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 진술 감정 수사 - 시인 수업
조동범 지음 / 슬로우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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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분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관심사나 의견을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자기 생각을 너무 장황하게 쓰면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짧게 쓰려다 보니 자기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지곤 합니다. 짧으면서도 영향력이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큼 강해진 지금, ‘에 관한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동범의 <묘사 진술 감정 수사>은 시를 제대로 읽거나 쓰고 싶은 자들에게 시어(詩語)의 독특한 특징들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설명합니다. 그야말로 시인 수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시의 언어는 묘사’, ‘진술’, ‘감정’, 그리고 수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묘사가 가시적 세계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라면, ‘진술은 가창적 세계를 전달합니다. 저자는 몇몇 시를 예시하면서 이런 개념을 아주 쉽게 이해시킵니다. 저자는 영상조립시점을 설명하면서 영화 <중경삼림>의 여러 장면을 시로 묘사했습니다. 덕분에 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조금 감이 잡혔습니다. 이 책에서 시적 언술로서의 진술과 직접적 정보 전달로서의 설명이 어떻게 다른지도 배웠습니다. 진술은 비유와 상징으로 기능하지만, 설명은 오히려 비유와 상징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또 아포리즘적 진술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이 책에 제시된 장현종의 <>이라는 아포리즘적 진술의 시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p. 162). 시인은 인간관계에 힘들고 지쳐 사람이 없는 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기를 소망하는 것일까요? <>의 아포리즘적 진술은 많은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이 책에서 시와 감정에 관해서도 배웠습니다. 시는 감정의 산물이지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승화된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이해하니, “시는 감정의 방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엘리엇의 말을 수긍하게 됩니다. 감정을 제대로 절제하지 못하니 어떤 시들은 신파조로 흐를 수밖에 없군요. “시는 언제나 낯선 것이어야 한다”(p. 224)는 말도 마음에 남습니다. 더 이상 새롭지 않으면 시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시는 낯선 것이기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요?

저는 에 관해 잘 모르기에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천천히 생각하며 읽고, 이 책에 예시된 시들을 여러 번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시를 보는 눈이 조금은 열리는 듯합니다. 앞으로 한 두 번 더 읽고 이 책에 예시된 시인들의 시를 찾아 감상하고 싶습니다. 시가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 시를 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 간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풍성한 내용의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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