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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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권의 <천로역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읽으셨던 오래된 세로줄 <천로역정>, 아들에게 선물한 어린이판 <천로역정>과 만화 <천로역정>, 영문 문고판 <천로역정>,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등등. 그리고 지금 가장 최신판, ‘도서출판CUP’에서 펴낸 <천로역정>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표지부터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습니다. 곳곳에 실려있는 그림은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독자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런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도서출판 CUP’<천로역정>캐리 마스의 해설이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천로역정>이야기는 저자가 광야를 다니다 우연히 동굴에 들어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캐리 마스는 이 동굴이 천로역정을 집필할 때 존 버니언이 갇혔던 잉글랜드 베드포드 감옥을 가리킨다고 해설합니다. 여러 번 <천로역정>을 읽었는데,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크리스천이 굴욕의 골짜기에서 만난 아볼루온은 버니언이 즐겨 있던 <사우샘프턴이 성 베비스>에도 쓰여있다고 설명합니다. 크리스천이 강을 건너 영광의 도성에 들어갑니다. ‘무지헛된 소망이라는 뱃사공 덕에 강은 건넜지만, 왕과 함께 한 적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증명서가 없어 결국 내쫓겼습니다. 캐리 마스는 이 장면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구원의 믿음을 가졌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면 천국 입장이 불가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런 해설 덕에 존 버니언이 크리스천의 순례를 칭의(십자가 앞에서 무거운 짐이 벗겨짐)와 성화(그 후 천국에 이를 때까지 진리의 말씀을 붙잡고 살아감)의 과정으로 묘사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캐리 마스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역사적 배경과 책 전체에 담겨있는 풍부한 상징을 명쾌하게 해설해 주고 있어서, <천로역정>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책 속의 책으로 영문학자 릴랜드 라이큰의 <천로역정 가이드>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고전의 중요성도 알려주고, <천로역정> 개관으로 플롯 요약과 문학적 특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천로역정 각 장의 줄거리와 해설, 토론 거리를 제시해서 깊이 읽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룹으로 <천로역정>을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없이 출판된 <천로역정> 중 딱 한 권만 추천하라면, 저는 주저없이 도서출판 CUP<천로역정>을 뽑을 것입니다. 이 책 덕에 이제는 <천로역정>을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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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기독교시대 교회 - 왜 교회를 떠나는가, 어떻게 다시 오게 할 것인가
짐 데이비스.마이클 그레이엄.라이언 버지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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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탈기독교시대 교회>, 교회를 떠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The Great Dechurching) 속에서 교회는 희망이 있을까요?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사람들이 왜 교회를 떠나는지 상세하면서도 종합적인 이유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미국교회에 관한 종합적 조사와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싣고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 25년 사이에 교회를 떠난 사람의 숫자는 세 번에 걸친 미국교회의 급성장 기간에 교인이 된 사람의 숫자보다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고 있습니다. 첫째, 냉전 시대가 종식되어 미국인이면서도 비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문화적으로 쉽게 용인되었습니다. 둘째, 종교적 우파로 인한 악영향입니다. 셋째, 인터넷 기술의 발전입니다. 미국의 상황이나 한국의 상황은 대동소이하기에 이 책의 진단과 적용은 우리에게도 유용할 것입니다.

탈교회(dechurching)’는 현재진행형인데, 이런 상황을 방관하면 교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요? 놀랍게도 이 책은 오히려 희망을 노래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주의 교회를 떠난 이들이 여전히 정통교리를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교회를 떠났지만, 신앙을 버리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답은 바로 소속입니다. 이들은 교회의 심각한 문제로 교회를 떠났다기보다 이사를 해서, 코로나19로 교회에 가지 않는 것이 익숙해져서, 함께 교회에 갈 친구가 없어서, 등등. 사소한 이유로 교회를 떠난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어쩌다 보니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교회로 돌아갈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51%”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답니다. 그들은 좋은 교회로 초대해 주는 사람만 있으면 교회로 돌아올 것입니다.

Part 2는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내용을, Par t3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매우 실제적인 조언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Part 4는 더 근본적으로 세상이 기대하고 신뢰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사회에서 힘과 영향력을 얻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우리의 나그네 상태를 받아들여, 힘의 중심지가 아닌 변방에서 영향력을 발휘”(p. 296)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저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책 교회의 리더들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될 것이며, 교회를 떠난 이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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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365 : 매일 복음 묵상 1 매일 복음 묵상 1
김석년 지음 / 샘솟는기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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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년의 <로마서 365> 1권을 집어 들고, 올해에는 로마서를 365일 날마다 묵상하며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고백하는 삶이 되길 기도했습니다. 이 묵상집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침을 열기에 제격입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시편을 통해 고백했듯, “하나님께 가까이함이 내게 복이라”(73:28)는 시인의 고백을 마음 깊이 담아봅니다. 아침 묵상 때마다 입술로 고백합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일이 내 삶에 가장 큰 행복이요 기쁨이라고요. 아주 오래전 김석년 목사님의 묵상집 <지혜자의 노래>(진흥 )를 읽으며 인생의 계절을 묵상한 적이 있습니다. 의 글은 정갈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묵상집으로 제격입니다.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로 드리는 기도에 관한 책 <쉬지 않는 기도>(샘솟는 기쁨 )<쉬지 않는 기도 동행 31>(샘솟는 기쁨 )도 나의 기도 생활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로마서는 복음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복음의 은혜를 경험하고 그 은혜를 날마다 마음에 새긴다면, 우리의 영혼은 살아날 것입니다. 로마서는 마틴 루터, 장 칼뱅, 존 웨슬리, 칼 바르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로마서는 인간 변혁, 교회 개혁, 시대 갱신의 책, 그야말로 살리는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마서에 대한 저자의 소개를 접하니 이 책에 대해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이 묵상집은 하루에 로마서 한 구절을 묵상하고 그날의 묵상에 따라 기도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하루에 두 페이지를 읽으면 됩니다. 하루 묵상 거리를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은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인 듯합니다. 성경 구절, 그리고 간략하지만 상당한 통찰력이 있는 설명, 그리고 신앙에 관한 여러 작가의 글이나 아포리즘이 실려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읽었던 내용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제목은 길이 막히는 은혜입니다. 바울이 로마 교회에 가고 싶었지만 길이 막혔습니다. 바울은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편지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았다면 로마서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기도하는데 길이 막히는가? 그때가 바로 나만의 또 다른 로마서를 쓸 때이다”(p. 49). 그리고는 성경 구절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6:9).

