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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월든 - 길가에서 발견한 자연의 생존 전략
정주혜 지음, 김나연 그림 / 이케이북 / 2026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 정주혜는 사랑하는 두 딸과 들과 산을 누비며 놀았답니다. 그리고 남편의 일을 따라 경남 양산에 정착하면서 자연 속에 푹 빠져 살았고, 결국 ‘숲 해설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2005년 ‘산들 생태 놀이터’라는 숲 체험학교를 열었습니다. 그는 다양한 식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발견하고는 그 놀라운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식물을 알아 왔기에, 생존과 번식을 위한 식물의 전략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더 살갑게 전해줍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식물의 지혜로운 생존 전략에 많이 놀랐고, 생명의 소중함과 찬란함에 많이 감탄했습니다.
숲속을 다니다 보면 잡초의 씨앗들이 바지에 붙어서 떼어내느라 고생을 하곤 합니다. 그게 ‘수크령 씨앗’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많았습니다. 민들레와 쌍둥이 꽃인 먹쇠채, 씨방이 길다란 자루로 변하는 점나도나물, 빗물에 씨앗이 튕겨 나가는 쇠비름, 닭의장풀, 차는 먹어 보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결명자, 등등.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 풀의 모양과 씨앗을 사진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같이 식물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사진을 보며 쉽게 식물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식물이 무슨 과에 속한 것인지, 이 식물이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지, 설명 하나하나를 차분히 따라가면서 때로는 인터넷을 뒤져 식물에 관한 더 많이 알고자 했습니다.
각 챕터 앞 페이지에 수록된 짧은 글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저자가 인용한 책들은 식물에 관한 것들만이 아닙니다. 지구, 인간, 문학과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서 건진 ‘생명과 삶’에 관한 글들입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그것이 설령 남들과 조금 다를지라도, 생존은 그 자체로 숭고한 창조다”(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식물의 다양성은 저마다 최적의 삶의 방식을 택한 결과일 것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더 예쁘고 화려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숭고한 일입니다.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만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을 수 없다”(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 인간보다 식물들이 더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삶의 포기까지 생각하지만, 식물들은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적의 생존 방식을 찾으니까요.
“생명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되는 것’이다”(프랑수아 자콥의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 나는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식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숲이나 들판에서 자라는 풀들을 보면서 그저 ‘들풀’ 혹은 ‘잡초’라고 말했던 나의 무지를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자연과 식물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의 삶을 사랑하는 일일 겁니다. 자주 밖으로 나가 생명력 넘치는 들풀들과 나무들을 보며 삶의 희열과 희망을 느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