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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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전에 단테의 <신곡> 읽기에 도전했다가 지옥 편도 다 읽지 못하고 손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내가 유럽 중세 시대의 상황과 문학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곡>은 중세 시대의 내세관인 지옥, 연옥, 천국을 전체 이야기의 바탕으로 삼았기에 현대인들에게는 어색한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박상진 교수는 무엇보다 자신과 주변을 끈기 있게 성찰하려는 성실함이 없어서 <신곡>을 읽는 일이 힘든 것이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사실, 단테의 <신곡>은 독자에게 선명한 해답을 주기보다 스스로 깊고 넓게 생각하도록 도전합니다.


박상진의 <단테 신곡 인문학><신곡>에서 뽑은 인간의 죄악과 미덕을 깊이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지옥 언저리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은 치욕도 찬사도 없이 살았던 자들의 슬픈 영혼들입니다. 그들은 중립의 가치를 지킨다고 하지만 실상은 비겁하게 산 자들입니다. 박 교수는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라고 도전합니다. <신곡>은 단테의 실제 삶을 반영한 자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테는 초고속으로 정치 지도자에 위치에 올랐다가 추방되어 오랜 시간 떠돌며 <신곡>을 완성하고 생을 마쳤습니다. <신곡>은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이 질문은 대식, 분노, 폭력, 성애, 탐욕, 분열, 위조 용기, 연민, 정의, 고결, 사랑, 등과 같은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들을 숙고하다 보면,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위로와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박상진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시 형태로 되어 있는 단테의 <신곡> 완역본을 다시 읽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서점을 뒤져봅니다. 대표적으로 박상진 교수가 옮긴 <신곡>(민음사 )과 김운찬 교수가 옮긴 <신곡>(열린책들 )이 있군요. 민음사에서는 윌리엄 브레이크의 그림을, 열린책들에서는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을 수록해 놓았습니다. <단테 신곡 인문학>에서는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알베르토 마르티니의 삽화를 매 챕터 앞에 실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출판사의 책을 다 구입하고 싶네요. <신곡> 완역본을 읽으며,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삶의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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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피엔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 괴베클리 테페에서 AI 문명까지 인류 노동의 역사와 미래
백완기 지음 / 지베르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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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테페의 신전은 집단의 협력으로 세워졌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권위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은 새로운 정치 철학의 문을 열었고, 후에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산업혁명은 혁신적 노동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미국의 IT혁명은 AI 시대를 여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AI 시대가 열렸습니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이 책은 AI 시대에 우리는 일과 삶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질문합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사회로 급속히 발전했습니다. 일본이 100년에 걸쳐 이루어낸 일을 한국은 30년 만에 해냈습니다. 한 세대 만에 한 세기를 따라잡은 것입니다. 일본이 외부에서 근대 산업을 수입했지만, 한국은 스스로 근대를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민주화 과정을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은 일본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디지털과 AI 시대에 전세계에서 떠오르는 별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분명합니다. AI의 산업화는 소수의 권력과 자본을 위한 종이 될 것인가, 모두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민주적 토대가 될 것인가?


여기에 답하려면,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 갈등과 모순을 직시해야 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새로운 모순을 네 가지로 지적합니다. 첫째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입니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수의 사람이 기술을 독점할 것입니다. 둘째는 높은 시민의식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적 양극화와 불신입니다. 이런 혐오와 불신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민주주의가 희미해지면 창의력은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셋째는 저출산 고령화의 가속화입니다. 이는 AI 기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킵니다. 넷째는 성장 방식이 낡은 틀에 갇혀 있습니다. 이는 AI 시대에 적용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저자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문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는 두 가지 가치를 중시합니다. 하나는 부의 재분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존엄을 위한 길을 찾는 것입니다. 과거의 정치 체계에서 더 진보적인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합리적인 세금 제도를 만들어 좋은 문명을 이루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과 문화 예술의 발전에 힘써야 합니다. 결국 산업사회의 한계와 기후 위기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부가 재분배되고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인류의 미래는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AI 시대에 노동은 생존의 조건이 아닙니다.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데 공헌해야 합니다. AI 시대 초입에서 진지하게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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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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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 이런 작품들을 통해 기존 선입견을 버리고 유명한 화가들의 또 다른 모습들을 볼 수도 있겠다 싶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저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하면, 여러 점의 <자화상><해바라기>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 등등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조금은 낯선 세 점의 <랑글루아 다리>를 소개합니다. 다양한 방향에서 그린 이 세 작품을 비교해 보면, 고흐는 결코 감정적으로 붓을 휘두른 화가가 아니라 매우 체계적으로 그림에 접근한 화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흐는 당시 유행했던 자포니즘을 자신만의 붓 터치와 색체 감각으로 재해석해 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고흐가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했다고 알려 줍니다.


