼈다.

가지 하나하나는 세분화된 학문이지만, 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성장은 자연과학에 기반을 둬야 할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소양 나무의 뿌리처럼 갖추고 있어야 됨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직면한 이공계의 위기라든지, 인문학의 위기라고 이분법적으로 갈라서 따질 것이 아니라, 두 분야 모두 지극히 일반적인 시민이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교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이 시각을 갖추게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닌 단순한 취직 기술을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렸고, 중고등학교 시절도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 시험에 대한 답을 달달 외우는 능력을 키우는 감옥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이 ‘빅 히스토리’를 그 때 접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아닌, 내면의 지식을 키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탐구에 대한 여정이 어려울 순 있어도 늦게나마 잘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후세들은 두 분야의 소양을 통합적으로 키우면서 사회적인 현상을 바라볼 때 보다 더 높은 지혜로써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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