올 한해는 이 책으로 로마서를 묵상하고 기도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앞으로 나올 <로마서 365> 2권과 3권도 기대가 됩니다.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싶은 분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주님께 가까이하는 복을 누리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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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
임성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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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은 존재의 기쁨을 위해 춤춰야 할 때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아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 임성미는 독서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분입니다. 1장 서문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나의 독서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독서는 주로 정보를 얻는 데 주력했던 것 같습니다. 먹잇감을 찾아 헐떡이는 하이에나처럼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 아주 빠른 속도로 많은 책을 읽어냈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인용한 프란치스코회 리처드 로어 신부의 말이 마음 깊이 박힙니다. 로어 신부님은 인생 후반전의 과제는 배움이 아니라 지움이라고 말했다지요.

묵상 독서는 어떤 종류의 책을 읽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변화를 추구하고 다가올 날들을 견뎌낼 힘을 키우는 일, 즉 삶에 대한 새로운 방식이나 태도를 배우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읽은 내용을 기억하고 반추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천천히 깊이 읽고, 때로는 소리 내어 읽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집중력을 도둑맞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요히 앉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메타인지훈련이 필요합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아마도 수도원에서 행했던 묵상 방법일 것입니다. 얼마 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싯다르타는 진정한 배움은 누군가의 가르침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사문의 고행을 떠나 속세로 돌아와 많은 것을 경험하고 결국 강물로부터 깨달음을 얻습니다. 묵상 독서란 책을 통해 자신에 관해 깊은 깨달음을 얻는 독서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독서를 통해 우리는 신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자는 여든 권 가까운 책을 인용합니다. 나도 이 중에 삼십 여권 가까이 읽었네요. 그런데 정작 무엇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미 읽은 책들도 다시 들추어보았습니다. 밑줄 친 문장이 눈에 들어오네요. 분명 처음 읽을 때 깨달음을 얻었거나 감동했으니 밑줄을 쳤겠죠? 한순간 감동한 것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읽은 내용을 읊조리고 곱씹고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독서로 좋은 책을 많이 소개받았습니다. 더 좋았던 점은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미래를 마주할 용기를 얻었으며, 오늘을 감사와 기쁨으로 사는 법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오래오래 남을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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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 진술 감정 수사 - 시인 수업
조동범 지음 / 슬로우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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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분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관심사나 의견을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자기 생각을 너무 장황하게 쓰면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짧게 쓰려다 보니 자기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지곤 합니다. 짧으면서도 영향력이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큼 강해진 지금, ‘에 관한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동범의 <묘사 진술 감정 수사>은 시를 제대로 읽거나 쓰고 싶은 자들에게 시어(詩語)의 독특한 특징들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설명합니다. 그야말로 시인 수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시의 언어는 묘사’, ‘진술’, ‘감정’, 그리고 수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묘사가 가시적 세계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라면, ‘진술은 가창적 세계를 전달합니다. 저자는 몇몇 시를 예시하면서 이런 개념을 아주 쉽게 이해시킵니다. 저자는 영상조립시점을 설명하면서 영화 <중경삼림>의 여러 장면을 시로 묘사했습니다. 덕분에 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조금 감이 잡혔습니다. 이 책에서 시적 언술로서의 진술과 직접적 정보 전달로서의 설명이 어떻게 다른지도 배웠습니다. 진술은 비유와 상징으로 기능하지만, 설명은 오히려 비유와 상징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또 아포리즘적 진술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이 책에 제시된 장현종의 <>이라는 아포리즘적 진술의 시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p. 162). 시인은 인간관계에 힘들고 지쳐 사람이 없는 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기를 소망하는 것일까요? <>의 아포리즘적 진술은 많은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이 책에서 시와 감정에 관해서도 배웠습니다. 시는 감정의 산물이지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승화된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이해하니, “시는 감정의 방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엘리엇의 말을 수긍하게 됩니다. 감정을 제대로 절제하지 못하니 어떤 시들은 신파조로 흐를 수밖에 없군요. “시는 언제나 낯선 것이어야 한다”(p. 224)는 말도 마음에 남습니다. 더 이상 새롭지 않으면 시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시는 낯선 것이기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요?

저는 에 관해 잘 모르기에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천천히 생각하며 읽고, 이 책에 예시된 시들을 여러 번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시를 보는 눈이 조금은 열리는 듯합니다. 앞으로 한 두 번 더 읽고 이 책에 예시된 시인들의 시를 찾아 감상하고 싶습니다. 시가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 시를 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 간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풍성한 내용의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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