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패커 -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들려주는 제임스 패커의 삶과 사상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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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임스 패커! 그가 어떻게 복음주의 신학자가 되었고, 그의 신학이 복음주의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고 싶어서 알리스터 맥그래스<제임스 패커>를 펼쳐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이 책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패커의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단순한 전기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사상에 집중한 제임스 패커의 신학 평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장에서 제임스 패커의 <복음 전도란 무엇인가>의 역사적 위치와 공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브리스톨의 틴데일 홀 교수로 있을 때, ‘복음 전도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습니다. 그는 찰스 피니의 고강도 전도 운동이 펠라기우스적임을 간파했습니다. 즉각적 결단을 요구하는 전도설교 방식은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미국 빌리 그레이엄의 지나치게 단순한 전도 설교와 신학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제임스 패커는 이 책에서 인간의 책임하나님의 주권이라는 외관상 서로 모순되는 듯한 두 교리를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두 교리의 긴장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하면서 전도하고 설교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오래전 <복음 전도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는 너무나 평이해 보여서 조금 실망했는데, 이 책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니,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장에서는 제임스 패커의 최고의 책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대해 말합니다. 패커는 성도의 삶에서 신학이 중요함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신학은 하나님이 가르치시고 하나님을 가르치며 하나님께로 우리를 인도한다는 아퀴나스의 명언을 체험으로 검증하는 것”(p. 213)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신학은 경건 훈련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하나님을 아는 지식>(1996, IVP)에서 인상 깊게 배웠던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하나님에 대해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을 아는 것보다 하나님이 나를 아신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속성을 배우고 삶에서 체험합니다. 그는 신학과 삶이 통합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패커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20207월 병원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에 한 신학자는 로마서 838~39(“내가 확신하노니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을 읽었답니다. 이 책의 저자 맥그래스는 패커의 저작에서 기독교 신앙의 지성적인 깊은 비전을 본 사람이 많으며 그 뿌리는 성경이고 청교도주의라고 평가했습니다(p. 297). 지금 한국 교회는 반지성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교회의 외적 성장만 추구하며 열심히 전도했지만, 오히려 이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제임스 패커처럼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신앙의 세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파악하고 깊은 영성을 형성할 때,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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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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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는 한때 독립운동 활동가였지만 일제 식민지 통치 말기에 노골적인 친일 행위로 비난을 받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였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전 그의 소설 <무정>을 읽으면서 내용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지만, 한편 우리 민족을 계몽하고자 하는 지식인의 열망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가 지루할 만큼 세밀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을 때 일만 부가 팔린 것을 보면, 당시 대중들이 이 소설에 얼마나 열광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 씨가 현대판으로 편작하고 영문 번역까지 실어놓은 <유정>은 시대적 편차를 넘어 오늘날에도 읽을만한 소설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문장마다 넘버링을 하고 옆 페이지에 병렬식으로 영문을 번역해 놓아서 문어체적 영작 연습에 도움을 줍니다. 한글로 읽다가 가끔 영어 표현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최석의 회고록 형식의 편지와 독백 부분의 넘버링을 회색으로 처리한 것도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생각보다 스토리 전개가 흥미롭습니다. 지나치게 세밀한 설명과 고리타분한 심리묘사가 지금 시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지만, 스토리 위주로 각색해서 드라마를 만든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1900년대 초 서울과 동경과 중국, 그리고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를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한다면 볼거리도 풍부한 드라마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소설 속에서 최석은 딸처럼 키운 정임에게 남녀로서의 사랑을 느낍니다. 정임도 최석에게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도덕적 관념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이 감정을 책임지고자 스스로 바이칼 지역으로 떠나 쓸쓸히 죽어갑니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 주인공은 육체적 사랑의 욕망을 고통스럽게 제어하며 순수한 정신적 사랑으로 승화시킵니다. 오랜만에 한국 근대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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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 개정판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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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는 뜻밖의 사건뿐만 아니라 뜻밖의 물건이나 음식에 의해서도 그 흐름을 바꾸곤 합니다. 중세 유럽, 종교적으로 육식이 금지된 피시 데이(Fish day)’에는 지방이 많은 청어(herring)가 대체 식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당연히 청어를 많이 잡을 수 있는 도시들이 부를 축적하고 엄청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회유어인 청어가 발트해에서 많이 잡혔을 때는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북해에서 많이 잡혔을 때는 북해 연안의 도시들이 번성했습니다. 청어의 출몰이 발트해에서 북해로 옮겨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어쨌든 저 유명한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이 청어로 인해 흥망성쇠의 부침을 겪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청어가 세계 역사를 바꾸었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대구(cod)는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으로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장기 보관하기 쉬웠습니다. 따라서 장거리 항해에 주요 먹거리가 되었고, 이는 신대륙 발견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필그림 파더스가 신대륙 외딴곳에서 전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메리카 선주민의 선의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관대하게 대구를 나누어 주었기에 필그림 파더스는 옥수수 수확 때까지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구는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물고기라 할 수 있습니다. 후에 잉글랜드가 카리브해에서 사탕수수를 대규모로 재배하면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부릴 노예와 노예의 식량으로 소금에 절인 대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대구 어장을 두고 뉴잉글랜드 어부는 잉글랜드 정부와 갈등했습니다. 이렇게 식민지 미국과 잉글랜드 사이의 독립전쟁이 발발한 원인 중 하나가 대구였다고 합니다.