<키스><다나에> 등 관능적인 아름다움과 아르느보적 곡선이 특징인 작품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는 매년 여름마다 알프스의 한적한 호숫가로 가서 풍경화를 그렸습니다. 비엔나에서의 치열한 예술 활동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잠시지만 자연 속에 파묻혀 풍경화를 그린 것입니다. 그는 평생 40점의 풍경화를 남겼다죠. 그의 풍경화에는 인간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오직 시각적 아름다움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미술계에서는 크림트의 풍경화가 여름 휴가 때 잠시 일탈하는 취미가 아니라 그의 전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주요한 키로 인식한다고, 저자는 귀뜸해줍니다.


이 책에는 모네, 마네, 드가, 에곤 실레, 고야, 콜비츠, 뭉크, 프리다 칼로, 루소, 세잔, 루느아르, 앙리 마티스, 등등. 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 때로는 이미 유명해진 작품들 - 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저자 김원형의 이력을 보니 미술사학을 전공했고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한국 작가들의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있군요. 그의 글에 깊이가 있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나의 잡다한 독서가 나의 세계관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본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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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도연명 - 농사꾼 아나키스트 시인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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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법학자인 박홍규는 그의 책 <놈 촘스키>에서 촘스키를 현대 아나키스트의 전형으로 보았습니다. 박홍규 또한 아나키스트의 삶을 추구하면서, 자신을 단단히 붙들고 싶어 도연명의 삶과 시에 천착(穿鑿)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 책, <내 친구 도연명 농사꾼 아나키스트 시인>입니다. 이 책은 농사꾼이며 아나키스트로서 도연명의 삶을 소개하고 그의 시들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해 놓은 평전입니다. 박홍규는 도연명이 살았던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 역사를 간략히 알려주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디스토피아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는 다섯 챕터로 구분하여 도연명의 성장기부터 죽기까지의 일생을 알려주며 각 시대에 지은 도연명의 시()를 해석합니다. 덕분에 도연명의 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1장에 설명해 놓은 도연명의 <자제문(自祭文>을 통해 가난을 술과 독서와 거문고 덕에 즐기며, 자신의 삶에 후회하지 않고,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는 도연명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도연명의 삶을 따라가 보지 않고는, 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면 도연명을 자연시인(自然詩人)’ 혹은 전원시인(田園詩人)’ 정도로 평가했을 것입니다. 이 책 덕분에 도연명의 유일한 사랑 시인 <한정부(閑情賦)>, 출세를 포기하고 농사를 지으러 시골에 내려와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 57세에 도화원을 묘사한 <도화원기(桃花源記)>를 제대로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박홍규의 말처럼, <귀거래사><도화원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그 뜻을 삶으로 이어간 이는 드뭅니다. 모두가 겉멋으로 흉내를 내지만 세상 출세에 연연했기에 도연명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그 삶을 따라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모든 권력에 반대하고 진정한 유토피아를 꿈꾸며 농사꾼으로 살았던 도연명, 그가 나를 손짓하며 말합니다. “, 돌아가자 / 전원이 메말라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 마음을 몸의 노예로 만들고 /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나는 어느새 도연명에게 매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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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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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오가 엮고 풀어쓴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말들을 아주 쉽게 설명합니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언어는 현실의 사태를 보여줍니다. 이는 언어가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컵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와 같은 단순 명제는 ’ ‘책상같은 요소 자체보다 책상이 어떻게 배치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논리적 그림입니다. 이는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렇게 언어와 사계, 그리고 사고의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인과율에 대한 믿음은 미신이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은 각각 일어난 사건 그 자체인데, 우리는 각각의 사건을 묶기 위해 해석을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이는 확고한 증거 때문이 아니라, 습관 때문입니다. 그가 인과율을 경계하는 것은 인과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실제 세계는 사실들이 있는 그대로 놓여 있을 뿐, 그 사실들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필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철학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 실제 있지도 않은 원인을 찾다가 탈진하지 않게 해 줍니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욥처럼 우리 삶에는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닥칩니다. 욥의 친구들은 욥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런 재앙과 고난이 닥쳤다고 인과응보(인과율)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욥은 친구들의 말에 항변합니다. 사실 욥기가 말하고 싶은 것도 삶에는 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삶의 모든 것을 인과율로 해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를 원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언어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세상을 이해합니다. 그러니 생각을 명료하게 함으로써 말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지혜롭게 인생을 살려면 명료한 생각과 언어로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는 이 시대의 현자(賢者)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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