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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어진 서양 문명 이야기
안계환 지음 / 미래문화사 / 2026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세 유럽, 이슬람, 근대 유럽 문명까지 크게 여섯 문명의 찬란한 모습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운 문명사는 긍정적인 서사만 골라 이어붙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류의 문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려면 이런 ‘선택된 문명사’ 뒷면에 있는 그림자를 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줄기차게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교과서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조차 노예를 소유했고, 노예 제도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노동 없는 자유를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의 뒷면에는 모든 노동을 감당해야 했던 노예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이상적인 스포츠 정신의 원조로 생각하는 올림피아 제전은 실상 현실 정치의 전략과 자존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너무나도 정치적인 쇼였습니다. 로마 시대에 콜로세움에서 열린 검투사 경기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질 때 주로 열렸답니다. 시민들이 오락에 빠져 중요한 정치적 결정 사항에는 관심을 두지 않도록 의도된 것입니다. 찬란한 문화를 이룬 로마 사회는 노예제로 유지되었습니다. 당시 노예 제도는 인간을 분류하고 지배하는 철저한 시스템으로 유지되었고, 로마는 저 유명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야만적으로 가혹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슬람 문명에 대한 서구 사회의 시각은 참으로 많이 왜곡되었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서양이 동방을 지배할 근거를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를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스만 제국이 유럽을 침공한 일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슬람이 폭력적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손엔 쿠란, 한 손엔 칼’이라는 유명한 선전 문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꼭 전쟁과 폭력을 통해서만 이슬람이 확장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슬람이 아랍 상인들의 교류를 통해 전파되어 평화롭게 문화적 용합이 이루어졌습니다.
근대 유럽 문명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프랑스 혁명, 산업 혁명,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근대 유럽은 이성과 진보, 시민과 국가, 자유와 권리를 중심 개념으로 새로운 인류 문명의 장을 열었습니다. 인쇄술의 발달로 종교개혁은 힘을 얻었고 무지의 시대에서 지식의 시대로, 억압에서 자유로 나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명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 당시는 성경을 찍어내는 만큼 ‘면벌부’와 ‘마녀사냥 지침서’도 찍어냈습니다. 인간에게는 아이러니한 면들이 많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턴은 연금술 연구에 더 많이 심취했고 종말 시간을 계산하는 데 힘을 쏟았답니다. 자연권과 사회계약론으로 계몽주의의 토대를 놓은 존 로크는 노예무역을 독점한 회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했답니다.
찬란한 인류 문명의 이면에 있는 그림자를 생각하면서, 인류 문명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