중세 기독교의 피시 데이때문에 청어와 대구가 세계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후에 종교개혁으로 피시 데이가 쇠퇴하자 잉글랜드의 어업도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한때 국방력까지 약해졌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청어와 대구는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이번 독서 덕에 도서 출판 사람과 나무 사이에서 출간한 세계사를 바꾼시리즈에 관심이 갑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13가지 식물, 10가지 감염병, 커피, 맥주 등등. 모두 일본인 저자군요. 이 중 , 감염병, 커피는 시간 나는 대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유익한 상식을 재미있게 쌓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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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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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디오게네스에 관한 유명한 일화들은 접하게 되었지만, 그의 철학 사상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책이나 글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기행을 일삼는 괴짜 철학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 책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디오게네스와 관련된 일화들을 그의 철학적 사상과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통해 키니코스(견유학파) 철학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기 쉬운 고대 그리스 철학을 재미있게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알렉산더 왕의 아버지 필리포스가 디오게네스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디오게네스는 나는 당신 탐욕의 정찰병이오라고 대답했다죠. 디오게네스는 필리포스를 그저 인간의 욕망이 극한까지 발현된 한 사람으로 본 것입니다(pp. 100~102). 확실히 디오게네스는 권력을 추구하고 영토를 확장하려는 모든 시도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탐욕을 충족시킨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 권력자들 뿐이겠습니까? 인간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욕망을 좇아 살다 보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이 일화는 나에게 조언합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욕망을 정직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개처럼 인생을 살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디오게네스는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처럼 자연과 자신의 본성에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말로만 그렇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는 항아리 안에서 살면서 물을 떠먹는 바가지를 가지고 다녔지만, 어린아이가 손으로 물을 움켜잡고 먹는 모습을 보고 가지고 다녔던 바가지조차 깨버렸다죠. “이미 가진 것도 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신이 더 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p. 187)는 그의 말은 그의 삶과 사상을 선명히 드러낸 것입니다.


디오게네스의 삶과 사상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조화로운 삶>의 스콧 니어링과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생각났습니다. 자기 성찰,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행동, 자연주의적인 소박한 삶의 실천, 등등.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온 이들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운 철학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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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춤을 추라 - 삶의 전환기에 배우는 스토리텔링 마음 수업
박성만 지음 / 밥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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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심리치료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박성만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심리치료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열 가지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꼭지마다 실어놓은 심리 읽기를 통해 독자들로 내적 성장을 이루도록 도움을 준다.


4장 이야기, “너무 애쓰며 살지 말자를 읽으며 나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실버타운에 들어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가 우울증에 빠진 아들에게 말한다.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이다. 너도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 그냥 가볍게 살아 ”(p. 105). 어머니의 이 말에 돌덩이처럼 무거운 마음속 묵은 감정이 녹아내렸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집과 가까운 지사로 전근을 신청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동감했다.


6장 이야기(“자식은 떠나보내려고 있는 것이다”)도 마음 깊이 다가왔다. 자식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다. 자식 앞날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식에게 무한한 기대를 건다. 그런 마음과 삶의 태도로 인해 자식과 손주에 대한 집착은 더 커진다. 부모의 아낌없는 헌신을 받은 아들은 과대한 자기애로 고착돼 타자와 감정이입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의 자식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자식에게 지나치게 헌신했기에 자식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자식이 부모를 떠날 때, 부모는 느끼게 될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놔 줘라. 아낌없이,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그래야 네가 갇힌 세계에서 나온다”(p. 158).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남편과 사별하고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여인의 심리, 열정적인 워킹맘이 아들을 떠나보내고 깨달은 인생의 진실, 타고난 미모와 지능지수로 자존감을 가졌지만 결국 조울증을 앓은 여인, 사교댄스를 주업으로 한 친구의 죽음, 자신을 위해 사랑의 눈물을 흘리는 트랜스젠더, 등등. 책을 덮으며 언뜻 들었던 유행가 가사가 떠올라 찾아보았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래요. 사람마다 알고 보면 말 못할 사연도 많아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 모두가 내일도 힘내세요.” 산다는 건 힘든 일이라서 마음의 병도 얻고 정신병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죽지 않고 살려는 희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공허감, 상실감, 외로움을 느끼며 삶에 지친 자들이 소설 읽듯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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